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 현대차의 행보는?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권칠승)는 3월 17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심의 의결했다. 지난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적합업종 부적합 의견으로 제출한 이후 3년 만에 결정된 최종 결과다. 다만, 심의위원회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 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이번 조치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지난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고자동차 판매업의 적합업종 부적합 판정이 나온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바라는 여론이 뚜렷했다. 특히 기존 중고차 판매업이 규모의 영세성을 충족하지 않으며, 대기업 간의 역차별이 발생하고, 또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제시한 점도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지난 1월 사업조정을 신청한 바 있지만, 이와 별도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확정된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 이미 지난 1월에 시장 진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미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에 앞서, 올해 1월,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중개 플랫폼 ‘오토벨(Autobell)’을 론칭했고, 지난 7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비전을 발표했다. 2019년 11월에 중고차판매업 적합업종 부족합 판결이 난 이후 바로 진입할 수도 있었지만, 중소기업 및 기존 소상공인과의 마찰을 우려해 행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유지해오다가 올해 들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향후 국내 중고차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차근차근 짚어본다.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 올해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처=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 올해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처=현대글로비스

가장 먼저 등장한 서비스는 올해 1월 출범한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이다. 오토벨은 현대글로비스가 직접 자동차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와 소비자를 중개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중고차 딜러는 모두 소속 매매상사와 종사원증을 필수로 제출해 신뢰받는 딜러 인증을 받아야 하고, 딜러는 현대글로비스의 분당·시화·양산 경매센터에서 낙찰된 차량을 오토벨 플랫폼의 ‘스마트옥션 인증 차량’ 메뉴를 통해 판매한다.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에는 월평균 1만여 대의 차량이 출품돼 약 2천200개의 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다양한 사진 기법을 동원해 온라인으로도 쉽게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현대글로비스
다양한 사진 기법을 동원해 온라인으로도 쉽게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현대글로비스

아울러 차량의 내외부를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는 ‘라이브 스튜디오’와 360도 회전이 가능한 가상현실(VR) 사진 서비스도 제공된다. 현대글로비스 경매 센터와 무관하게 매입된 차량도 ‘오토벨&’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뢰성 측면에서는 전문 평가사가 진행한 112가지 진단 결과가 제공되며, 차량의 허위 정보를 막기 위해 오토벨 상세 진단서와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를 경우 최대 150만 원까지 보상하는 기준도 마련됐다. 특히, 허위매물을 팔다가 적발된 판매자는 회원 자격을 영구히 박탈당하는 강력한 제재도 도입해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운다.

현대차도 심의 앞서 미리 중고차 사업 비전 공개

현대차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중고차 사업에 본격 진입한다.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중고차 사업에 본격 진입한다.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은 글로비스처럼 판매 중개를 넘어서 직접 판매하는 방안이다. BMW나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외국계 자동차 기업은 이미 국내에서 공식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안이다. 브랜드가 공식 인증하는 중고차는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중고차와 다르게, 제조사로서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한 성능 검사와 수리가 반영되므로 품질을 신뢰할 수 있다. 또한, 정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수리된 내역도 공개돼 사고 이력 등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 품질 검사를 위해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 센터(가칭)’을 설립하고, 제조사 수준의 품질 검사 및 인증 체계를 마련한다.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 센터에서는 정밀한 차량 진단과 정비가 이뤄지며, 정밀 진단 후 내·외관을 개선하는 조직이 차량의 품질을 끌어올린다. 현대차는 고품질 인증중고차 공급을 통해 중고차 시장 신뢰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고, 또 차량의 잔존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 연구소를 통해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웠던 중고차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중고차 연구소를 통해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웠던 중고차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는 가상 전시장에서 상품 검색 및 비교에서부터, 견적과 계약, 출고,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인터넷으로 제공되며, 또 가상 전시장에서 계약한 차량을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실시한다. 소비자는 360도 가상현실을 활용한 차량 하부 및 내 외부 상태 확인,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한 시트 질감 및 타이어 마모도 정보, 차량 냄새 평가 및 흡연 여부, 차량 엔진 소리 등 기존 온라인 중고차 구매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더 높은 품질의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인증 중고차는 기존 업계와의 상생을 이유로 5년 10만 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만 활용하며, 신차 구매 시 고객이 타던 차량을 반납하고 할인을 받는 보상 판매(트레이드 인)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중고차 시장에 새 물결, 올해 많은 변화 예고

이외에도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이었던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곁들인다. 현대차는 국내외 판매 시장을 참고해 중고차의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중고차 연구소(가칭)’을 통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고차 연구소에서는 중고차의 상태 및 가격, 적정 가격, 허위 매물 확인 및 가치 지수, 실 거래 대수 통계 및 시세 추이 등 기존 소비자가 얻기 어려웠던 정보들이 대거 투입된다.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 등이 보유한 차량 이력 정보에 현대차가 보유한 정보를 결합하는 ‘중고차 성능, 상태 통합정보’ 제공도 추진된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입을 발표함에 따라, 기아자동차는 물론 르노, 쉐보레, 쌍용 등 다른 완성차 업체 역시 6개월 안에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20~25조 규모의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다. 이번 조치를 통해, 지금까지 ‘아는 만큼 안속는’ 중고차 시장에도 거대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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