[김 소장의 ‘핏(FIT)’] 첫 중간요금제 등장, 데이터 사용량은 24GB라고?
시대의 흐름은 너무나도 빠르게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의 모습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속도의 차이가 분야마다 너무 커서 어떤 장단에 맞추어 살아야 할지 고민되고 불안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먼 미래처럼 보이는 IT 기술이 어떻게 진화할 것이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논의를 이어가야 될지. 맞춤 정장처럼 꼭 맞는 형태로 제공해 드리기 위해 핏!한 IT 소식을 전달하는 ‘김 소장의 핏’을 통해 하나씩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Q1. 5G 스마트폰 구매한 다음 비싸진 요금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맞습니다. 필자는 상당히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4G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5G로 넘어오면서 요금을 몇 만원 이상 더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싼 요금제를 찾아볼까 했는데, 단 1만 원만 낮아도 데이터 제공량은 급격히 낮아지더군요. 어쩔 수 없이 무제한 요금제를 유지하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요금을 아껴 보려고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부모님의 요금제를 바꿔볼까 했는데,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SKT 기준 데이터 무제한 요금 아래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는 250GB를 제공하는 5GX레귤러플러스와 110GB를 제공하는 5GX레귤러, 11GB를 제공하는 슬림 3가지가 있는데요. 각각 요금은 7만 9,000원, 6만 9,000원, 5만 5,000원입니다. 대략 1만 원 정도의 차이인데요.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은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무제한 요금제 아래 단계의 요금제를 선택하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런 고민을 저만 했던 것은 아닌가 봅니다. 데이터 사용량 110GB와 11GB 사이에 중간이 없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가 비판하고 있더군요.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이동통신사에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8월 5일, SKT는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죠.
Q2. 110GB와 11GB 중간의 50~60GB의 데이터량을 제공하는 요금제가 생긴 것인가요?
그렇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SKT가 선보인 요금제는 다소 의아합니다. 50~60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아니에요. SKT는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5만 9,000원짜리 베이직플러스 요금제를 선보였습니다.
Q3. 24GB요? 중간요금제라면서요?
SK텔레콤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 종일 데이터를 사용하는 상위 1%의 헤비유저를 제외하면,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4GB보다 적다고 말입니다. 때문에 헤비유저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은 24GB 정도면 적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라는 것이죠.
Q4. 헤비유저를 평균에서 뺀다는게 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아무리 봐도 데이터 적게 주려는 꼼수 아닌가요?
이동통신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아닌 과기술정통부가 발표한 5G 가입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을 통해 전체평균을 한번 계산해보죠.
2022년 6월 기준, 5G 가입자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24GB가 아닌 26.16GB입니다. 앞서서 이동통신사에서 얘기한 24GB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이죠.
또한, 과기정통부는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와 일반 요금제 사용자를 나눠 데이터 사용량을 비교했는데요. 일반 요금제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 평균은 13.68GB이고,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 평균은 41.01GB입니다. 일반 요금제 사용자는 (SKT 기준) 기존 슬림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11GB보다 조금 더 사용하는 정도고,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는 레귤러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110GB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는 셈이죠.
Q5. 왜 이런 요금제를 선보였을까요?
일단 기존 요금제를 볼까요? 기존 7만 9,000원 요금제는 250GB 데이터를 제공하고, 6만 9,000원 요금제는 110GB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1만 원 싸지면서 44%의 데이터를 제공하죠. 이 공식대로 중간요금제를 선보였다면? 1만 원 싸진 5만 9,000원에 48.4GB 데이터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재 선보인 24GB 보다 약 2배를 제공해야 하는거죠.
그런데 48GB를 제공하면,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머리 아픈 일이 생깁니다. 과기정통부 통계를 보시죠. 5G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의 1인당 데이터 평균 사용량은 41.01GB입니다. 즉,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가 48GB 요금제로 옮길 수 있다는 의미죠. 1% 헤비 사용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데이터 사용량이라는 뜻입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죠.
