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직관적 외관과 신속한 반응성이 일품, 맥 스튜디오·스튜디오 디스플레이
[IT동아 남시현 기자] 컴퓨터의 핵심 연산을 담당하는 중앙 처리 장치의 성능은 공정의 미세도와 동작 속도, 소비 전력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연산 처리를 담당하는 코어의 숫자다. 동일 공정 등의 조건이라면 반드시 코어 수가 높을수록 성능이 뛰어나다. 같은 라인업 내에서 듀얼 코어보다 쿼드 코어가 좋고, 쿼드보다 옥타 코어의 성능이 훨씬 좋은 이유가 바로 코어의 숫자 때문이다. 따라서 코어 수를 무조건 늘리면 그만큼 성능도 늘어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 CPU에 탑재할 수 있는 코어의 수는 다이의 면적을 초과할 수 없다. 다이 면적을 넓히면 코어를 더 넣을 수 있게 되긴 하지만 그만큼 발열과 소비전력이 늘어나고, 분리된 다이 간의 통신 성능도 확보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CPU 소켓이나 발열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새 프로세서가 출시되더라도 최대 코어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초고성능 및 서버용 제품의 경우 CPU 2개를 메인보드 하나에 직결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하지만 애플은 달랐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애플 M1은 4개의 성능 코어 및 4개의 효율 코어, 그리고 8개의 GPU로 구성된 프로세서다. 원래라면 성능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구조지만, 애플은 다이를 근접 배치하고 `울트라 퓨전’ 기술로 한데 엮어 성능을 배수로 끌어올렸다. 두 개를 붙인 M1 프로는 8개의 성능 코어와 2개의 효율 코어, 16개의 GPU를 갖추며 또다시 배수로 다이를 키운 M1 맥스는 8개의 성능 코어와 2개의 효율 코어, 32개의 GPU가 적용된다. 여기서 또 두배로 다이를 키운 M1 울트라는 16개의 성능 코어와 4개의 효율 코어, 그리고 64개의 GPU를 장착한다. 다른 제조사는 폼팩터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지만 애플은 하드웨어까지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 M1 시리즈 기반의 고사양 데스크톱, 맥 스튜디오
애플의 컴퓨터 라인업은 M1 및 M2가 탑재된 애플 맥북과 애플 맥북 프로 13, M1이 탑재된 맥 미니, 아이맥 24를 기본으로 둔다. 그 위로 M1 프로 및 맥스 탑재한 맥북 14, 16, 데스크톱 형태의 맥 스튜디오가 있다. 특히 맥 스튜디오는 최고 사양인 M1 울트라까지 적용되는 고사양 제품이다. 라인업상 최고 사양인 맥 프로 아래의 제품이지만, 현재 출시된 애플 실리콘 기반 컴퓨터 중에서는 가장 최고 사양에 해당한다.
맥 스튜디오는 스튜디오라는 이름답게 영상 편집이나 음향 작업 등 고사양 컴퓨팅이 필요한 작업 환경을 위한 제품이다. 디자이너들의 취향을 저격이라도 한 듯한 깔끔한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보디를 갖추고 있으며, 전면 및 후면도 데스크톱다운 수준의 인터페이스가 적용돼있다. 또한 고품질의 작업 환경에 걸맞은 화상을 제공하는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다른 디스플레이도 연결할 수 있지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여러 작업자가 동일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비교적 일관된 영상 품질로 작업할 수 있다.
리뷰에 사용된 맥 스튜디오는 10코어 CPU 및 24코어 GPU, 16코어 뉴럴 엔진이 적용된 M1 맥스 사양이며, 400GB/s의 메모리 대역폭과 32GB 메모리가 적용돼있다. 저장 장치는 기본 512GB에 추가 옵션을 통해 1~8TB까지 늘릴 수 있다. M1 맥스의 경우 1개의 동영상 디코딩 엔진과 2개의 인코딩 엔진, 프로레스(ProRes) 인코딩 및 디코딩 엔진이 2개 탑재돼있다. 상위 버전인 M1 울트라는 CPU와 GPU 코어, 메모리, 미디어 엔진과 메모리 대역폭이 전부 두 배다.
