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드리머리 (1) BM분석 - 뷰티, 커머스가 아닌 콘텐츠 플랫폼이다
[SBA X 스케일업코리아] SBA와 스케일업코리아가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해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도록 돕는 '스케일업 프로젝트 2022'를 진행합니다. 'BM 분석'을 토대로 '전문가 조언'을 제공한 뒤, '팀장급 실무 인력과 협업'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룬 '성과를 점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스케일업 프로젝트 2022에 함께하는 스타트업은 딥파인, 트랜쇼, 드리머리, 웍스메이트, 부엔까미노로 총 5곳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딥파인, 트랜쇼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할 스타트업은 ‘드리머리’입니다. 드리머리는 지난 2018년 설립한 ‘개인화 뷰티 SNS’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드리머리가 제안하는 가치는 크게 ‘개인화’, ‘전문화’, ‘트렌드’ 입니다. 개인마다 다른 두상과 얼굴형, 분위기, 피부톤 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스타일 컨설팅을 제공하고(개인화), 헤어샵이 아닌 전문 헤어디자이너를 연결하죠(전문화). 또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 ‘최근 인기있는 ‘유행하는 헤어 손질법’ 등 콘텐츠를 제공합니다(트렌드).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싶은 사용자와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헤어디자이너를 연결하고, 그 안에서 요즘 인기있는 스타일과 트렌드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2021년 3월 처음 앱을 선보인 뒤, 사용자와 헤어디자이너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지금의 드리머리에 대해 비즈니스모델 컨설팅을 제공하는 인사이터스의 황현철 대표가 분석했습니다.
헤어디자이너와 고객을 연결하다
헤어디자이너와 고객을 연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다. 전국에 미용실은 10만 개가 넘고, 종사자수는 약 20만 명에 이른다. 시장규모는 6조 원 이상. 시장이 크다 보니 네이버, 카카오 등 내로라하는 플랫폼들이 미용실과 헤어디자이너를 고객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드리머리는 카카오헤어샵, 네이버 미용실 예약 등 대형 사업자들과 맞서 겁도 없이 거대한 헤어서비스 중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열정과 패기로 무장한 젊은 친구들의 야심 찬 도전처럼 보이겠지만, 실상 그들의 도전은 매우 소박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는 말이 어울린다. 지금부터 그들이 ‘어쩌다’ 오게 된 지금의 비즈니스, 그리고 성장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소박한 도전, 그리고 마법같은 ‘어쩌다’
처음 드리머리를 만났던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드리머리는 싼값에 시술을 받고 싶어 하는 대학생과 견습 헤어디자이너를 연결하는 소박한 도전에서 출발했다. 견습 디자이너에게는 자신의 실패를 너그럽게 양해해 줄 시술모델이 필요했고, 항상 돈이 부족한 대학생에게는 약간의 품질을 양보하더라도 펌과 염색 등 고가의 헤어 서비스를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이 작은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겨 베타서비스를 내놓았고,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웹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때부터 ‘어쩌다’의 마법이 발동했다. 드리머리는 예비 디자이너와 저가를 원하는 젊은 소비자(주로 대학생)를 연결하기 바랐으나, 예비 디자이너보다 경력직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쟁쟁한 경력직 헤어디자이너의 서비스로부터 기존 시술 가격 보다 50~80% 저렴한 가격에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소비자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어쩌다’ 효과가 나타났다. 드리머리는 ‘미용실’ 단위의 고객 연결에 집중하는 네이버 미용실 예약, 카카오헤어샵와 달리 ‘헤어디자이너’를 고객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미용시장에서 헤어디자이너는 프리랜서에 가깝고, 3년내 이직율이 50%에 달한다. 따라서 헤어디자이너는 자신들의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헤어디자이너의 폭넓은 유입과 자신의 고객을 관리하고자 하는 니즈에 맞춰 드리머리는 서비스 확장을 목표로 2019년 8월, 웹서비스를 런칭했고, 지속적인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2021년 3월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공급 고객에 대한 가치 – 올인원 서비스
드리머리가 공급 고객 즉, 헤어디자이너에게 제공하는 핵심가치로 정의한 것은 ‘가장 쉽고 효율적인 All-in-one 마케팅/고객 관리 서비스’다.
헤어디자이너들이 단순히 시술 모델을 찾는 것이 베타서비스 기능이었다면, 정식 서비스에서 마케팅, 예약관리, 고객 및 매출 관리 서비스까지 확장한 기능을 제공했다. 모바일 앱 기반 고객 관리와 마케팅을 제공한 드리머리 앱은 헤어디자이너 사이에서 알려지며, 순수한 입소문만으로 현재 2,500명 이상의 헤어디자이너를 확보했고, 지금도 매달 200명 이상 신규 가입하고 있다.
수요 고객에 대한 가치 – 내게 딱 맞는 헤어스타일
드리머리는 공급 고객(헤어디자이너)에게만 집중하지 않았다. 시술을 원하는 수요 고객을 위해 핵심가치로 정의한 것은 ‘나에게 딱 맞는 헤어디자이너와 스타일 추천’이었다. 수요 고객이 개인화 추천을 위한 정보를 간단히 입력하면, 이에 따라 스타일을 추천하고, 그 스타일에 따른 맞춤 헤어디자이너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이러한 노력은 앱 출시 8개월만에 누적 다운로드 5만 건을 달성했고, MAU(Monthly Active User) 1.2만에 이르는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은 수익모델
드리머리는 지금까지 잘 해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가장 중요한 수익모델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현재 수요 고객이 드리머리 앱을 통해 예약해도 드리머리는 전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헤어디자이너가 서비스에 가입해도 가입비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약간의 매출은 미용제품 업체로부터 받는 광고와 수수료 정도일 뿐이다.
