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보된 성능, 아쉬운 존재감. AMD 라이젠 9 6900HS
[IT동아 남시현 기자] AMD의 최고경영자 리사 수 박사는 올해 1월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라이젠 6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라이젠 6000 시리즈는 6nm(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젠3+ 아키텍처와 AMD RDNA 2 그래픽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며, 저전력 프로세서를 기준으로 전작대비 69% 높은 비디오 인코딩 성능과 100%까지 향상된 게이밍 성능을 보여준 바 있다. 1월 공개에 앞서 2월에는 저전력 제품군인 코드명 ‘바르셀로’ 노트북이 출하되기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고성능 제품군인 ‘렘브란트’를 탑재한 노트북도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2년 5월 기준 국내 시장에 출시된 렘브란트 노트북은 에이수스 로그 스트릭스 G15/17과 터프 게이밍 A15/17, 레이저 블레이드 14 R9, 델 에일리언웨어 M15 등 그 수가 많지 않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기반 노트북과 비교하면 숫자도 적고 선택의 폭도 좁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AMD 라이젠 6000 시리즈의 성능을 접하기도 쉽지 않은데, AMD 라이젠 9 6900HS와 AMD 라데온 RX 6700S 기반의 에이수스 제피러스 G14로 직접 세부적인 성능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AMD 라이젠 9 6900HS, 어떤 특징 있나?
AMD 라이젠 6000 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은 6코어 12스레드 기반의 라이젠 5 6600HS 및 6600H,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라이젠 7 6800HS 및 6800H, 성능을 조금 더 끌어올린 AMD 라이젠 9 6900HS, HX, 6980HS, HX 모델까지 총 8종류로 나뉜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급형인 6800H와 상위 버전인 6900HX 기반 노트북만 출시돼있다.
리뷰에 사용된 에이수스 제피러스 G14는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AMD 라이젠 9 6900HS가 탑재됐고, 국내 시장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 AMD 라이젠 9 6900HS는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고성능 라인업이지만, 전력은 45W인 6900H 및 HX보다 10W 낮은 35W로 제한돼 성능은 조금 낮다. 대신에 발열이 줄고 배터리 효율은 높아져 가볍고 좋은 성능을 추구하는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내장 그래픽은 AMD 라데온 680M을 탑재하고 있으며, 메모리는 DDR5 16GB가 적용됐다. 외장 그래픽 카드는 AMD 라데온 RX 6700S가 사용됐는데, RX 6700S는 RX 6700M의 절전형 모델로, 10GB GDDR6 메모리가 적용돼있다.
AMD 라이젠 9 6900HS와 RX 6700S의 조합을 확인해보기 위해 연산 및 게이밍 성능 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했다. 시네벤치 R23은 10분 간 특정 화상의 렌더링을 반복해 프로세서의 성능을 수치로 확인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다. 해당 결과의 점수를 다른 시스템과 비교해 성능의 우위를 구분할 수 있다. AMD 라이젠 9 6900HS의 시네벤치 R23 점수는 다중 코어 기준 1만2517점, 단일 코어 기준 1562점으로 확인된다. 두 점수 모두 직전 공정인 젠3 아키텍처 기반의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7 5800 혹은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인 AMD 라이젠 9 5900HX과 비슷하다. 세대 교체를 통해 그만큼 전력 효율을 끌어올렸음을 알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나 비디오 및 사진 편집, 웹서핑 등 실제 작업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의 동작 성능을 토대로 컴퓨터의 성능을 수치화하는 프로그램, PC마크 10을 활용한 점수도 확인했다. 전체 평균 점수는 7251점을 획득했고, 이는 전체 테스트 결과 중 상위 7%에 속하는 성능이다. AMD 라이젠 9 3950X와 엔비디아 RTX 2080 Ti 2매를 갖춘 고성능 게이밍 PC가 이 정도 성능을 발휘한다. 에이수스 제피러스 G14가 절전형 노트북임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빠르게 성능이 진척됐음을 알 수 있다.
