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산업현장] 5. "운동하고 게임하면서 보상 받는다"... 일상생활로 돈도 번다는 X2E란?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열기는 빠르게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사회의 온도가 놀랄 정도로 뜨거워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로 한정해 보더라도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가 말 그대로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늘 그렇듯 자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현재 NFT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그러하다.

“NFT는 투자 혹은 투기의 수단일 뿐이다”라는 말에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절반의 사실'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진 NFT를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신기술이 늘 그래왔듯,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들더라도 NFT는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발전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NFT와 산업이 만난 현장을 취재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다.

운동하고, 게임하고, 음악 들으면서 돈 번다

젊은 연령층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엔 재테크 꿀팁을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다. 이용자들은 기업의 할인 행사, 앱과 웹에서 진행하는 포인트 적립 이벤트 정보를 공유한다. 밥상 물가가 오르고 임금은 정체되자, 디지털 환경에서 미션을 달성해 쏠쏠하게 생활비를 버는 ‘앱테크’, ‘짠테크’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블록체인과 NFT를 활용해 특정 활동에 보상을 주는 X2E(X to Earn, X 하면서 돈 벌기) 비즈니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X에는 운동, 게임, 창작, 수면 등 다양한 활동이 모두 들어갈 수 있다. 이용자가 많아진다는 건 해당 토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토큰은 수요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안정적으로 상승한다. 보상을 주는 측과 받는 측 모두에게 윈윈 전략인 셈이다.

대표적인 M2E 서비스 스테픈, 출처=스테픈 홈페이지
대표적인 M2E 서비스 스테픈, 출처=스테픈 홈페이지

대표적인 X2E는 운동하면서 돈을 버는 M2E(Move to Earn)다. 선두 업체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스테픈이 있다. NFT로 발행된 150만 원 정도의 운동화를 구매해 정해진 운동량을 달성하면 토큰을 받는다. 일일 활성 이용자(DAU)는 30만 명 이상이다. 국내에서도 스테픈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다. 초기 참여 비용에 대한 부담을 없애기 위해 스테픈은 NFT 운동화 대여 서비스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M2E 서비스로는 NFT 신발을 장착하고 걷거나 달리면 보상을 주는 슈퍼워크가 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도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과 메타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P2E게임으론 엑시 인피니티, 미르4가 있다.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몬스터 ‘엑시’로 배틀을 해서 우승을 하면 스무드 러브 포션(SLP)을 받는다. 거래소에서 SLP를 현금화해 돈을 벌 수 있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버전은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광산에서 채굴을 하면 흑철을 받게 된다. 흑철을 모아 드레이크라는 유틸리티 코인으로 교환하고, 이를 다시 현금화가 가능한 위믹스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위메이드의 미르4, 출처=위메이드
위메이드의 미르4, 출처=위메이드

P2E는 NFT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A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해도 B게임과 사전에 협력만 했으면, A게임 아이템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B게임에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서 P2E 서비스가 사행성 때문에 불법이라 P2E 요소를 제거해야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항 7호를 통해, ‘게임 내 결과물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가상화폐를 얻고, 이를 환전하는 P2E의 사행성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게임인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등급분류 결정 취소를 통보했고, 최근 몰래 유통 중이던 P2E 게임 32개의 국내 게임물에 대해서 등급취소 의견을 내렸다. 국내에선 등급분류가 되지 않으면 게임을 유통할 수 없다.

일상의 활동을 X2E에 접목하려는 시도들도 나오고 있다. 갈라뮤직은 음악을 X2E와 연결한 L2E(Listen to Earn)을 선보였다. 음악을 NFT로 등록하면 이용자가 음악을 재생할 때, NFT 소유자와 청취자에게 모두 보상을 준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운동 콘텐츠 플랫폼 300피트의 릴리는 운동을 하면 스포츠 선수의 NFT를 보상을 주는 T2E (Training to Earn)모델이다. 이외에도, 음식 사진을 찍어서 이를 올리는 E2E(Eat to Earn)처럼 활용범위를 계속 넓힐 수 있는 게 X2E이다.

“X2E 활용성 높지만, 과한 기대는 금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옥석 가리기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은 신규 투자자의 자금이 지속해서 들어와야 가상자산의 가치가 유지된다는 점에 주의하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가상자산 가치는 무너질 수 있다. 보상으로 받는 가상자산의 가치가 하향곡선을 타면, X2E 이용자는 떠나고 가상자산의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다.

X2E의 모호한 법적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스테픈을 게임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게임보단 운동 보조 특성이 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정 목표를 달성하고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는 것이 게임적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X2E 서비스에 게임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은 불가능해진다. NFT를 먼저 구매해야 보상을 받는 X2E라면 이용자는 손해를 입게 된다.

세컨드브레인연구소의 이임복 대표는 “국내에서 X2E의 법적인 지위는 불확실하다. 게임으로 분류된다면 게임에서 돈을 버는 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쟁글 분석팀의 김재원 매니저는 “NFT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PFP는 홀더를 만족시키고 소속감을 부여하는 커뮤니티 운영이 중요했다. 반면, X2E NFT의 가치는 유틸리티와 토큰 가격에 의해 좌우된다. ‘이것으로 OO을 하면 돈을 벌게 해준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태어난 NFT인 커뮤니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X2E NFT를 통해 제공하는 보상(토큰)의 가격이 낮아지면 X2E NFT의 수익성도 낮아져, NFT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X2E NFT를 구매할 때는 X2E 프로젝트의 퍼포먼스와 토큰 가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X2E 프로젝트가 토큰을 적절히 소각하는 모델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NFT 거래소 NFT MANIA의 이광호 대표는 “M2E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토큰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 쓸 곳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미션을 달성하면 토큰을 준다는 비즈니스 모델은 많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모델이 없는 곳도 많다. X2E가 활성화되려면 다른 NFT를 구매할 수 있거나 기존 아이템을 강화하는 등 사용처가 넓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개발사 입장에서도 토큰 수가 계속 늘어나기만 해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은 문제다. 이를 막으려면 이용자가 토큰을 사용하게끔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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