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운영관리] 10. "IT시스템 도입보단 운영관리가 더 중요하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연재순서]
1부-디지털전환 성공 키워드는?.. "철저한 분석", "IT 인프라 관리"(https://it.donga.com/101699/)
2부-"반복업무는 RPA에 맡겨라", 직원은 고부가가치 창출에 집중(https://it.donga.com/101767/)
3부-RPA는 '마법' 아니다.."철저한 준비 없으면 곤란"(https://it.donga.com/101801/)
4부-"해외에서 RPA는 승승장구".. 국내 RPA는 확산도 어려워(https://it.donga.com/101858/)
5부-"RPA 도대체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 C레벨과 실무진 위한 RPA 이모저모(https://it.donga.com/101954/)
6부-속도 못내는 디지털전환, 기업 위기감은 커져.. "국내도 클라우드 기반 IT운영관리 필요"(https://it.donga.com/102041/)
7부-"IT인프라 관리 개별 기업이 감당 어려워"...AI와 결합한 IT운영관리 필수(https://it.donga.com/102101/)
8부-AI와 디지털전환.. 왜 생각만큼 발전이 없을까?(https://it.donga.com/102210/)
9부-MSP "클라우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 클라우드 관리의 전문성 필요(https://it.donga.com/102270/)
10부-"IT시스템 도입보단 운영관리가 더 중요하다"(https://it.donga.com/102361/)
“IT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끝이 아니다. 이후로 IT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IT운영관리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아무리 많은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예산을 늘려도, IT인력과 자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디지털전환에 불과하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 IT솔루션을 도입하고 단순 업무 도구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현실로 인해 진정한 디지털전환을 일궈낸 기업은 상당히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IT가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IT운영관리 업계는 조직과 정보 시스템을 업무 프로세스 중심으로 통합하고, 기업 정보 및 자원의 흐름을 관리하는 워크플로(Workflow) 등의 IT운영관리 시스템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IT운영 전문가들은 “IT운영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클라우드 기반의 SaaS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기업도 IT 인력 부족으로 핵심 비즈니스 위주로만 디지털전환에 나서는 상황에서, IT시스템을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관리하는 것은 비용과 인력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엔 서비스나우의 나우플랫폼(Now Platform)처럼 ITSM을 SaaS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다. ITSM은 ITIL 등 국제표준 기반으로 IT서비스 관리 프로세스를 구현한 소프트웨어로, 기술에 대한 모범 사례, 자동화나 사용자 경험 향상을 하는 방식 등이 담겼다. 이를 기업 환경에 맞춰 재구축한다. 기업의 IT운영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프로세스 자동화, IT 자원현황 분석 등을 지원해 최적의 IT운영이 가능하게끔 돕는 솔루션이다.
IT 환경은 빠르게 변한다...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IT운영환경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인프라만 도입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IT 자원의 낭비를 막을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멀티 클라우드로 인해 IT운영 구조는 복잡해졌고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하는 앱의 종류와 수도 늘어나면서, 기업 내부에서 IT 자원 사용 현황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게 어려워졌다. 많은 기업이 어떤 부서에서 클라우드를 누가 쓰고 있는지 IT자원 현황을 분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IT 운영관리의 실패는 두 가지 문제로 이어진다. 첫째, IT 인프라와 관련된 비용이 폭증한다. 클라우드를 도입했는데 비용 대비 효과성을 모른다면 자원을 최적화해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서비스 장애에 대한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 장애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원인 파악이 안 되면 장애를 복구할 수 없다. IT시스템의 장애나 중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문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IT운영팀을 필요에 따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증가한 업무는 기존 인력이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IT 인력부족으로 문제 해결은커녕 신규 서비스 개발도 늦어지고 있는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디지털 제품을 최적의 시기에 출시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서비스나우 등의 IT운영관리 기업은 IT인력 부족의 문제를 로코드와 자동화를 통해 해결한다. 로코드는 코딩 과정을 최소화해 간단한 소스코드를 사용하거나 마우스 클릭으로 프로그램과 앱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업의 IT인력은 핵심 비즈니스를 담당하게 하고, 현업자가 포털 제작이나 인사 업무 지원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로코드로 직접 개발하게 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이미 현업자들의 로코드 사용이 표준화된 방식이라고 한다. 또한, CMDB라는 데이터 베이스에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통해 단순 반복되는 업무를 찾아 자동화를 지원하기도 한다.
