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메디프레소 “건강 차도 캡슐 머신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내려 드세요”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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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30초 안팎으로 빠르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캡슐 커피 머신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다. ‘허브티나 한방차도 빠르고 편리하게 내릴 수 없을까’라는 아쉬움이다.

이같은 의문을 느낌표로 바꾼 기업이 있다. 건강 차와 커피 호환 머신을 개발한 기업 ‘메디프레소’다. 이 기업은 개인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화한 건강 차 추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바쁜 현대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 출처=IT동아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 출처=IT동아

건강 차도 캡슐에 담아 빠르고 진하게 추출

2018년 설립된 메디프레소의 사명은 건강과 명상을 뜻하는 메디(Medi)와 이탈리아어로 빠른, 간편함이라는 뜻인 에스프레소(Espresso)의 합성어다. 사명 그대로 바쁜 현대인에게 건강에 좋은 차를 간편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기업이다.

기존에는 한방차를 끓이기 위해 중탕기에 원료를 오랜 시간 가열해야 했다. 티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맛과 향에서 만족도를 느끼기 어려웠다.

김하섭 대표는 “기존 방식보다 편리하면서도 맛과 향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며 “그 결과 캡슐을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1분 안에 57종의 한방 및 티 제품을 고압으로 추출해주는 전용 머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과도 호환이 되는 캡슐에 제품을 담았다”고 말했다.

메디프레소의 건강 차 제품군. 출처=메디프레소
메디프레소의 건강 차 제품군. 출처=메디프레소

메디프레소가 취급하는 티 종류는 단일성분(홍삼, 녹용 등)과 다류(녹차, 홍차 등), 블렌딩 차(히비스커스, 루이보스 등), 보양 한방(십전, 쌍화 등) 등이다. 여기에 쓰이는 60가지 이상의 원재료인 우엉, 도라지, 인삼 등을 국내 농가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건강 차를 추출하는 메디프레소 머신(왼쪽)과 건강 차 캡슐의 모습. 출처=IT동아
건강 차를 추출하는 메디프레소 머신(왼쪽)과 건강 차 캡슐의 모습. 출처=IT동아

김 대표는 “제품 생산과 판매 과정을 외주의 도움 없이 내재화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 외주의 최소화라고 판단했다”며 “자체 연구, 생산, 개발팀과 영업, 마케팅팀을 보유하고 있어 빠르게 협업과 혁신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그 결과 캡슐에서 원물이 고압으로 추출되는 '캡슐화 가공기술' 및 '원물 가공기술'에 대해 10건의 특허를 보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디프레소의 생산공정. 출처=메디프레소
메디프레소의 생산공정. 출처=메디프레소

굴지의 반도체 기업 재직 경험…건강을 더욱 중요시하게 된 계기

김하섭 대표는 SK하이닉스 공채 1기 출신이다. 굴지의 반도체 기업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를 물었더니 ‘건강을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정말 바쁘게 보냈다. 돈을 쓸 시간이 부족해 통장의 잔고는 불어나고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건강을 잘 돌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주위를 둘러보면 바쁜 현대인들은 1분 안에 나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고 있는데, '기왕 먹는 거 건강에 좋은 차를 빠르게 제공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바쁜 현대인들의 건강을 챙기고 싶다는 생각이 사업의 시작점이 됐다”고 말했다.

제조업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건강 차와 커피를 함께 추출할 머신 개발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는 후일담을 전한다.

김 대표는 “머신은 제조업에 속하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캡슐은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분류된다. 결이 다른 두 가지 업을 사업 초반에 함께 가져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머신의 경우 제조업이기 때문에 기획과 설계, 회로 개발, 디자인, 목업 제작 등 양산까지 자금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캡슐의 경우 연구개발에 있어서 다양한 추출환경(온도, 습도, 압력, 추출량 등)을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메디프레소는 건강 차와 커피를 함께 내릴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면서, 그 원료를 국내 농가의 것으로 활용한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하 농진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20년에는 농진원의 농식품 벤처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올해는 농진원의 농업실용화 기술 R&D 지원 사업에 추가로 선정됐다.

김하섭 대표는 “실패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건강을 생각한 아이디어를 후원해주는 파트너 덕분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품을 소개하는 김하섭 대표. 출처=IT동아
제품을 소개하는 김하섭 대표. 출처=IT동아

애플리케이션 활용 개인 건강 맞춤형 차 추천 서비스 제공

메디프레소는 체질량과 혈당, 혈압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건강 상태에 맞는 차를 추천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메드나)도 제공하고 있다. 건강 차도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잘못 마시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드나를 통해 건강정보를 입력하면 맞춤화한 건강 차를 추천받을 수 있다. 출처=메디프레소
메드나를 통해 건강정보를 입력하면 맞춤화한 건강 차를 추천받을 수 있다. 출처=메디프레소

메드나는 현재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연말쯤 iOS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친환경 캡슐로 환경 문제도 고려…구독 경제로 성장하고파

자신과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하다 보니 환경 문제를 고심하게 됐다는 김하섭 대표. 그 결과 건강 차를 내릴 때 쓰는 캡슐을 친환경 원료로 만들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부분 커피머신에 쓰이는 캡슐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배출 후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며 “건강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을 챙기게 됐다. 이에 자사 캡슐을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프레소는 향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구독경제를 설정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하섭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 남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자사 제품 구매가 증가했다”며 “사무실에서도 간편하게 건강 차를 마실 수 있다면 직원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문의가 늘었다. 이 외에도 가정과 호텔 등에 임대형 구독모델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백화점 일산점과 부산 동래점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했고 다양한 지역에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매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플레소는 한국형 헬스케어 시스템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의 건강 차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다”며 “1단계로 차를 매개로 한 캡슐 및 머신 비즈니스 구축, 2단계로 개인 맞춤형 체질 분석 솔루션, 3단계로 온, 오프라인의 플랫폼을 시스템화 한 한국형 헬스케어 시스템이다. 한국 차의 우수성을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누적 52억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리즈A 라운드까지 마무리 했다”며 “올해 좋은 경영성과를 거둬서 내년 안에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게 현재 목표다. 목표한 대로 경영성과를 얻는다면, 향후 4년 안에 IPO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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