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콘텐츠 스텝업으로 K콘텐츠 세계화를 위한 디지털 역량 높인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한국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을 석권하고,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OTT 1위 플랫폼의 최대 흥행작이 되는가 하면, 한국 K팝 그룹의 콘서트에 대륙 전체가 들썩인다. 불과 몇 년 전이라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을 일들이 모두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명 경제 전문가이자 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미스는 지금의 한국을 ‘문화적 초강대국(Cultural Superpower)’이라고 지칭한다.
한국이 이처럼 단군 이래 최대의 문화적 전성기를 맞은 건 그만큼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시대적 변화도 절묘하게 맞물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소비가 급증했으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확산은 콘텐츠의 전 세계 배급을 그 어느때보다 쉽게 만들었다. 한국의 콘텐츠, 이른바 K콘텐츠가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시장에서 가지는 소구력이 커짐과 동시에 그 어느때보다 손쉽게 세계 시장에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 보자면 전례 없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렸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올해 진행하는 콘텐츠 스텝업은 이러한 기회를 붙잡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지난 2014년부터 진행된 업계 현업인들을 위한 직무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매년 현업인들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최신 트렌드를 팔로우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프로그램은 IP(지식재산권)와 테크놀로지, 플랫폼 세 개 분야로 구성됐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기술로 구현하며,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흐름 전체를 프로그램 구성에도 반영했다. 각각의 분야는 다시 특강, 실습 워크숍, 해외과정, 마스터클래스 등의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강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를 개괄할 수 있으며, 실습 워크숍에서는 업계 빅 플레이어들과 협업해 콘텐츠 제작 실무에 대한 실습 교육을 제공한다. IP 분야에서는 RBW와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테크놀로지 분야에서는 딥브레인 AI와 로커스, 플랫폼 분야에서는 넥슨과 네이버Z(제페토)가 실습 워크숍을 이끈다. 마지막으로 해외과정에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마스터클래스에서는 거장들의 인사이트와 미래 비전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한 분야 내에서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밟아나가며 전문성을 키울 수도 있고, 세 분야를 흐름에 따라 모두 수강하며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까지 이어지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도 있다.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를 아우르는 교육 과정인 셈이다. 콘진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기헌 기업인재양성본부 교육운영팀 팀장은 “대한민국에 이 모든 걸 모아놓은 프로그램은 없다”면서 “세계 최고의 K콘텐츠 전문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했다.
IP, 테크놀로지, 플랫폼 분야 외에도 ESG 분야 강의도 개설된다. 대기업들과 달리 여전히 ESG를 경영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콘텐츠 분야 중소기업들이 ESG 흐름에 대응하고, 이에 맞는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강연이 준비된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NFT나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콘텐츠 스텝업이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디지털 역량 재고다. 김기헌 팀장은 콘텐츠 업계도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은 만큼 디지털 역량을 기르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예전에는 콘텐츠 기획이나 창작이라고 하면 개인의 창의력에만 기대는 경향이 강했다. 요즘은 콘텐츠 기획도, 제작도, 유통도 디지털 기술이 반영되지 않으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콘텐츠 산업도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은 거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대응을 위한 디지털 역량을 스스로 재고하는 건 쉽지 않다. 공공기관으로서 이러한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게 콘텐츠 스텝업이다.”
오는 11월까지 이어질 콘텐츠 스텝업의 처음은 IP 분야 특강이다. IP 특강에서는 현재 콘텐츠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연사로 나서 세계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들의 성공 사례를 현업인들이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는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를 공동제작한 엔터미디어픽쳐스 이동훈 대표와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을 제작한 히든시퀀스 이재문 대표, K팝 분야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위원인 김영대 음악평론가와 마마무 소속사로 유명한 RBW의 김도훈 대표, 게임과 캐릭터 분야에서는 와디즈에서 IP 사업을 이끄는 이인균 이사와 ‘에픽세븐’을 서비스 중인 슈퍼크레이에티브의 김윤하 PD, 웹툰/웹소설 분야에서는 네이버 웹툰 김상미 팀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류정혜 본부장 등이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교육은 각종 실습 장비와 녹음실을 비롯한 실습 공간과 대강의실을 갖추고 있는 홍릉 콘텐츠 인재캠퍼스에서 진행된다. 현업 대상 오프라인 교육만 이뤄지는 실습 워크숍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으로도 수강할 수 있다. 오프라인은 1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온라인은 강의 전날까지 참여 신청을 받는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될 첫 IP 특강은 전날인 14일 오후 2시까지 참여 신청할 수 있다.
김기헌 팀장은 “프로그램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많은 기업이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거나 디지털 역량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