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정부혁신전략추진단 전충훈 과장,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만들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5월 14일, 前 정부혁신전략추진단 전충훈 과장은 ‘소유를 너머 공존’이라는 표어로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했던 ‘제6회 정부혁신제안 끝장발굴대회’를 마무리했다. 행정안전부 주최·주관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해 재고해봐야 할 여러 정책을 국민이 직접 제안하고, 민관 관계자가 모여 토론하고 숙성하며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에 참여해 목표를 한층 더 공고히 하고자 마련했다.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및 고령화 등으로 반려동물 가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기동물 수, 반려동물 학대, 반려인과 비반려인간의 갈등 등으로 인한 신고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어떻게 하면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국민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고자 제6회 정부혁신제안 끝장발굴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앱·웹 바탕의 기술적 제안을 포함해 대국민 캠페인,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방식의 국민제안 발굴을 목적으로 지난 4월 11일부터 26일까지 70여 건의 국민제안을 접수받았으며, 예선(소과)에서 심사를 통해 30팀의 국민제안을 본선(대과 초시)에 진출시켰다.
이에 IT동아가 이번 대회를 개최한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의 전충훈 과장을 만나 제6회 정부혁신제안 끝장발굴대회를 포함한 지난 4년간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고로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은 국민 중심의 상향식 정부혁신을 통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혁신추진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훈령, ‘18. 7. 9.)’을 제정하고, 지난 2018년 10월 11일 출범한 정부혁신 민관협의체인 ‘정부혁신협의회’와 국민참여 플랫폼인 ‘정부혁신국민포럼’의 구성 및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사무기구다.
어느덧 6회째를 맞이한 끝장발굴대회, 소유를 넘어 공존으로
IT동아: 어느덧 6회째를 맞이한 끝장발굴대회를 마무리했다고 들었다. 올해 표어는 ‘소유를 너머 공존’이라고 전했는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정책제안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전충훈 과장(이하 전 과장):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이번 끝장발굴대회를 개최했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공존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그저 소유하는 물건이 아닌 삶의 동반자에 가깝지 않은가. 반려인은 반려동물을, 마치 친구 또는 가족처럼 느낀다. 키우던 반려동물이 생을 마감하면 크게 상심에 빠져 스트레스를 이기 못해 ‘상심 증후군’을 앓는 반려인도 있다.
다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비반려인에게 이러한 모습은 낯설다.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반려인이 있다면, 반려동물에 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비반려인도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간다. 기분 전환을 위해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어른 크기만한 반려동물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비반려인도 있다. 학대받는 반려동물을 보호하자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무서워하는 비반려인이, 서로 의도치 않은 오해로 반목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난 4월 11일부터 26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해 70여 건의 제안을 받았으며, 4월 27일부터 28일까지 예선(소과)을 거쳐 30팀이 본선(대과)에 진출했다.
예선을 통과한 30팀은 반려동물 관련 제도개선, 캠페인, 공공앱 제안 등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제안을 구체화하며, 4월 29일 본선(대과 초시)에 참여해 최종 9팀이 결선(대과 복시)에 올랐다. 결선에 진출한 팀은 행안부 누리집을 통해 제안작에 대한 중복 수상 및 표절 여부 등 부정행위 여부 공개검증 기간(5월 2일~12일)을 가졌고, 결선(대과 복시)에 진출한 9팀은 멘토링을 통해 제안을 다듬었다. 이후 광화문1번가를 통해 진행한 국민투표(5월 13일~14일)와 팀별 현장 발표점수(5월 14일) 등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IT동아: 아… 반려동물 관련 정책제안이라고 들어서 학대와 같은 문제를 다룰 줄 알았다. 그런데 비반려인과 반려인, 그리고 반려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은 것인가.
전 과장: 맞다. 반려동물 관련 제안이라고 하면, 흔히 반려동물과 반려인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얽혀있기 마련이다. 반려인이 있다면, 비반려인도 있다. 비반려인은 반려동물과 반려인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반려동물 관련 정책은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번 대회에 반려동물 관련 주제를 다뤄보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2021년 12월경이었다. 광화문1번가에서 국민들이 많이 제안하는 이슈 8개를 추렸고, 내부 심의를 거쳐서 기획했다. 약 3개월 동안 준비간을 거쳤고, 반려동물 단체, 반려동물 관련 농림축산부 관계자 및 각 분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대회를 디자인했다. 반려동물과 바려인, 비반려인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만들고 싶었다.
IT동아: 코로나19로 대회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전 과장: 맞다. 무박 2일 동안 진행하는 해커톤을 표방하는 끝장발굴대회 특성상 오프라인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길 원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온/오프라인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번 대회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완화된 코로나19로 최종 발표 및 시상식을 오프라인으로 치룰 수 있었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오프라인으로 모여 진행했던 1회, 2회 때의 대회 모습이 떠올라서 감회가 새로웠다.
올해 대상을 차지한 온더독팀은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점수로 선정됐다. 발표도 재밌었다. 올림픽공원에서 공원을 산책하며 만나는 반려동물로 인해 겼었던 불편함을 정책 제안에 잘 녹였다. 특히, 반려인뿐만 아니라 비반려인을 배려하는 정책 제안에 심사위원과 투표에 참여한 참가자 모두를 만족시켰다.