드리머리가 향후 수익모델로 염두하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는 공급 고객의 광고인데, 추천 헤어디자이너를 상위에 노출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둘째는 앱을 통해 수요 고객과 공급 고객을 연결해 발생하는 거래에 따른 수수료 모델이다. 셋째는 개인별 스타일 컨설팅 서비스다.
수익모델을 현실화하기 어려운 이유
지속적으로 수요 고객과 공급 고객이 증가하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드리머리가 원하는 광고모델과 거래 수수료 수익모델을 기대하기에는 시장의 선두주자들 대비 너무 적은 수다. 일례로 카카오헤어샵의 가입자 수는 450만 명(2021년 기준)에 이르고, 참여하는 미용실은 7,000여 개에 이른다. 카카오에서 예약, 결제까지 가능한 UX의 편리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네이버가 운영하는 미용실 예약 서비스는 지역별 미용실 광고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 큰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과연 헤어디자이너들은 마케팅 비용을 드리머리에 지불할까? 그리고 수요 고객들은 드리머리를 통해 반드시 예약할 이유가 있을까?
네이버 미용실 예약, 카카오헤어샵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식당도 그렇지만, 미용실의 온라인 예약은 카카오 보다 네이버다. 네이버 예약은 수수료 없이 운영하는 공익(?)적 사업이기에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는 없을 거라는 희망찬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맞다. 네이버 예약 서비스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익모델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시술을 원하는 고객이 미용실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네이버는 지역별로 유료 광고를 신청한 미용실을 상단에 노출시켜준다. 고객은 이를 클릭하고 들어가야 예약할 수 있다. 즉, 네이버의 수익모델은 지역광고인 셈이다. 수익모델이 있는 한 네이버가 미용실 예약 서비스를 중단할 이유는 없다.
요 근래 잇단 자회사 상장과 임원들의 지분 매각, 골목상권 침해 이슈로 인해 ‘국민 밉상’으로 떠오른 카카오가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을 발표하며 철수하는 대표 서비스로 지목한 것이 카카오헤어샵이다. 이것만 보면 조만간 그들이 사업을 접고 물러날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카카오는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는 와이어트의 지분 24%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접어라 마라’ 할 권리가 없다. 실제로 카카오가 와이어트(카카오헤어샵 운영사)에 통보한 것은 사업 철수가 아닌 카카오 브랜드 연장 불가 입장 정도다. 즉, 카카오헤어샵은 카카오라는 브랜드만 떨어져 나갈 뿐 지속적으로 미용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성장할 것이다.
결국 ‘헤어디자이너와 고객을 연결한다’라는 시장에서 드리머리가 네이버와 카카오와 똑같이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전략은 매우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비즈니스모델이 아닌 다른 서비스로서 상생하는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커머스가 아니라 콘텐츠다
우리가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의 중심은 이미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민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장악했다. 이들이 정보와 연결을 독식하는 와중에 용케도(?) 틈을 비집고 나와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가끔 나타난다. 패션에 지그재그와 에이블리, 중고거래에 당근마켓, 라이프스타일에 오늘의집처럼 말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들의 공통점을 바로 알아차리셨을 거라 생각한다. 바로 ‘콘텐츠’라는 점이다. 에이블리나 지그재그는 상품 사진을 커머스의 도구라는 차원에서 고객들이 즐기는 콘텐츠라 정의하고 접근했다. 그 결과 고객들로 하여금 무언가 필요해서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상품을 검색하고 찾아보는 콘텐츠 소비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다양한 중고제품의 사진과 사연들, 오늘의집에 올라온 우리집 방과 거실 꾸미기 사진 등은 모두 콘텐츠로서 가치를 통해 고객을 끌어 모은 것이다.
드리머리 또한 콘텐츠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다. 공급 고객과 수요 고객 모두 수많은 콘텐츠(헤어 사진)을 생산하고 있으니까. 지금부터는 그저 이러한 콘텐츠를 그냥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콘텐츠 생산의 파트너로 함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적극적인 뷰티 콘텐츠 서비스로 전환하길 권한다. 아직 그들의 경쟁자인 네이버나 카카오가 ‘수요와 공급의 매칭’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뷰티 SNS로서의 변화를 응원하며
헤어, 네일, 메이크업 등 뷰티 산업은 콘텐츠 비즈니스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공급자는 물론이고 수요자 또한 얼마든지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준이 다른 개인화 서비스는 물론 미용 제품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해 드리머리의 두 젊은 공동대표와 대화를 나눴고, 두 공동대표 역시 이러한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차라고 밝혔다. 뷰티 SNS로 발전하기 위해 이들이 준비하는 세부적인 그림은 ‘개인에 최적화한 뷰티 서비스 추천 앱’이다.
지금까지의 성공은 ‘어쩌다’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미용 이미지와 리얼한 후기, 미용 관리의 노하우 등 방대한 콘텐츠의 수집과 이의 가공 및 개인화 제공은 ‘어쩌다’일 수 없다. 여전히 수많은 장애와 고비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두 젊은 공동대표가 열정과 긍정적인 태도로 고도의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어 간다면,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도 드리머리라는 스타트업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 기대한다.
중개가 아닌 뷰티 콘텐츠의 중심이자 멋을 아는 사람들의 필수 SNS로서 드리머리의 미래를 응원하며 이글을 마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