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한국도시농업 “디지털 농업으로 만든 가치, 농가와 나눌 것”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농업은 이제 농촌의 논밭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이뤄진다. 아파트, 건물의 주차장이나 옥상, 산단과 같은 대단지는 물론 사무실과 가정집 등 작은 곳에서도 농업이 이뤄진다. 스마트 농업 기술 덕분이다.
스마트 농업 기술의 대표로 흔히 스마트팜이 꼽힌다. 한국도시농업주식회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김만근 한국도시농업주식회사 대표는 그보다 범위가 넓은 ‘도시 농업’을 주장한다.
기존의 농업 이론과 설비에 디지털 기술을 더해 표준화하고, 이를 토대로 도심의 곳곳을 논밭으로 만든다. 거기에 도시 농부들이 손쉽게 농사를 지으며 늘 좋은 성과를 내도록 이끄는 개념이다.
부산 강서에 자리 잡은 한국도시농업의 실증 센터를 찾아가, 김만근 대표의 도시 농업 이론과 이야기를 들었다.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전국을 누비면서 유리 온실 설치 사업을 했어요. 당시에는 법률 때문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귀한 농지 위에 비닐 멀칭을 하고 그 위에 양액 재배 설비를 해야 했어요. 그러면 농지가 농지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게다가 규모의 농업을 실현해야 할 농지에 H 빔을 막아 유리 온실을 짓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영양가 많고 가치 있는 귀한 땅인 농지를 농지답게 쓸 방안과 농업을 바꿀 기술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지요.
2000년 이후 업종을 바꿔 동영상 스트리밍, 무선 통신 등 정보통신기술로 사업 노선을 바꿨어요. 그래도 농업을 바꾸고 싶다는 갈증은 가시지를 않았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쌓은 유리 온실과 농업, 정보통신기술 등을 융합한 농업 기술을 고려하다가 미래 농산업의 대안으로 도시 농업, 즉 실내 농업을 찾았습니다. 땅의 소산을 인간의 기술로 풍요롭게 할 실마리도 찾다는 것이지요.”
한국도시농업은 도시 곳곳에서 농업을 하도록 돕는 장치와 설비를 제작 공급한다. 김만근 대표는 도시 농업에 가장 필요한 것을 ‘규격화'와 '표준화’로 꼽는다. 설비와 농법 등을 표준화해야 농업을 더 편리하게 하면서 성과를 내고, 농업의 경쟁력이 강해진다는 논리다.
“우리나라 농업의 큰 문제는 규격화와 표준화가 되지 않은 점이에요. 농작물의 가격과 수확량이 들쑥날쑥 변하는 까닭이 이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버섯 농업을 예로 들면 재배 설비는 물론 종균, 종균을 심어 키우는 배지의 무게와 수분량까지 모든 것이 규격화됐어요. 이렇게 온습도와 수분 함유량을 일정 수치 안에서 제어한 덕분에 버섯의 생산량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농업과 기술, 혹은 다른 산업을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 해도 표준화의 토대 위에서 해야 해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각각인 컴퓨터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요. 하드웨어, 즉 재배 설비나 농장을 우선 규격화하고 농법이나 재배 이론 등 소프트웨어를 거기에 맞춰 규격화해야 해요. 그래야 다양한 기술을 원활히 도입하고 새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표준화된 농업 기술과 설비를 활용해 도시 내 곳곳에서 하는 도시 농업은 이미 세계 농업계가 주목한다. 쌀, 밀 등 안정된 가격에 대량 공급해야 하는 농작물은 이전처럼 대규모 논밭에서 첨단 장비와 농기계로 재배하고, 그 밖의 농작물이나 과일, 채소류는 도시에서 기르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 이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밭에서 재배하던 농작물이나 과일, 채소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수확량에 따라 농작물 가격이 널뛰면 인건비는 물론 다른 소비재의 가격도 함께 널뜁니다. 식량을 무기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질 것이고요.
도시 농업은 기후 이상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농작물을 늘 일정량 수확합니다. 가격의 변화도 없고요. 식재료의 가격 안정이 곧 사회 비용 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이 이치를 깨달은 세계 각국 정부가 도시 농업을 주목해요. 이제 농업은 발목을 잡는 옛 산업이 아니라 황금을 품은 새로운 산업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도시 농업은 잘 발전하지 못했어요. 일단 자본과 기술, 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산업에만 집중하고 농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려 해도 농민들이 반대하니 어려워요. 신토불이만 외친다고 해서 농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 발달 속도도 더딥니다. 상황이 이러니, 소규모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이 시장을 일구기는 벅찹니다. 그럼에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포함한 여러 기관의 힘을 빌어 조금씩 연구 개발 중이에요.