크기는 세로 및 가로 19.7cm에 두께가 9.5mm의 직사각형 형태다. 무게는 M1 맥스가 2.7kg, M1 울트라가 3.6kg인데, 방열 성능을 위한 구조로 인한 차이로 보인다. 전면의 인터페이스는 10Gbps 속도의 USB-C 단자와 2개와 UHS-II 등급의 SD 슬롯이 적용돼있다. M1 울트라 모델의 경우 전면 단자까지 썬더볼트 4다. 후면에는 4개의 썬더볼트 4 단자와 10Gb 이더넷 단자, 전원 단자, 최대 5Gbs를 지원하는 USB-A 단자 2개, HDMI 단자, 오디오 단자 및 전원 버튼으로 구성된다. 이는 맥북 프로 16과 비교해 훨씬 단자가 많고, 현행 맥 프로의 기본 단자와 비교해도 더 알찬 구성이다.
전문가용 디스플레이의 새 표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600니트 및 P3 색역을 갖춘 5K(5120x2880) 해상도 5K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27형 디스플레이다. 전문가용 디스플레이인 만큼 600니트 P3 모드는 물론 Rec. 709 대응 HDTV 모드와 NTSC 기반 SMPTE-C 모드, PAL 및 SECAM모드같은 방송규격과 함께 영상 편집용 P3-DCI 및 P3-D65, 인쇄 대응용 P3-D50와 사진 대응용 P3-D65, 웹 디자인용 sRGB 색상이 레퍼런스로 제공된다. 물론 디스플레이 특성상 장기 사용 시에는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거쳐야 정밀한 색상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XDR 디스플레이에 적용됐던 비반사 처리 기술인 나노 텍스처 글라스, 기울기 및 높이 조절 스탠드를 별도로 선택할 수 있다.
디자인은 전면 강화유리가 인상적이며, 측면과 후면은 애플 제품 특유의 아노다이징 처리된 알루미늄이 덮고 있다. 디스플레이 두께가 측면과 중앙이 일관적이며, 포스캔슬링 우퍼를 탑재한 하이파이 6 스피커 시스템이 와이드 스테레오 사운드로 적용돼 일반 모니터보다 한 차원 높은 음장감 및 음향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스튜디오급 3 마이크 어레이를 갖춰 화상회의는 물론 음원 녹음도 시도해볼 정도다. 카메라 역시 센터 스테이지를 지원하는 1천2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돼 작동 시 사용자를 자동으로 줌인, 추적한다.
인터페이스는 1개의 썬더볼트 3 포트와 3개의 USB-C형 단자가 후면에 제공된다. 썬더볼트 규격으로만 디스플레이가 전송되기 때문에 맥OS 몬터레이 12.3 이상, 2016년 이후 출시된 맥북 프로부터 활용할 수 있으며, 아이패드OS 15.4 버전이 설치된 아이패드 프로 12.9 및 11, 아이패드 에어 5세대 제품도 쓸 수 있다. 장치와 연결되면 측면에 있는 세 개의 USB-C 단자가 자동으로 활성화돼 허브로 쓸 수 있다.
‘스튜디오’ 수준의 작업에 최적, 두 장치 조합은?
맥 스튜디오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맥 미니보다 높은 성능이 필요하면서, 일관된 디스플레이 성능이 필요한 컴퓨팅 환경에 적합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스튜디오 환경이며, 사진이나 영상, 음원 편집 등의 환경에 적절한 성능이다. 기존에 맥 프로와 XDR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매킨토시의 활용도가 높은 작업에 추천된다.
전문가용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 및 렌더링 소프트웨어 시네마 4D 기반의 뷰포트 벤치마크를 먼저 실행했다. 해당 벤치마크는 렌더링 작업 시 활성화되는 장면의 초당 프레임을 측정하며, 속도가 빠를수록 안정적인 실시간 화상을 볼 수 있다. 이때 애플 M1 맥스가 획득한 점수는 1629.6점으로, 1382점인 AMD 라이젠 9 5950X보다 훨씬 쾌적하고 1587점인 11세대 인텔 코어 i9-11900K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뷰포트 성능은 얼마나 쾌적하게 편집을 진행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편집 성능 자체가 높다고 볼 대목은 아니다.
