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조작하는 기술, 어디까지 가능할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지오스톰’은 전 지구적 기후 재난과 맞닥뜨린 인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흔하디 흔한 재난 영화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재난의 원인이 되는 게 기후를 통제하기 위한 위성이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인류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기후 통제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지만, 문제가 생겨 오히려 재난을 앞당기게 된다.

날씨를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능력은 인류의 오랜 염원 중 하나다. 과거에는 종교적 제의에 기댔다면, 지금은 과학 기술을 동원한다. 다만 영화처럼 전 지구적 기후를 제어하는 건 지금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기후는 그때그때의 날씨를 말하는 기상과는 다른 개념이다. 흔히 기후는 성격, 기상은 기분으로 빗대어 설명한다. 국지적 기상 조작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게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인공강우는 구름 속 강수입자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돕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강수입자 성장을 돕는 물질을 ‘구름 씨앗’이라고 한다. 구름 씨앗으로는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과 같은 흡습성 물질을 사용한다. 구름 속 물방울을 결집시켜 비가 될 정도로 충분히 크고 무거운 물방울, 즉 빗방울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름 씨앗을 지상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거나, 공중에서 살포해 비가 내리게 만든다.

그 역사도 오래됐다. 러시아는 1932년 세계 최초로 구름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강우 관련 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세계 최초 인공강우 실험은 1946년 미국에서 이뤄졌다. 미국 제너너럴 일렉트릭의 빈센트 셰퍼 연구원이 4000M 상공에서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방식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도 1958년부터 인공강우 연구를 시작한 인공강우 선진국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맑은 날씨를 치르기 위해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개막식 전에 비구름이 미리 비를 다 뿌리고 사라지도록 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37개국이 크고 작은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연구와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23차례 기상항공기를 띄워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다. 23차례 중 19차례에서 비의 양이 늘어난 걸 확인했으며, 그 양은 0.1mm에서 최대 3.5mm 수준이다.

산불 예방, 수자원 확보, 가뭄 피해 경감 등 인공강우를 실험하는 목적도 다양하다.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비로 먼지를 씻어내리겠다는 발상이다. 지난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하나로 인공강우를 내세우면서 특히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려면 시간당 10mm 이상의 비가 필요한데, 기술 발전 수준이 이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기술력이 앞서있는 중국도 미세먼지 저감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산불이 빈발하면서 인공강우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공강우 기술 수준으로 산불을 진화할 수 있을 정도의 비를 내리게 하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셔터스톡
대형 산불이 빈발하면서 인공강우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공강우 기술 수준으로 산불을 진화할 수 있을 정도의 비를 내리게 하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셔터스톡

산불 예방이나 가뭄 해소 등 다른 목적으로도 현재로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인공강우 기술 자체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공강우를 비롯하여 현재의 기상 조작 기술은 자유자재로 날씨를 조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인공강우는 어디까지나 이미 있는 구름을 성장시켜 비를 내리게 하거나, 내리는 비의 양을 늘리는 기술이다. 마른하늘에 갑자기 비를 내리게 하거나, 내리고 있는 비를 갑자기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확히는 인공강우 대신 인공증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영어로는 결과가 아닌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 ‘구름 씨앗 뿌리기’ 즉, 클라우드 시딩(Cloud Seeding)이라고 부른다.

유해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인위적인 기상 조작이 기후나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구름 씨앗으로 사용되는 화학 물질의 오염 유발 가능성도 쟁점 중 하나다. 하지만 기상청은 구름 씨앗으로 주로 쓰이는 염화나트륨과 요오드화은의 유해성은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염화나트륨은 겨울철 제설제로도 흔히 쓰이며, 요오드화은은 국제적으로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보고됐다는 것이다. 또한 구름 씨앗은 넓은 지역에 매우 미량 살포되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경제성과 실효성은 어떨까? 지난 2010년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현 국립기상과학원)는 연간 약 36억 원을 투입한 인공강우 실험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약 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객관적 평가가 간접적 효과를 제외하고 수자원 확보, 가뭄피해 저감, 수도권 대기질 개선 등 직접적 효과의 경제적 가치만 평가한 수치다. 하지만 국내 인공강우 기술력은 아직 기초 연구를 축적하는 수준으로,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국내 인공강우 기술이 2016년 기준 미국 대비 73.8%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실용 단계에 들어선 중국이나 미국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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