그런데, 이러한 요금 구조는 비단 이동통신사만의 일은 아닙니다. 놀이동산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놀이동산 이용권 중 놀이기구 5개만 이용할 수 있는, 흔히 ‘빅5’라고 불리는 이용권이 있잖아요. 무제한으로 자유롭게 놀이기구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과 빅5 이용권의 가격 차이는 그리 크지 않죠. 그 안에 기본적으로 입장하는 입장료가 포함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렇게 구성된 것인데요, 어떻게 보면 입장료가 포함되는 형태처럼 기본요금 개념의 가격요소가 밑에 깔려 있는 요금제 구성이라고 표현해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Q6.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중간요금제 등장은 약간이나마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진 것 아닐까요?
그렇긴 합니다. 11GB와 110GB 사이에서 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 하나가 늘어나긴 했죠.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바꾼다!’라고 다짐하기 전에, 약정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은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할 때, 두 가지 할인 제도 중 하나를 선택했을 겁니다. 단말기 가격에 지원금을 받는 '공시지원금' 또는 매월 요금에서 25% 할인을 받는 '선택약정할인' 중 하나죠.
공시지원금을 받아 스마트폰을 구매했다면, 최초에 가입한 요금제를 6개월(181일) 동안 유지해야 합니다. 만약 유지 기간 6개월을 채우기 않고 가입한 요금제보다 낮은 요금제로 변경하면, 지금까지 지원받은 공시지원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위약금이죠. 더 비싼 요금제로 바꿀 때는 위약금을 내지 않으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잘 확인해야 합니다.
SKT 기준, 이번에 출시한 요금제 중 ‘언택트플랜’이라는 요금제도 있습니다. 이는 가입자가 대리점에 가지 않고 직접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인데요. 여기서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IPTV나 인터넷 등과 함께 통신 요금을 결합해 할인 받으실 텐데요. 언택트플랜은 결합 할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하죠.
Q7. 요금제를 바꾸기 전에 스스로 얼마나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파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방법은 쉽습니다. 가입한 이동통신사의 앱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한달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문의해도 알려주죠.
Q8. 참… 복잡하네요. 다른 이동통신사도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나요?
KT와 LG U+도 곧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아마 요금제 가격은 대동소이할겁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요. SKT와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하게 출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향후 이용자들의 의견이나 불만을 받아들여 변화의 여지는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중간요금제 출시를 보며, 다소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중간요금제 출시 논의의 시작은 가계통신비 절감이었는데요. 어째 생색내기에 가까운 요금제 구성을 보며 안타까웠죠. 또한,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에 특화된 요금제인 '특화요금제'에 대한 논의는 이번에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죠.
과기정통부는 "국회와 소비자단체 등의 요청을 반영해 구간별, 계층별로 더 다양한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통신사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5G 시대를 시작한지 어느덧 4년째이지만, 그저 4G 보다 비싼 요금만 내는 것은 아닌지 아쉽습니다.
아직 5G를 이용할 수 없는 음영 지역도 많습니다. 지난 2022년 4월 18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신고 기준 이동통신 3사의 5G 전체 무선국은 46만 대로 기지국은 43만 대(94%), 중계기는 3만 대(6%)에 그쳤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비해 4G LTE는 전체 무선국 231만 대로 기지국은 155만 대(67%), 중계기는 76만 대(33%)에 이릅니다. 5G 관련 설비 투자를 늘려도 모자를 판에 이동통신 3사의 5G 관련 설비투자금액은 5G상용화 첫 해인 2019년 9조 5,965억 원에서 2020년 8조 2,758억 원, 2021년 8조 2,024억 원으로 조금씩 줄어들었죠.
5G 이용자는 4G LTE 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3사의 지난 2021년 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4조 원이라는 호실적을 기록했죠. LTE 요금제보다 약 2만 원 더 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정작 5G 서비스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5G가 아닌 LTE를 더 자주 보기도 하니까요. 이동통신사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요금제 출시보다, 합당한 5G 서비스부터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글 / 미래사회IT연구소 김덕진 소장
미래사회IT연구소(FITS)는 미래로 향해가는 사회의 변화와 현상을 IT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해 다양한 분야에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김덕진 소장은 10여년간 빅데이터 기반 전략컨설팅을 수행했으며, KBS2TV 통합뉴스룸ET, MBC 손에잡히는경제, 유튜브 삼프로TV등 다양한 방송과 강의를 통해 경제와 산업, IT가 연결되는 지금의 현상들을 대중들에게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AI공학과 겸임교수를 맡고있으며, 웹3/블록체인 전문기업 체인파트너스의 대외협력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유튜트 채널 '미래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