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직원 절반은 퇴사 고려 중..."직원 만족도 높이려면 반복업무 자동화 필요"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유아이패스(UiPath) 조사 결과, 응답자 48%가 향후 6개월 이내에 퇴사하는 걸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0명 중 8명은 “동료가 퇴사함으로써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출처=유아이패스
출처=유아이패스

유아이패스는 지난 2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호주, 싱가포르에서 5000명 이상의 사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변화하는 업무 환경 속 업무 성과와 만족도를 조사했다. 전 세계 응답자 83%는 동료가 퇴사함에 따라 기존 업무 외 최대 6개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고 답했다.

응답자 70%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에 관심이 있거나, 그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3분의 1의 응답자는 현재 다른 직무에 지원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미국인 근로자에 한정하면 이 수치가 44%까지 증가했다. 이들은 주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압박감 증가, 행정 업무에 과도한 시간 소비,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향상을 위한 훈련 부족을 퇴사를 희망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전체 응답자 94%는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근무 후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5%는 이메일 응답, 35%는 통화 및 회의 예약, 34%는 데이터 입력 및 데이터셋 생성과 같은 단순반복 업무로 인해 직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고,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불어오는 퇴사의 바람..."업무 피로감에 떠나는 직원 많아"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직원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대퇴사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920년대 호황기를 누리던 세계 경제의 거품이 일시에 꺼지면서 발생한 경제 대침체 시기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과 대공황 이후 증세 등의 조세정책으로 부유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를 급격히 줄인 ‘대압착(The Great Compression)’에 빗댈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퇴사 현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국 퇴사율(고용인원 중 스스로 일을 그만둔 사람의 비율)은 2.9%였다. 200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한 달간 퇴직한 근로자 수만 430만 명에 달한다. 미국 매체들은 대면 서비스 과정에서 마스크를 거부하는 고객들과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 동료 직원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남은 직원이 업무를 대신하는 것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경기가 회복하면서 일자리도 늘어나 기존에 다니던 직장의 저임금 문제, 낮은 승진 기회에 실망한 미국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느끼며 퇴사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퇴사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퇴사 현상이 발생했다고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는 ‘'대퇴사 시대'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 기사에서 “미국 보스턴 대학 퀘스트롬 경영대학원 자고르스키 선임 강사는 미국 경제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건실할 때 퇴사자가 늘어나며,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회복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퇴사 증가의 원인이 코로나와 관련된 건지 아니면 점점 더 안정세를 보이는 경기와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들의 퇴사가 산업 전반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업계에선 “대퇴사 현상까진 아니더라도 예전보다 퇴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한다.

유아이패스코리아의 이봉선 전무는 전화통화에서 “한국은 ‘대퇴사’라고 말할 정도로 퇴사율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일반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유아이패스는 직원들의 업무 불만족과 이로 인한 퇴사를 RPA를 통한 ‘업무 자동화’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RPA는 단순반복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별도 장비나 하드웨어 도입 없이도 기존 시스템에 소프트웨어 봇(Bot)을 설치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웹사이트나 앱 로그인, 시스템 데이터 입력, 파일 또는 폴더 옮기기, 빈칸에 단어쓰기, 웹 숫자나 데이터 추출과 계산, 이메일 내용에 기초한 업무 흐름 수행 등 다양한 일을 RPA로 자동화할 수 있다.

유아이패스가 2020년과 202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 57%와 미국인 응답자 67%는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에 업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91%는 자동화를 통해 시간 절약(52%), 생산성 향상(46%),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45%) 등으로 업무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자 중 71%는 자동화가 진행되면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유아이패스가 지난해 12월 미국 기업의 C레벨 및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5%의 응답자는 “자동화 시스템 및 교육을 조직에 통합하는 것이 기존 직원들을 유지하고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봉선 전무는 “기업들을 만나다 보면 젊은 직원들이 RPA를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자주 보였다. 입사를 한 뒤 엑셀 작업과 같은 단순반복 업무를 하면서 업무 만족도가 떨어졌던 직원들이 RPA로 업무 자동화를 하면 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며 RPA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젊은 세대는 학습 속도도 빨라 간단한 교육만 받아도 RPA를 잘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다만, 한국은 IT강국임에도 RPA 도입이 다른 선진국 대비 저조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전무는 “RPA 도입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다 보니 아직은 저변 확대가 잘 안 됐다”면서 “일본과 미국 등은 RPA를 5천 대씩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은 천 대를 넘는 경우도 드물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IT시스템이 굉장히 현대화돼 있다. 금융과 제조업 모두 차세대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구축했다. 그렇다 보니, 많은 기업에서 ‘이미 시스템이 고도화돼 있고, 자동화도 상당히 많이 완료됐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여러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았고, 시스템을 옮겨가며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동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비율이 높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봉선 전무는 “한국에서도 자동화를 통해서 기업이 성장하고 시스템이 성숙할 여건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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