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고 품질 좋은 안경 온라인으로 산다"...아이즈그램 북미에서 안경 구독서비스 도전
[IT동아 정연호 기자] 사람의 인상은 착용한 안경에 따라 변한다. 메탈 안경을 쓴 사람을 보면 ‘지적이고 비즈니스적’이라는 느낌이 난다. 플라스틱 재질의 안경은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둥근 얼굴형은 날렵한 사각형 안경을 착용하면 또렷한 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각진 얼굴형은 강한 인상을 중화시키고 싶다면 둥근 안경이 잘 어울린다. 피부색도 어울리는 안경을 찾을 때 중요한 포인트다. 어두운 피부색은 연한 골드, 브라운 계열의 안경 프레임이 좋다고 한다.
안경은 눈이 좋지 않을 때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패션의 한 요소로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렌즈 없이 안경을 쓰거나,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사람에게 안경은 시력을 보조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물론, 안경을 단순히 시력 보조 도구로만 보는 사람도 많다. 안경 업계에선 국내의 안경 평균 착용 기간을 2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안경을 교체하는 시기는 더 느려진다. 안경은 패션처럼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교체하거나, 유행에 민감한 상품은 아니다. 하지만, 안경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쓰는 건 스타일링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경을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으면 눈 건강에도 좋지 않다. 안경 관련 전문가들은 “비싼 렌즈를 오래 착용하는 것보다 괜찮은 제품으로 자주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다. 안경과 선글라스 렌즈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2~3년이 지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스크래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코팅이 벗겨지게 된다. 렌즈 코팅이 벗겨지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저하돼 각막 손상이 일어나게 돼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즈그램(대표 최영준)은 캐나다에서 1년 동안 398달러(캐나다 달러)를 지불하면 3개의 안경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 대표는 "무도수 선글라스 구독 서비스는 북미에 존재하지만 도수 안경 구독 서비스는 세계 최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북미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이즈그램은 눈 건강을 챙기는 것과 더불어 자신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 장소, 경우(TPO)에 맞는 안경을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안경은 1개당 300~500달러 정도로 비싼 편이다(국내도 안경 평균 가격은 15~22만 원 정도 된다). 아이즈그램을 통하면 안경 1개를 살 수 있는 비용으로 1년에 3개의 안경을 받을 수 있다. 국내는 온라인 도수안경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캐나다와 미국 등의 해외에선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 나올 수 있던 서비스다.
최영준 대표는 “기존 시장 상품의 1/3~1/4정도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소량의 프레임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이다. 외주 생산의 경우 최소주문수량이 있으며, 컬러별로 생산하면 어쩔 수 없이 재고가 많이 남게 된다. 북미에서 가장 성공한 온라인 안경 서비스도 중국에서 외주 생산을 하고 있다. 아이즈그램은 진정한 D2C(Direct to Customer)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줄인 비용은 다시 렌즈의 품질을 높이는 투자로 이어졌다.
아이즈그램은 이용자가 눈이 나빠서 고굴절 렌즈를 사용해야 하더라도 비용을 추가로 받지 않는다. 네 번 압축한 렌즈인 1.74 렌즈(안경원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다)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하고 있다. 북미에선 일반적으로 멀티코팅이라 부르는 UV코팅을 비롯해 긁힘방지, 반사방지. 초발수코팅 등 모두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지만, 아이즈그램은 이를 무상 옵션으로 넣었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 눈 건강을 위해 필수품이라고 하는 청광차단렌즈도 비용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다(북미에서 청광차단렌즈는 30~100 달러까지도 추가 요금이 붙기도 한다). 최 대표 본인이 라식 수술 전 1.74 렌즈를 추천받을 때 고민했던 부분이라 비용적인 부분에서 타협을 하지 않았다.
