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그래픽 카드 가격 20~30% ↓··· '고성능 제품 하락폭 커'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그래픽 카드 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암호 화폐로 몰렸던 그래픽 카드 수요가 줄어들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그래픽 카드 공급이 원활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그래픽 카드 가격을 생각하면 여전히 두 배에 가까운 가격대지만, 비상식적으로 높아진 가격 흐름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출처=다나와
출처=다나와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가 집계하는 월간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최대 10%까지 빠졌던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는 2월 들어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가격 하락 추세는 수요가 비교적 낮은 고성능 제품일수록 하락폭이 컸으며,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은 약 30%까지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다.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 역시 고성능 제품일수록 가격 등락폭이 컸다. 고성능 제품인 RX 6800은 2월 한 달간 -15%가 하락했고, RX 6900XT 역시 -10%가 빠진 형태다. 보급형인 RX 6500XT는 수요 증가로 가격이 소폭 상승했고, RX 6800 XT는 고급형이지만 유통 수량이 적어 가격대가 4%가량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는 3월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풀 꺾인 그래픽 카드 가격, 어떤 선택지 있나

그래픽 카드는 게임이나 영상 처리 등에 필요한 데스크톱의 핵심 부품이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 중에서는 중앙 처리 장치만큼 중요한 부품이며, 게임 용도로 구매한다면 성능이 높은 그래픽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픽 카드가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그래픽 카드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업자들이 작게는 수십, 크게는 수천 개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일시 구매하면서 소비자가 쓸 수 있는 그래픽 카드 매물이 씨가 마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신제품 가격이 크게 상승해 제품군 전체가 출고가의 3배, 심한 경우 여섯 배까지 올랐고, 2016년 출시된 구형 그래픽 카드의 중고 가격이 최신형 그래픽 카드의 출고가를 넘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기 이른다. 이후 그래픽 카드 가격은 제품의 수요 및 공급이 아닌, 암호화폐 가격에 끌려가는 형국이 되었다가, 올해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정체를 빚기 시작하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RTX 3080은 지난해 300만 원대를 찍은 이후 다시 140만 원대로 복귀했다. 출처=다나와
엔비디아 RTX 3080은 지난해 300만 원대를 찍은 이후 다시 140만 원대로 복귀했다. 출처=다나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제품은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이다. RTX 3080은 엔비디아의 게이밍 그래픽 카드 중 상위급 제품으로, 고성능 게이밍 데스크톱의 기준이 되는 제품이다. 해당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는 2021년 3월에 270~290만 원대로 고점을 찍은 이후, 6월부터 12월까지 190~210만 원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170만 원대로 가격이 꺾이기 시작해 지금은 130~140만 원대로 가격이 떨어졌다. 현재 제품의 공식 출고가가 1199달러(145만 원대) 임을 고려한다면, 정상 범주까지 내려온 셈이다. 마찬가지로 380~400만 원에 호가하던 RTX 3090 역시 260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게이머들의 수요가 집중되는 보급형~중급형 그래픽 카드의 가격은 큰 영향이 없다. 엔비디아의 중급형 그래픽 카드인 RTX 3060은 지난해 첫 출시 이후 112만 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채굴 제한이 걸린 이후 60만 원대까지 가격이 일시 하락했다. 하지만 채굴 제한이 강제로 해제되며 가격이 다시 90만 원까지 올랐다가, 올해 들어서야 70만 원대 중반으로 복귀했다. RTX 3060은 수요가 많은 제품이라서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같은 이치로, 올해 1월 출시한 RTX 3050 역시 53~55만 원대에 출시한 이후, 변동 없이 50만 원대 초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 역시 전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출처=다나와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 역시 전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출처=다나와

AMD 게이밍 그래픽 카드 중 상위급 성능을 발휘하는 AMD 라데온 RX 6800의 가격은 작년 9월 대비 절반까지 깎였다. 지난해 9월, AMD 라데온 RX 6800의 가격은 200~210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올해 1월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꺾이며 110~130만 원대로 진입했다. RX 6800 아랫 등급인 RX 6600 역시 올 들어 가격이 20만 원씩 빠지면서 50만 원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반면 보급형 제품인 RX 6500XT는 RTX 3050과 마찬가지로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RX 6800XT는 가격은 떨어졌으나 성능이 조금 더 높은 RTX 3080이 더 저렴하므로 구매를 미루자.

가격 조금씩 내릴 것··· 더 떨어질 지 의문

지난 몇 년 간 그래픽 카드 가격은 암호화폐 시세와 밀접하게 관련돼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 암호화폐가 특정 연산을 반복하는 방식이고, 이 연산에 그래픽 카드가 사용되면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엔비디아와 AMD는 게이밍 그래픽 카드의 시세를 낮추기 위해 채굴 성능을 제한하는 등 갖은 수를 동원해왔다. 게다가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가 암호화폐 채굴 산업을 금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2월에도 유럽 연합이 그래픽 카드를 활용하는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했고, 세계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도 그래픽 카드를 활용한 채굴 방식을 버리는 등의 조치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 그래픽 카드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이유도 각국의 암호화폐 제재가 심화하면서 나온 결과다. 일반 소비자 시장의 수요는 그대로고, 암호화폐 시장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에 그래픽 카드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즉, 암호화폐 시세가 다시 오른다면 언제든지 그래픽 카드 가격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 가격 추세를 봤을 때, 여전히 구매 적기라고 보긴 힘들지만 고가의 그래픽 카드 구매를 미뤄두고 있었다면 고려해보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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