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실명계좌 발급 없으면 가상자산 거래소 생존 어려워"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IT동아 편집부에는 하루에만 수십 건을 넘는 보도자료가 온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관련 소식이다. IT동아는 이 중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추려 기사화한다. 다만, 기업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에는 전문 용어, 혹은 해당 기업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용어가 다수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IT동아는 보도자료를 해설하는 기획 기사인 '뉴스줌인'을 준비했다.

출처: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2022년 4월 22일)

제목: "코인마켓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확대 촉구"

'차기정부 디지털 자산 정책 우선순위 어떻게(?)' 정책포럼에서 발표하는 강성후 회장, 출처=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차기정부 디지털 자산 정책 우선순위 어떻게(?)' 정책포럼에서 발표하는 강성후 회장, 출처=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내용: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는 “금융정보분석원의 고팍스 원화거래소 신고 수리를 환영하는 동시에 코인마켓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확대를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KDA에 따르면,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신고 수리한 26개 거래소 중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19.2%인 5개소에 불과하다. 이에 21개의 코인마켓거래소도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 10월 민형배 국회의원과 한국핀테크학회는 거래소가 폐업하면 코인마켓거래소에 단독거래된 ‘나홀로코인’이 입는 피해가 3조 7천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해석: 지난해 3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중은행과 협약을 맺어 실명 인증이 가능한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아야만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원화마켓은 원화로 거래가 가능한 마켓을 말하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이하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코인마켓 운영만 가능하다. 코인마켓은 원화거래가 불가능해 편의성이 떨어져 이용자 이탈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이 신고를 수리한 26개 거래소 중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총 5개에 불과하다. 거래소 10곳 중 2곳만 실명계좌를 보유한 것이다.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주체는 은행법에 따른 은행, 중소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이다. 특금법을 시행하기 전엔, 상당수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객이 예치한 돈을 확인한 뒤 해당 계정의 가상계좌에 입금액을 표시하는 ‘벌집계좌’를 주로 썼다.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벌집계좌(집금계좌)란 고객이 맡긴 금전을 거래소 이름의 법인 계좌에서 혼합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고객의 자산이 서로 분리되지 않아 관리가 어렵고, 회사가 고객의 돈을 사적으로 유용할 수 있단 문제가 있었다. 실명계좌는 A 계좌에서 B 계좌로 돈이 보내질 때 자금세탁의 경우 자금을 추적할 수 있다. 벌집계좌는 거래소에서 특정 계정에 가상계좌를 부여하는 방식인데, 이때 문제가 되는 거래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다. 특금법은 이러한 벌집계좌를 불법으로 규정한 상태다.

은행권에서도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면책조항이 없어 거래소에서 전산오류, 자금세탁이 발생할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거래소의 안정성, 위험도, 사업모델 등을 평가해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최악의 경우엔 계좌가 자금세탁 문제에 엮여 관련 국가 정부가 해당 은행의 해외 지점 업무를 중단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상자산을 투기로 보는 인식 또한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통해 얻은 수수료 수익도 그렇게 크지 않아, 차라리 위험 부담을 피하는 것이 낫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KDA가 말한 ‘나홀로코인’이란 특정 거래소 한 곳에만 상장돼 그곳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코인을 말한다. 사업 초기 형태의 코인이 주를 이루며, 이들 중 대다수는 가치를 성장시켜 상장된 거래소 수를 확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나홀로코인이 상장된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폐업하면,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3조 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의 수익은 대부분 원화마켓에서 나기 때문에, 원화마켓이 문을 닫으면 거래소가 폐업할 위험도 커진다. 코인끼리만 거래가 가능한 코인마켓은 원화마켓 거래소 대비 편의성이 떨어져, 이용자 이탈률이 높다고 한다. 코인마켓만으로 거래소가 생존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의 독점문제를 우려해 다른 거래소에도 실명계좌 발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의 강성후 회장은 전화통화에서 “(실명계좌 확대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현재 가상자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주무부처가 없다. 여론을 흡수할 만한 통로가 없는 것”이라면서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정부조직법 개정 대신 우선 대통령령으로 조직 담당 부처를 정하면 된다. 장기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부처가 돼야 한다는 의견조사 결과도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담당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담당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관급 부처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차관급 청은 정책형성 기능인 국회법안 발의와 예산안 제출 권한이 없고, 국무위원이 아니라서 국무회의를 통한 다부처 간 업무 협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