IT시스템을 떠받치는 장비도 지속적인 관리 필요.. “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은 자동화”
많은 조직에선 수천 대의 IT장비를 점검하고 IT 서비스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고작 수십 명 규모의 IT인력이 맡고 있다. 이들이 네트워크 장비를 점검하며 장비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네트워크 설정을 변경하며, 웹사이트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맡는 것이다. 모든 IT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IT운영관리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필요한 업무들을 모두 자동화하는 데 들어가는 패키지 구매에만 수백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IT운영관리 서비스 ITOMS(아이톰스)를 제공하는 인포플라 최인묵 대표는 국내도 해외 시장처럼 클라우드 기반의 IT운영관리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T운영관리 솔루션이 SaaS로 제공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단일 업무 자동화용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게 보편적이다. 다만, 패스워드만 관리하는 패키지를 구매할 때 장비 3천 대 기준으로 21억 원의 견적이 나올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최 대표는 “패키지 형태의 방식은 IT운영관리 시장의 확산 속도를 더디게 만든다.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구독형 클라우드로 빠른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단순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로 IT시스템 관리를 자동화할 순 있지만 임시방편에 가깝다. 대부분의 RPA 솔루션은 PC 윈도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해 확장성이 떨어져, 윈도PC를 넘어 맥OS PC, 태블릿,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장비 등에서 범용적으로 쓰기가 어렵다. 최 대표는 “IT운영관리 업무는 대개 정형화된 것들이다. 정형화된 업무별로 RPA 자동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인포플라는 리눅스나 윈도처럼 장비별 OS에 맞게 표준화된 RPA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이를 각 장비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RPA가 IT운영 서비스의 장애를 예측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장비 상황을 체크할 때 CPU나 메모리 자원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RPA가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자원에 여유가 없으면 담당인력에게 알람을 보내 이를 해결하도록 한다. AI를 활용해 가까운 미래에 CPU 자원을 얼마나 쓸지도 예측할 수 있다. CPU 과부하가 예상될 때 담당인력이 사전에 대응해 IT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클라우드 도입만 하면 끝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클라우드 관리 영역”
중소기업인 A기업은 10대의 장비를 3명의 관리자가 관리한다. 다만, 관리자가 IT운영관리에 특화된 전문가가 아니라 대부분의 관리를 MSP(Managed Service Provider)에 맡기고 있다. MSP는 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을 운영 및 관리하는 IT운영서비스 사업자를 말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떠오른 MSP는 클라우드에 대한 경험이 없고, 관련 인력도 부족한 기업을 위해 IT운영관리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맡는다.
클라우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다.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기술에 능숙한 인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클라우드 환경으로 처음 이전하거나, 클라우드 관련된 운영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기업은 온프레미스(자체 서버 인프라)와 다른 클라우드 환경 때문에 클라우드 전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클라우드 전문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MSP에 의존하게 된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의 고민은 “기업이 보유한 숟가락과 젓가락을 누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기업이 대여한 클라우드 자원을 말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엑센츄어(Accenture)에 따르면, 기업은 평균적으로 클라우드 지출의 30%를 낭비한다. 클라우드는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라서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지불할 금액도 커진다. 사업을 확장하면 클라우드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자원 현황 분석이 안 되면 줄줄 새는 비용도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MSP 3사는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메타넷티플랫폼이 있다. 이들은 주로 기업의 서버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작업을 돕고, 클라우드 관리를 맡는다. MSP 업체는 주로 IT리소스를 누가 얼마큼 썼는지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클라우드 비용을 최적화한다. 클라우드 운영을 자동화하는 SaaS 솔루션인 베스핀글로벌의 옵스나우(OpsNOW)처럼 클라우드 관리 기술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옵스나우를 통해선 멀티 클라우드 자산을 통합관리, 자산 최적화 관리, 클라우드 사용량 확인 및 비용 예측 등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SaaS 도입에 주저하는 이유는 아직 솔루션의 효율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SaaS 자동화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도입을 막는 장벽이다. 특정 산업에 적합한 자동화 SaaS가 시장에 존재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최근 SaaS는 화상회의 툴처럼 단순히 협업을 돕는 것을 넘어서 산업별로 특화된 ‘버티컬 사스(Vertical SaaS)’로 진화했다. 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의료 영상을 판독하는 SaaS나 IT운영관리를 자동화하는 베스핀글로벌의 옵스나우와 인포플라의 아이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산업에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하던 업무를 자동화한다. 의사나 IT운영관리 인력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업무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베스핀글로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기업들이 SaaS 자동화 툴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됐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제 버티컬 SaaS가 기업에서 널리 활용되면 좋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포플라 최인묵 대표는 MSP와 자사의 SaaS형 솔루션인 아이톰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심화하는 MSP 산업에서 아이톰스가 제공하는 기능들을 고객을 유인하는 부가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SaaS는 도입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처음 사용해보고 효율성을 느끼게 되면 확장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았던 고객에게 아이톰스의 기능을 먼저 제공해보고, 고객이 SaaS가 자사의 비즈니스와 잘 맞는지를 확인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추후에 MSP는 아이톰스로 썼던 자동화를 클라우드에 그대로 연동할 수 있으며, 해당 고객이 자사의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SaaS는 도입 전에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려대학교의 인공지능연구소 최병호 교수는 “기술력과 자본이 없는 기업이라면 SaaS 도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술력과 자본이 있다면 비용과 효과를 분석해서 SaaS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 교수는 “ERP(전사적자원관리)만 보더라도 단순 도입하는 걸 넘어서 회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솔루션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 솔루션 도입에 따른 이익이 충분히 크다면 이러한 변화도 가치가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엔 어떤 프로세스가 변하는지,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직원 수는 얼마나 되는지, 밸류체인의 어느 단계인지 등을 자세하게 체크해야 최적의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