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RE100을 알아보자 (4) RE100은 언제까지 달성해야 할까?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RE100을 알아보자 (4) RE100은 언제까지 달성해야 할까?
지난 칼럼에서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유럽으로의 수출 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RE100을 달성해야 할까요? 이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하면 수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고, RE100을 서둘러 달성하려면 환경 비용을 더 써야 하니 기업은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까닭에 기업은 RE100 달성 비용을 '규제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 100%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입니다. 그러므로 2050년까지 달성하면 됩니다.
지금 RE100 회원사들이 밝힌 RE100 달성 목표 년도는 대개 2030년이라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까닭에 우리나라 기업은 RE100에 많이 뒤쳐졌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러한 주장은 RE100을 달성해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의도적으로 근심과 우려를 지우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칼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수출할 때 불이익을 피해가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방금, 기업들은 ‘RE100을 규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비용은 항상 끝까지 기다리다가 지출하는 것이 기업에게 유리합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20년이나 앞당겨서 그 비용을 지출한다? 필자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입니다.
물론 2050년까지 미루면 RE100을 달성하는 비용이 훨씬 비싸진다던가,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하면 마케팅이나 상표 홍보에 이익이 생긴다거나 하면 그 비용과 효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고 있으니, 이를 조기 달성한다고 해서 마케팅에서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미 이전 칼럼에서 논의한 RE100 달성 방안들을 고려했을 때 2030년 이후에 RE100 달성 비용이 갑자기 오를 것으로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RE100 선언을 하고 달성 방안을 준비하며, 실제 시장에서 RE100 달성 비용이 오르는지 모니터링하며 인프라 투자 시점을 기다려야 합니다.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측면’부터 준비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RE100을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하나? 필자는 여기서부터 기업들 사이에서 눈치 게임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2050년은 무려 30년 후, 너무나도 먼 미래이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RE100을 달성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RE100을 달성하지 않으면 기업이 엄청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답은 누구도 모릅니다.
지금은 후자의 위험에 대비해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아주 합리적입니다. 잠재적인 커다란 위험은 대비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전자의 확률도 꽤나 높습니다. 2045년 즈음, 지구가 너무 친환경적이 된 나머지 RE100 미달성 기업들에 대한 응징(?)의 강도가 훨씬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미 환경이 망해버려서 RE100 캠페인 자체가 무의미 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은 ‘죄수의 딜레마’와 직면합니다.
기업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2050년까지 A와 B가 RE100 달성을 선언했을 때, 그리고 2050년에 RE100 미달성에 대한 불이익이 생각보다 낮을 때 A와 B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예를 위의 표가 보여줍니다.
만약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크지 않으면, RE100 달성 목표를 지키지 않은 대신 비용을 적게 지출한 기업이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즉,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항상 가장 큰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기업은 RE100 달성을 서두르는 것보다는, 전후좌우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핀 다음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으니 RE100 달성을 선언하고 미리 준비할 필요는 있겠으나, 무리해서 조기에 달성하려 하거나 2050년으로 달성 완료 시점을 못 박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과 규제 상황을 꾸준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RE100 달성 시기를 두고 일어난 논란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어갈 칼럼에서 RE100의 다양한 측면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RE100의 이해를 도우려 합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