최 대표가 ‘구독’과 ‘온라인 판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소비자가 고품질 안경을 실패 없이 구매하는 새로운 혁신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고품질 안경을 여러 개 구매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아이즈그램은 마진이 적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가격을 저렴하게 설정했다. 그는 “소비자 경험이 축적되면 변화에 익숙해지고, 이런 변화가 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던 안경 산업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온라인/모바일 시장의 성장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불편함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화 주문이 불편한 MZ 세대는 배달 앱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듯,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안경을 구매할 때의 불편함을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을 찾게 될 것이란 뜻이다. 그는 “안경을 구매할 때 본인 의사보단 안경사 추천에 의해 상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안경원에 안경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이를 하나씩 써보면서 본인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 직접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미용실에서 남자 손님이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라는 질문에 잘 답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
최 대표가 생각하는 ‘구독’은 VVIP를 위한 케어 서비스다. 고객 케어의 핵심은 고객이 제품을 편하게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용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렌즈를 안경사가 고객 맞춤으로 제공하게 하고, 프레임 크기와 모양을 편하게 고르면 된다. 여기서 원하는 프레임과 최적화된 렌즈를 받을 때 비용을 추가로 내지 않는다는 점에 이용자는 만족하게 되고, 상품을 받고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를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아이즈그램은 구독 동안 변심, 소비자 파손 등 이유를 묻지 않고 2회의 무상 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첫번째로 받은 안경에 만족하지 못하면 교체가 아니라 구독료 전액을 환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는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안경 도수, 프레임, 청색차단기능 등의 옵션과 관계없이 1년에 안경 3개를 제공하는 베이직 플랜이다. 둘째, 프리미엄 플랜은 1년에 3개 안경을 선택할 수 있으며, 선글라스 착용률이 높고 운전이 생활화된 북미 특성에 부합하는 특수렌즈를 고를 수 있는 방식이다. 실외와 실내에서 색이 변하는 변색렌즈, 미러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도수 선글라스, 드라이빙 렌즈 등이 제공된다. 셋째, 노안 문제를 겪는 소비자를 위해서 제공되는 비싼 누진다초점 안경을 1년에 2개 제공하는 프로그래시브 플랜이다.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아이즈그램은 지난 1년간 캐나다 현지 안경원과 안경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은 높은 품질의 메이드인 코리아/재팬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고, 샘플 안경을 제공했을 때 코 높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아이즈그램의 안경 프레임은 아시아인에게 가장 편안하게 설계돼 있어 이들이 특히 만족했다고 한다. 동양인의 얼굴 윤곽은 서양인과 다르다. 동양인은 두상 옆부분이 넓기 때문에 안경 다리가 더 벌어져야 착용할 때 편하다. 서양인에게 특화된 기존 안경 프레임은 불편한 구조다. 아이즈그램의 안경 프레임은 동양인에게 특화됐기 때문에 이들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아이즈그램의 안경은 동양인 중에서 동북아시아인에게 최적화돼 있다. 해외에 있는 한인이 1차 타깃이지만, 다민족국가인 북미 특성상 범아이사권 시장에만 진출해도 큰 성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후로는 인종별로 특화된 코 높이, 두상 모양에 맞춰진 안경 프레임을 개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에게 사람들이 안경을 여러 개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현재 안경을 5개 정도 갖고 있는데, 기분과 장소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 안경을 바꿔서 착용하고 있다. 이처럼, 정장에 어울리는 안경, 레저/운전 등을 위한 캐주얼한 안경, 집에서 쉬면서 TV나 책을 볼 때 착용하는 안경 등 TPO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안경이 여러 개 있으면 기능성과 패션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안경에 따라 인상이 바뀌는데, 그런 측면에서 가장 손쉬운 성형과 같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안경은 마치 SPA 브랜드의 옷처럼 느껴진다. 옷과 신발도 매일 TPO에 맞춰서 갈아입는데, 안경이라고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가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안경의 패션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얼굴에 착용하는 액세서리, 패션 아이템인 안경은 왜 매번 똑같을까?”
최 대표는 그 이유를 ‘가격’에서 찾았다. 사람들은 과감하게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실패를 피하기 위해 전과 같은 제품을 관성적으로 구매한다. 아이즈그램은 구독 서비스로 안경 구매 가격을 낮추었다. 또한, 고객 얼굴 윤곽을 분석해 가상으로 안경을 착용할 수 있는 가상피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마트폰/노트북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고 아이즈그램 홈페이지에서 가상피팅 서비스를 이용하면, 안경을 미리 착용해보고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안경을 받았더라도 무상 교체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안경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다. 정보 인지의 80% 이상이 눈을 통해 이루어진다. 안경은 생활 필수 보조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안경에 대한 정보 불균형은 심하다. 안경원에 방문한 소비자는 알아듣기 힘든 옵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훌쩍 올라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처방전만 제공하면 나머지는 아이즈그램이 알아서, 비용 상승 없이 해당 시력에 최적화된 안경렌즈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보다 편하게, 다양한 안경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독 서비스다”라고 했다.
최 대표에게 아이즈그램의 핵심 전략은 ‘낮은 가격’인지를 물었다. 그는 “북미의 온라인 안경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0% 밑돈다. 안경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하는 소비패턴이 여전히 강세다. 또한, 보수적인 국가인 캐나다는 변화가 거의 없다. 온라인 안경 시장이 커지길 바라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도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이들과 저가 경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 좋은 제품을 판매해서 온라인은 저품질의 상품을 싸게만 파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안경과 관련이 없는 영화, 게임 마케팅, 데이터분석 산업에서 일을 했다. 그가 안경 산업에 진출하게 된 이유는 안경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이 산업에 새로운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보수성이 강한 산업이라는 생각에 그렇다면 역으로 ‘작은 변화도 혁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3년간 안경 산업과 새로운 아이템을 분석하고 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최영준 대표는 “한국 안경 산업은 한때 글로벌 경쟁력이 막강했고, 세계 3대 안경 도시에 대구가 속해 있었을 정도다. 지금은 중국산, 베트남산 제품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한국 안경 산업이 다시 글로벌 도약을 할 수 있길 바라며, 해외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라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