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링크 "화상회의, 실시간의 이점을 살려야 합니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대면 만남을 피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회의와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디지털 전환에 따른 부작용도 적진 않았다. 온라인 수업의 경우엔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하는 구조에선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수업 시간 동안 딴짓을 하는 학생들이 속출해도, 이를 알 방법이 없는 교사가 학생들을 일일이 관리할 수도 없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페이지콜’을 개발한 최필준 대표가 해결하려는 문제도 이와 맞닿아 있다. 현재의 커뮤니케이션 툴은 정말로 실시간 소통에 최적화돼 있는가? 최 대표와 함께 디지털 소통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봤다.
ㅡ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플링크는 ‘피플 링크(People Link)’를 줄인 말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화상통신 기술을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줌(Zoom)을 떠올리는데, 플링크도 화상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줌과의 차별점은 플링크의 페이지콜은 줌이란 결과물을 만드는 재료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이미 미국에선 개발자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모든 걸 직접 개발하기보단 다른 기업들의 API(API는제작자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에 쓰는 도구로,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된 오픈API다)모듈을 빠르게 조립해서 솔루션을 만드는 트렌드가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페이지콜을 쓰는 고객들은 API(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를 조립해 화상통신 인터페이스를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ㅡ플링크가 집중하고 있는 산업은 어느 곳인가?
“현재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 회사들의 고민은 ‘교육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시키는가’이다. 온라인 통신은 하드웨어, OS(운영체제), 네트워크 통신망, 웹 기술 등을 고루 갖춰야 잘 구현할 수 있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줌과 같은 훌륭한 화상회의 툴이 있지만, 어떤 영역에선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이러한 솔루션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플링크는 교육산업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본다. 화상통신은 플링크에 맡기고, 나머지 자원은 선생님 매칭과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쏟으면 된다”
ㅡ일반적으로 화상통신 툴은 비즈니스 회의 시장을 집중하지 않나? 교육도 전망이 밝은 시장이라고 보는 것인가?
“플링크는 일대일 혹은 소규모 배움도 중요한 교육으로 본다. 입시보단 외국어 학습, 성인 직무 교육, 컨설팅 이런 소규모 형태에 집중하고 있다. 비즈니스용 화상통신 툴은 좋은 기능들을 잘 갖추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선 시장 기회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기존 솔루션의 취약점에 집중했다. 지금의 화상통신은 실시간이란 강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실시간 소통을 효율적으로 살릴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비즈니스 시장은 워낙 경쟁자가 꽉 잡고 있어서 교육 쪽으로 먼저 고객군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 산업은 교육 시간에 비례해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소규모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한번 살펴보자.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변을 하고, 참고자료를 두고 치열하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칠판이나 연습장에 도식화하며 서로가 서로를 치밀하게 설득하고, 개념을 세밀하게 설명해야 한다. 페이지콜은 화상통신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 모두 필기를 할 수 있도록 화이트보드를 구현했는데, 이는 단순 필기용이 아니라 화상통신 참여자들이 개념과 생각을 드로잉하기 위한 공간이다.
현대의 지식엔 캠, 마우스, 키보드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역들이 있다. 수학과 과학같이 추상적인 개념이 그렇다. 이런 개념을 잘 설명하려면 떠오르는 생각과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칠판 개념의 공간이 있어야 하고, 마우스로 선을 긋는 정도가 아니라 애플펜슬이나 S-pen 등으로 쌍방향 인터렉티브가 원활하게 돼야 한다. 화상통신에 그림판 기능을 추가한 것과는 다르다. 애플 펜슬을 쓴다 할 때 디스플레이 위에 올려진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거나, 필기가 뚝뚝 끊기지 않고 실제 연습장처럼 부드럽게 되도록 렌더링에 몰입했다”
ㅡ교육은 녹화된 VOD를 보는 인강 서비스도 활발하다. 이런 방식은 불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그것 역시 디지털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상 속도를 조절해서 자기 시간을 더 잘 쓰는 학생도 있다. 만약 수업에서 강사가 일방적으로 떠들기만 한다면 학생 입장에선 VOD로 녹화된 강의를 보는 게 시간 활용성 측면에선 더 유익할 것이다. 플링크 팀이 집중하는 교육은 녹화물로 대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깊은 상호작용을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교사가 문제 풀이를 보여주면 많은 학생이 이를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그 수학문제를 풀어보라고 시키면 제대로 푸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다. 교육은 이처럼 학생이 자신이 이해한 것을 교사에게 전달하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교사가 학생이 잘못 알고 넘어간 부분을 짚어줄 수 있으니까. PT에서 트레이너가 자세를 교정해주듯 말이다.
ㅡ페이지콜의 인터페이스는 개인이 조정할 수 있는 건가?
“화상회의의 인터페이스는 원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플링크 팀은 특정 용도에 가장 효과적인 인터페이스를 연구해왔기 때문에, 고객에게 특정 인터페이스를 권하기도 한다. 물론, 강사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도 있다. 비디오 기능을 빼거나, 학생끼리 서로 음성만 들리게 하거나, 학생들 간 음성과 영상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기획할 수도 있다”
ㅡ교육 외에 어떤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까?
“각각의 산업마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의료 쪽이면 개인정보와 관련된 암호화 등의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금융 쪽도 망분리(사이버 공격과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업무용 내부망과 인터넷이 접속되는 외부망으로 분리하는 보안기법) 이슈가 있다.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본다. 플링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다. 이곳에서도 충분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론 해외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미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한국어 수업을 페이지콜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ㅡ평소에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았었나?
“나는 서울에서 자랐는데 교육의 기회를 많이 누린 편이다. 서울의 학생들은 정규교육 과정 외에도 과외를 많이 받는다. 서울은 이런 인프라가 잘 돼 있다. 하지만, 지방에 사는 학생은 교육의 혜택을 많이 못 받는다. 그래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 지방 학생들도 인터넷 강의를 듣고, 추가적인 배움이 필요하면 화상통신으로 과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엔 서울에서 수업을 듣거나 과외를 받기 위해 교통편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ㅡ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바꿀까?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대표적인 기술이 번역기다. 이를 통해서 외국인과 소통하는 방식이 크게 진보했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녹화된 비디오를 통할 수도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 만나지 않고도 녹화된 영상을 보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소통을 돕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인류가 소통에 소비하는 비용을 감소시켜 더 생산적인 일에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선진국 중심으로 쏠려있던 지식과 정보들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더 다양한 지역과 국가로 보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론 텍스트를 넘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점차 보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중심의 정보 검색과 기록이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옮겨오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인류가 지금보다 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하게 될 것은 명확하다. 이를 위해선 멀티미디어 정보에 대한 압축 기술,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저장하고 스트리밍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 압축 데이터의 인코딩과 디코딩 연산에 최적화된 성능 좋은 모바일 칩셋의 출현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 발전과 함께 플링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입력 기기를 통해서 표현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만들 것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