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에 화물연대 파업…업친 데 덮친 자동차, 가전 업계
[IT동아 김동진 기자]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계속 유지를 요구하면서 일주일째 파업을 이어가자, 자동차와 가전을 비롯한 각 산업에 생산과 출하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품귀로 신차 출고 지연이 이어지는 자동차 업계는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물류난까치 겹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총파업 일주일째…車 업계 하루 피해 1000억원 추산
지난 7일 0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일주일째로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12일,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 사이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하루 평균 5000~6000대 사이 신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가동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하루 평균 1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타이어 업계의 일일 출하량도 평소 대비 40%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가전제품 역시 국내 생산품의 출하는 물론,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어오는 제품까지 항만에 적체돼 있다.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가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가운데 소비자 배송 지연뿐 아니라 해외로 향하는 제품의 수출길까지 막혀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계속 유지하라” 요구
화물연대가 파업을 강행하면서까지 요구하는 바는 ‘안전운임제 유지와 확대’다.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화물 운전자에게 일종의 최저임금제를 보장해 과로와 과적, 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20년 도입됐다. 해당 제도는 3년 일몰제로 올해 말 폐지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3개월마다 유가 변동분이 운임에 반영되고 있고, 월평균 업무시간도 줄어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제도가 폐지되면 다시 생계를 위해 과로와 과적, 과속에 내몰릴 것이기 때문에 안전운임제를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만 적용되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화주나 운송사업자 측은 해상, 항공 운송 비용이 폭등하고 있어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안전운임제가 유지되면 삼중고에 시달린다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재자로 나서야 할 주무부처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실제로 일몰제 폐지 조항 등을 담은 개정안은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여야가 일몰제 폐지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화물연대는 정부와의 교섭 결렬과 총파업 지속을 알리는 입장문을 13일 오전 언론에 배포하며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에 대해 적극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잠정안에 합의했으나, 최종 타결 직전 국민의힘이 돌연 잠정 합의를 번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는 화물연대와의 대화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질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 강력한 투쟁으로 무기한 총파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도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으나 검토 결과, 수용할 수 없어 대화를 중단했다”며 “화물연대가 공개한 합의안 내용은 실무 협의 과정에서 논의된 대안이지, 관계기관 간 협의한 최종 합의 내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화물연대와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초 안전운임제를 3년간 운영하기로 한 것은 해당 제도의 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를 가늠하기 위함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유류비 폭등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웠다”며 “평행선을 달리는 사태를 끝내기 위해선 제도를 2~3년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맞은 이번 파업으로 각 산업계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며 “사태의 장기화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원만한 합의를 조속히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