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시크릿 모드'로 인터넷 해도 비밀은 없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한국인의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추적당하고, 유출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퍼진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사례는 흔합니다. 사소하게는 선거철만 되면 오는 후보들의 문자, 내 관심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듯한 광고 문자부터 심하면 내 신상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보이스피싱까지…. 시대가 이러니 개인정보 보호에 극도로 민감하신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택배를 버릴 때 송장은 다 따로 폐기해서 버리고, 집에 파쇄기를 두고 민감한 서류를 다 세절해서 버리는 분들도 계시고요.
인터넷 서핑할 때도 이른바 ‘시크릿 모드’를 애용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크롬에서는 ‘시크릿 모드’, 엣지에는 ‘InPrivate 브라우징’, 사파리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브라우징’, 파이어폭스에서는 ‘사생활 보호 창’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이 시크릿 모드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는 걸까요? purrXXXX님의 사연입니다. (일부 내용 편집)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편이라 인터넷을 할 때 항상 시크릿 모드를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하면서 시크릿 모드 써도 별로 소용 없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살짝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크릿 모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어떤 원리인지 정확히 모르는 건 사실이긴 했습니다. 그냥 막연히 도움이 되겠거니 하고 썼는데요. 시크릿 모드가 정말 개인정보 보호에 별 도움이 안 되나요?"
시크릿 모드, 이용자를 완전히 ‘익명’으로 만들어 주는 건 아냐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시크릿 모드가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그 용도와 효과를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 게 적절할 거 같습니다. 시크릿 모드의 가장 큰 역할은 이용자의 인터넷 활동 기록을 해당 기기에 저장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인터넷 활동 기록이라고 하면 이용자의 검색 기록, 비밀번호, 쿠키 등을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브라우저는 이용자가 전에 어떤 웹사이트에 방문했는지 그리고 어떤 정보를 입력했는지 기록해두는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전에 방문한 웹사이트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한 번 입력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할 필요 없이 대신 기록해두니 여러모로 편리함을 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해당 기기를 나만 쓰는 게 아닌 경우인데요.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정보에 쉽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들키고 싶지 않은 내 은밀한 인터넷 접속 기록을 가족이나 동거인에게 들키는 경험을 한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시크릿 모드는 바로 이런 일을 막아주는 기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크릿 모드에서는 브라우저 창을 닫는 순간 모든 인터넷 활동 기록이 삭제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이용자와 함께 사용하는 기기에서 내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 시크릿 모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공장소나 회사에서 공용 PC를 사용할 때 특히 도움이 되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화된 기기에서도 혹시라도 다른 사람 스마트폰을 잠시 빌리거나 빌려줄 때 이용할 수 있고요.
이렇게 시크릿 모드는 어디까지나 기기에 인터넷 활동 기록을 지워줄 뿐, 이용자를 완전히 익명화하는 기능은 아닙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그 한계가 명확한 셈이죠. 물론 브라우저에 따라서는 검색 기록을 익명화하거나, 맞춤형 광고를 위한 추적기를 차단하는 등 추가적 보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기기가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나 학교나 회사 서버, 내가 접속한 웹사이트 서버에 남는 기록까지 어찌하진 못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인터넷에서 뭘 검색했는지, 언제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내 컴퓨터에는 기록이 안 남아도 ISP나 해당 웹사이트에는 기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죠.
따라서 회사에서 업무와 상관없는 인터넷 이용 기록을 숨길 목적으로 시크릿 모드를 이용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그걸 항상 감시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다 알 수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 이치로 범법 행위나 관련 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시크릿 모드를 활용해도 수사망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부디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 혹은 사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앞으로 메일(pengo@it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