시네마 4D를 기반으로 특정 화상을 10분간 반복 렌더링해 프로세서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시네벤치 R23을 통해 M1 맥스의 성능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때 M1 맥스가 획득한 점수는 다중 코어 기준 1만2345점, 단일 코어 기준 1537점으로 확인된다. 처리 속도 자체는 12세대 인텔 코어 i5-12400F나 AMD 라이젠 7 3800X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코어 수가 두 배인 M1 울트라는 다중 코어 점수가 두배에 가까워서 인텔 코어 i9-12900F나 AMD 라이젠 9 3950X와 맞먹는 처리 속도를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M1 맥스는 렌더링 성능은 경쟁사 데스크톱과 비교해 특출 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통합 메모리의 영향으로 실시간 보기 등의 반응성은 우수하다.
시스템 메모리와 그래픽 메모리가 통합돼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일반적인 컴퓨터는 메인보드의 시스템 메모리와 그래픽 카드의 VRAM가 따로 구분된다. 따라서 어떤 작업을 수행하고, 또 해당 소프트웨어가 어떤 메모리 자원을 활용하는지 따져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애플 실리콘은 두 메모리가 통합돼있어서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이 넉넉하다. 예시는 3D 렌더링 프로그램인 옥테인 X의 동작 화면인데, 이때 M1 맥스의 메모리가 1GB 사용 중이며 32GB가 가용 메모리로 잡힌다. 만약 32GB DDR5에 RTX 3080 12GB인 시스템이라면, 시스템 메모리가 32GB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12GB 메모리밖에 쓸 수 없다. 이처럼 자유로운 메모리 안배가 가능하다는 점이 애플 실리콘 기반 맥의 장점이다.
GPU의 실질적인 작업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분당 프레임 생성 속도를 통해 프로세서 성능을 확인하는 블렌더 3.1 벤치마크를 활용해 CPU 렌더링과 GPU 렌더링을 각각 실행했다. 이때 CPU 렌더링은 각 벤치마크 총합 193.85점을 획득했다. AMD 라이젠 7 5800과 비슷한 정도다. 반면 GPU는 617.4점으로 엔비디아 GTX 1080과 비슷한 정도다. 프로그램 최적화에 따라 이보다 더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성능은 출시 2~3년 차에 접어든 하이엔드 데스크톱과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노트북과 비교하면 우수한 편이고, 또 통합 메모리가 높아서 체감 작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추가로 고려할만한 사안이다.
높은 품질과 완성도, 하지만 궁극의 ‘편집머신’은 아냐
맥 스튜디오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성능적 특성이 분명한 장치다. 애플 실리콘의 경우 전력 소모 대비 성능비가 뛰어난 것이지, 최대 성능이 극적인 건 아니다. 따라서 강력한 데스크톱이 필요한 조건보다는 활용도와 반응성이 뛰어나면서도, 인터페이스나 확장성이 좋은 제품을 찾는 경우에 적합하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의 경우 일관된 품질과 안정적인 디스플레이 성능을 찾는 사진 및 영상 전문가 등이 두루 활용하기 좋다. 대신 썬더볼트 4 기반이어서 HDMI나 DP 연결 시 별도 케이블이 필요하고, 윈도우 기반과 PC와 연결할 때 센터스테이지나 공간음향 기능 등을 쓸 수 없다.
맥 스튜디오의 가격은 M1 맥스 모델이 269만 원부터 시작하며, M1 울트라 모델이 539만 원부터 시작한다. 64코어 GPU에 128GB 통합메모리까지 탑재하면 782만 원을 넘어간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기본 스탠드 기준 209만 원부터 시작하고, 나노 텍스처에 다기능 스탠드를 포함하면 303만 원대로 높아진다. 물론 어도비 RGB나 DCI-P3 99% 수준의 전문가용 모니터도 이 정도 가격대이므로 비싸다고 볼 순 없다. 맥 스튜디오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조합은 강력한 성능보다는 안정적인 성능과 활용도가 우선인 작업 환경에 적합하다. 이름에 ‘스튜디오’가 붙은 이유도 딱 그런 환경에 잘 맞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