온더독팀은 공원 내 반려동물 전용 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반려동물과의 만남을 꺼리는 비반려인과 반려인을 분리해 서로 불편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한 셈인데, 공원 산책길 위에 색칠해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새로운 공원 산책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산책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온더독팀은 산책길 위에 색칠하는 방법은 정책 실행을 위해 현실적인 문제로 작용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정책 제안으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정책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 않나. 색깔로 구분하는 고속도로 위 주행유도선처럼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구분하는 온더독팀의 정책은 실현 가능성도 높았다. 아, 참고로 온더독팀의 제안은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 국민참여혁신과에서 제안을 받아 실제 정책화 검토 단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어쩌면 우리는 몇 년 후, 공원 산책길에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존중하는 색깔유도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웃음).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이 추구했던 목표, 국민의 정책 참여
IT동아: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이 걸어온 길이 궁금하다. 지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민들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 정책으로 반영된 국민 제안도 있었는지.
전 과장: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은 국민의 제안을 정책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혁신제안톡’, ‘참신현답’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받은 국민 제안을 분과회의, 전체회의에서 숙성한 후 지난 4년 동안 95개의 제안을 정책화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코로나 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마스크앱 개발)’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정책화했던 사례다. 정부가 제공하는 재난대응 관련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대응 상황, 선별진료소, 공적마스크 판매현황 등을 공개했었다. 이후 공적마스크 판매 완료 약국 비율은 67.9%에서 86.4%로 상승하며 혼란했던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정책의 조기 정착에 기여했었다.
아이스팩 재사용을 활성화하고, 친환경 아이스팩 촉진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따라 ‘아이스팩 수거함 설치 및 재사용’이라는 국민 제안을 환경부와도 협업했었다. 해당 제안은 아이스팩 제작 가이드라인 배포 및 수거함 운영정보 대국민 공개,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 폐기물부담금 부과를 위한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 및 공포(2021년 5월 25일)’로 이어졌다.
‘무장애 숲길 설치기준 개선’ 제안도 기억에 남는다. 이용자 편의를 위한 탐방로, 숲길(데크로드) 설치 기준을 개선해 달라는 제안이었는데, 기존에는 산지관리법상 탐방로 숲길 유효폭은 1.5m로 제한되어 있었다. 때문에 휠체어, 유모차 등을 이용하기 어려웠고, 보행 안전상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해당 제안은 산림청과 협업해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 완료(2020년 1월)’로 개선됐다.
이외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범위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을 적용받아 보호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노무 제공의 기본원칙을 반영해 직종별 표준계약서 제‧개정을 추진한 ‘프리랜서 지원법령 제정 및 표준계약서 도입(행정안전부)’, 어구의 생산-판매-수거에 이르는 全주기 관리 강화를 위한 ‘해양쓰레기 저감을 위한 제도 개선(해양수산부)’ 등도 대표적인 정책화 사례다.
IT동아: 국민 제안을 선별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전 과장: 정말 많았다(웃음). 온‧오프라인을 통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662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714,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9,748건,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2,251건의 국민 제안을 받았다.
지난 발걸음 속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았던 것은 국민의 제안을 통해서 정책을 공동생산했다는 점이다.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실제 정책을 구현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존에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제안이 올라오면 담당 공무원이 판단하고,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접근성을 높인 혁신제안톡은 국민의 정책 제안에 ‘좋아요 30명 이상이 공감하면 토론으로 이어지고, 제안 숙성 기간을 거쳐 정책 반영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 담당 부처로부터 의견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결과는 컸다. 담당 공무원이 귀찮아도, 힘들어도, 우리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국민과 공무원이 만나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초기 목표로 했던 모습의 결과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IT동아: 국민이 직접 정책에 참여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많은 의견은 오히려 비효율을 야기할 수도 있지 않나.
전 과장: 그런 우려도 있었다. 수많은 국민 제안을 받은 뒤, 기존 정책과 겹치는 것은 없는지 선별하고 찾아야 한다. 그리고 중복되는 부분이 없어야만 토론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토론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관계 부처 담당자들의 심의도 거쳐야 하고, 정책 반영 타당성을 발견했을 경우 해당 부처로 이관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단기간에 빠르게 이뤄질 수 없다. 어쩌면 제안한 국민도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둘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 국민 제안의 등장은 심리적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말그대로 소통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웃음). 정부 입장에서도 ‘이게 정말 되는 일이구나’라는 반응을 얻었다. 국민과 정부가 함께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자부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당시 ‘온라인만으로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극복했다.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정보의 공유롸 온라인 토론의 활성화는 국민 제안의 토론을 현실화시켰다. 그만큼 국민 참여의 폭도 넓어졌고.
IT동아: 효율과 비효율…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공공의 이익을 찾아가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수많은 국민 제안 때문에 참 힘들었을 것도 같은데.
전 과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공무원과 국민, 정부와 민간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다고 자신한다. 국민 제안은 이미 만들었지만 미처 몰랐던 이전 정책을 재발견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시행 중이던 정책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알릴 수 있는 자리로도 활용할 수 있었고. 서로의 치부를 들추고,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과정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서로 보완하고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얼굴을 맞대며 대화하는 만남으로 발전했다.
국민 제안 활성화를 통해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4년간 국민들과 멀어질 수 있는 중앙부처 관계자를 모셔와 직접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현실을 반영한 정책 시행에 이바지했다. 지난 4년간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을 통해 수많은 국민과 대화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이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