3D 렌더링 성능은 최신 고성능 제품과 비교하면 무난한 정도다. 3D 렌더링 프로그램인 블랜더 3.1을 활용해 동일한 결과를 분당 몇 프레임으로 처리하는지 확인했다. 테스트 중 ‘몬스터’는 분당 90.2프레임, ‘정크숍’은 54.5프레임을 처리했으며, ‘클래스룸’은 41.9프레임을 처리해 총 186.6점을 획득했다. 비슷한 3D 처리 속도를 가진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7 3700X와 인텔 코어 i9-9900KF, 애플 M1 맥스가 있다. 절전 모델임을 감안하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작업 성능이 우선이라면 6900HX를 탑재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게이밍 성능은 무게나 구성에 비해 인상적이다.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 3D 마크의 타임스파이 및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활용해 성능을 확인했다. DX12 기반의 타임스파이 점수는 그래픽 점수가 7939점, CPU 점수는 9102점으로 확인됐다. DX11 기반의 파이어 스트라이크는 그래픽 카드 점수가 2만2824점, CPU 점수는 2만394점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카드 성능은 엔비디아 RTX 3060 모바일 버전과 비슷하고, CPU 성능은 11세대 인텔 코어 i9-11900H보다 소폭 높다. 절전 버전이지만 11세대 인텔 코어 i9 기반에 RTX 3060이 적용된 노트북보다 성능이 조금 더 높다.
실제 게이밍 성능도 나쁘지 않다. 권장사양이 AMD 라이젠 5 1500및 GTX 1060 6GB인 레드데드리뎀션 2 벤치마크로 성능을 확인해봤다. 테스트 설정은 FHD 해상도에 모든 설정을 울트라로 적용했는데, 평균 34.72프레임을 획득했다. 옵션을 중간 정도로만 낮추면 60프레임을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을 정도다. 조금 더 권장사양이 낮은 히트맨은 FHD 해상도 최고 옵션을 기준으로 80프레임을 확보했다. 물론 게이밍 시 GPU 온도가 85도, 상판의 표면 온도가 50도 정도로 조금 높았지만, 1.72kg에 이정도 성능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다. 다만 45W인 6900HX 기반의 노트북은 이보다 배터리 성능이 짧을 것이다.
오피스 프로그램 등 사무용 프로그램을 반복해 실사용 시 배터리 성능을 확인하는 테스트인 PC마크 10의 모던 오피스 배터리 테스트도 진행했다. 에이수스 제피러스 G14는 76W 고용량 배터리가 적용되고, CPU와 GPU는 모두 절전 버전이다. 밝기를 50%로 설정한 상황에서 진행된 테스트 결과, 배터리가 3% 남을때 까지 걸린 시간은 8시간 41분이었다. 앞서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의 PC마크 10 점수가 7251점이 나왔는데, 배터리로는 6012점으로 점수가 소폭 감소했다. 물론 이 상태로도 AMD 라이젠 5 3600X 데스크톱을 8시간 이상 구동한 성능인 만큼, 실사용 성능과 배터리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2% 아쉬운 구성, 다음 세대는 나을 듯
AMD 라이젠 9 6900HS는 AMD 라이젠 6000 시리즈 중에서도 균형 잡힌 성능을 갖춘 프로세서다. 전력에 제한을 둬 성능이 소폭 감소한 모델이나, 그만큼 전력 효율성을 높여 작업 시간 등을 더 확보한다. 성능이 조금 더 감소하는 배터리 모드에서도 데스크톱인 AMD 라이젠 5 3600X 수준을 유지하고, 게이밍 성능도 FHD 기준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해 제약이 많다.
일단 가격은 6900HX에 RTX 3080을 탑재한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G17이 280만 원대, 코어 i9-12900H에 RTX 3080을 탑재한 에이수스 ROG 스카 G733ZS는 320만 원대다. 소비자라면 가격이 조금 더 높아도 성능이 좋은 코어 i9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CPU 성능이 비슷한 i7-12700H에 RTX 3070을 탑재한 제품은 200만 원대로 훨씬 저렴하다. 가격대 성능비로는 i7에 밀리고, 고성능 기준에서는 i9에 밀리는 형국이다. 게다가 제품의 선택권도 많지 않아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역전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인텔의 다음 프로세서인 13세대는 12세대를 기반으로 성능을 높인 제품인 반면, AMD의 다음 프로세서는 새로운 젠4 아키텍처를 적용한다. 인텔이 숨을 고르는 사이에 치고 나갈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AMD의 프로세서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