이제 정부가 도시 농업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의 참여와 협업을 유도해야 해요. 예를 들어, 지금은 도시 농업을 하려면 텃밭에서만 가능해요. 디지털 기술을 등에 업고 첨단 산업화된 도시 농업으로 발전해야 도시에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 위주 도시를 생산 도시로 탈바꿈합니다. 도심에 농작물 생산 기반을 만들어서 취미가 아닌, 가치를 낳는 도시 농업을 진작해야 해요.
대기업의 참여도 유도해야 합니다. 대기업에게도 매력 있는 이야기에요. 기존 산업은 이미 발전할 만큼 발전했어요. 하지만, 디지털 도시 농업은 이제 시작 단계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농법과 기술을 연구 개발한 중소 기업과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 가능성이 현실이 될 거에요. 이 과정에서 일자리도, 농업 경쟁력도 생깁니다.”
한국도시농업은 먼저 도시 농업에 적용할 농작물로 ‘버섯’을 선택했다. 버섯은 비싼 값에 팔리지만, 재배와 양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근 대표는 자사의 기술로 참송이버섯, 송화버섯, 버금송이버섯 등 표고버섯 종류는 물론 동충하초까지 재배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전자동화된 설비라 다루기도 쉽다.
“제 경력을 살려 도시 농업 설비에 정보통신기술을 대거 적용했어요. 모든 설비는 데이터 수집 기능을 갖춰 농작물의 품질과 생산량을 조사하고 기록합니다. 이들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관리하는데, 데이터를 비교해서 가장 성과가 좋은 설비의 설정을 나머지 설비가 따르는 경쟁 네트워크 기능도 지원해요. 도시 농업에 필요한 정보통신기술 특허만 20건 이상 가졌습니다.
도시 농업 설비에서 나온 농작물을 가공 상품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에요. 버섯 햄버거 패티, 버섯 차 등을 만들어 외식 산업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김만근 대표는 한국도시농업을 ‘도시 농업으로 만든 새 가치를 농촌과 나누는 기업’으로 운영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늘 지역 농가를 찾아 시설 농업의 장점과 효과를 알린다. 운영 환경이 모두 다른 농가들이 도시 농업의 기술을 도입해 늘 균일한 성과를 내도록 돕고 싶어서다.
농가로부터 전수 받은 농작물 재배 노하우를 정보·체계화해 다른 농가에 보급하는 일도 한다. 농가가 오랫 동안 쌓은 지식의 보고를 고도화해 다른 농가와 나누며 동반 성장한다.
그 터전이 부산에 있는 한국도시농업 실증 센터다. 설비 공장만큼이나 큰 교육 공간과 재배실을 갖췄다.
“농업은 자유를 줍니다. 한국도시농업 실증 센터에 오면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을 함께 배우며 도시 농업을 펼칠 도시 농부로 자랄 수 있습니다. 도시 농업 현장에 가서 바로 실력을 발휘할, 실전 전문가를 만들 프로그램으로 꾸몄어요. 농업이 고생만 하는 일이 아닌, 재미와 보람과 소득을 얻으며 자유로이 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릴 것입니다.
물론, 도시 농업에 적용할 정보통신기술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곧 메타버스 도시 농업 기술 ‘핸디팜(가칭)’을 선보일 거에요. 농장에 카메라와 로봇을 설치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카메라로 농장 안을 보면서 로봇을 원격 조작해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입니다. 현실과 유사한 체험이 가능해요.
사용자가 농작물을 수확할 때 촉감까지 느끼는 햅틱 기술도 한국도시농업의 자랑입니다. 햅틱은 단순 진동자가 아니라 주파수를 활용한 것으로, 촉감 전달을 도울 전용 장갑도 구현했어요. 도시 농업 외에 다른 산업에도 이 기술을 적용 가능할 것입니다.”
김만근 대표는 도시 농업과 도시 농부를 꾸준히 알린다. 자유롭고 인생 설계를 견고하게 해 줄 직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도 취미와 여가 차원에서 텃밭을 꾸미는 이들을 도시 농부라고 할 수 있어요. 한 단계 더 진보한 도시 농업은 농산업 경영에 가깝습니다. 취미와 여가는 물론 소득도 올릴 수 있어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농작물을 기르고 수확하고 판매하는 산업의 일원입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특히 젊은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직업이에요.
농업의 디지털화를 이끌고 도시 농업을 전파하면, 농업에 숨겨졌던 엄청난 부가가치가 나올 것입니다. 기술이 가치를 낳는 셈이지요.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면서 지역 농가와 그 과실을 나누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