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NFT 입문 3부..NFT 투기논란 해소 어려울까? "가치검증 불가능하지 않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신기술의 등장은 매번 ‘거품 vs 혁신’ 두 가지 의견을 충돌시킨다.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도 마찬가지다. 투기적 거래가 과열됨에 따라 가격 상승 폭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기술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다만, NFT가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자산의 원본인증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에 디지털 아트를 올리더라도 NFT가 있으면 원본 파일임을 입증할 수 있다. 창작자는 이 NFT를 거래해 창작에 대한 대가를 받으면 된다.
팽팽한 대립 속에서도 양측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명제가 하나 있다.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NFT 프로젝트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좋은 가치 평가를 받을 법한 NFT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NFT 프로젝트를 선별해야 할까?
NFT 프로젝트는 고공행진 중, 다만 “희소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
뉴욕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케빈 매코이는 2014년 자신의 작품인 ‘퀀텀’ NFT로 만들었다. NFT라는 용어도 생기기 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NFT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17년 6월에 라바랩스라는 회사가 ERC-20을 변형한 뒤 토큰을 발행했다. 이게 바로 대표적인 초기 NFT 프로젝트 ‘크립토펑크’다. 크립토펑크 속 아바타는 사람의 형상을 닮았는데, 때문에 SNS에서 프로필로 활용되는 일이 많다. 가로세로 24픽셀로 이루어진 얼굴 이미지의 아바타를 1만 개만 발행해 희소성을 담보했다. 크립토펑크 이미지는 서로 다른 외모, 성격, 스타일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특성이 희귀하고, 희귀한 특성을 많이 보유할수록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NFT시장에서 거래된 크립토펑크의 규모는 17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21년 6월에 거래된 크립토펑크 NFT는 1175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NFT 기반 게임과 프로젝트도 대거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캐나다 기업 엑시엄젠은 2017년 12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과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 ‘크립토키티’를 출시했다. 크립토키티는 가상의 고양이 NFT를 육성하는 게임이다. 고양이는 모두 다른 모습을 갖춰 대체불가능한 속성을 갖는다. 주로 고양이 생김새가 NFT의 가치를 결정한다. 펫 육성 외에도 고양이 간 교배로 새로운 고양이 NFT를 만들 수도 있다. 크립토키티에선 이더리움으로 NFT를 거래한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므로 이를 해킹할 수 없다. 크립토키티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고양이 NFT도 등장했다.
이후로 엑시인피니티, 디세트럴랜드 등 NFT기반 프로젝트와 게임들이 대거 쏟아졌다. 엑시인피니티는 베트남 개발사 스카이마비스(Sky Mavis)가 2018년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이다. 가상의 몬스터를 수집하고, 훈련하고, 진화시켜 서로 전투하게 할 수 있다. 엑시인피니티의 게임 아이템 거래규모는 36억 달러를 넘어섰다. 디센트럴랜드는 탐험과 교류를 위한 이더리움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가상 공간의 땅을 구매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게임이다.
지난해 4월 출시된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NFT 컬렉션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NFT 컬렉션 중 하나다. BAYC는 원숭이 아바타가 그려진 10,000개의 NFT 컬렉션으로 현재 거래규모는 14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소유자는 BAYC NFT를 구매하면 디스코드 채널 등의 커뮤니티 멤버십을 소유하게 되고, 에어드랍(특정 조건을 맞추면 NFT등의 코인을 무료로 주는 것)과 상품 스토어 멤버십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국내 NFT 프로젝트에선 클레이튼 기반으로 NFT사업을 전개하는 ‘메타콩즈’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메타콩즈는 다양한 기업 및 조직과 협업을 하는데, 유명 K팝 아티스트 ‘선미’를 온라인에서 프로필로 활용할 수 있는 ‘PFP NFT’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발탁하면서 화제가 됐다. 또한, NFT 거래소인 NFTMANIA, 유근상 총장과 함께 르네상스 PFP NFT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PFP NFT는 실물작품이 있는데, 실물작품이 경매로 판매된 후 NFT소유자가 NFT를 반납하면 경매 이익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현재 트위터 등의 SNS는 이러한 PFP NFT를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트위터의 경우엔 유료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에서 이러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라인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라인테크플러스에 따르면,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조 원에서 2025년 2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식적으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NFT는 비플의 ‘매일:첫 5000일’이다. 온라인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4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기존 예술계에서도 보기 어려운 높은 가격이다.
그렇다면, 이 NFT의 가격은 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홍기훈 교수는 ‘NFT 미래수업’ 책에서 “대부분의 예술품 가격이 높은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그 작품이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혼자 소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NFT 역시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올라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홍 교수는 “NFT는 한 작품이 100개, 1000개 심지어는 1만 개씩 복제돼 경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을 현재처럼 높게 책정할 만큼 희소한 건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잘 나가는 NFT 프로젝트를 고르려면?.. “주인의식으로 사업 꼼꼼하게 검증해야”
‘NFT 디지털 자산의 미래’의 저자인 이임복 작가는 전화통화에서 “NFT 프로젝트는 가치를 측정할 만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이때, 프로젝트의 신뢰도를 측정할 때 활용하는 게 로드맵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NFT 프로젝트는 회사의 사업 계획서와 유사한 ‘로드맵’이 제시된다. 이를 통해 분기별 NFT 목표 판매수치와 사업방향 등 해당 프로젝트의 계획과 목표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사업의 수익성과 신뢰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NFT 프로젝트는 이 로드맵을 통해서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NFT 소유자인 ‘홀더’는 기업의 ‘주주’와 같다. 이들은 기업의 주주처럼 성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거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프로젝트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도 있다. NFT 홀더는 이외에도 다양한 권리를 소유한다. 대표적으로 NFT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권리인 ’화이트리스트’가 있다. 일반 대중이 NFT를 살 수 있는 ‘퍼블릭 세일’ 전에 화이트리스트로 선정된 사람은 할인된 가격으로 NFT를 구매할 수 있다. 적정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공모주인 셈이다.
이임복 작가는 “일부 NFT 프로젝트는 NFT홀더에게 거버넌스 권리를 부여하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수입을 투명하게 쓰는지를 감시하는 수단에 대해서 투표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할 때 홀더가 어떤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지 로드맵을 꼼꼼하게 살피길 권했다. 이어, 그는 “NFT 프로젝트 가치를 판단할 때 해당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트위터, 디스코드, 오픈채팅방 등의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커뮤니티에서 주로 논의되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구성원 간의 친밀도는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 구성원이 끈끈하게 움직이면 사업의 가치를 함께 성장시킬 거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NFT 거래 플랫폼 NFTMANIA 관계자는 “NFT 시장은 투기적인 면도 있지만 미래 사용 가치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투자적인 요소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NFT를 이용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 예측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NFT가 최초 발행될 때 프로젝트팀은 로드맵을 발표하는데, 많은 구매자들이 이를 참고해서 NFT를 구매한다. 다만, 로드맵이 이행되지 않아 금전적인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NFTMANIA 관계자는 “물건을 구매할 때 백화점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백화점이 판매될 물건을 꼼꼼하게 검증하고 상품으로 내놓을 것이라며 해당 브랜드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NFT도 문제적인 프로젝트를 걸러낼 것이란 신뢰가 가능한 거래소에서 거래를 해야 한다. 또한, NFT거래소와 코인거래소가 유사한 점은 유동인구가 적고 거래량이 없는 곳보단,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보안이 높은 거래소를 통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참고 'NFT 미래수업(홍기훈 지음)'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