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스타트업] 도터 "글로벌 의료기업 능가하는 차세대 생분해성 스텐트, 우리 손으로"
[IT동아 김영우 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 의료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것이 이른바 ‘소부장 기업’으로 불리는 소재 및 부품, 장비 관련 업체들이다.
정부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고 소부장 기업 육성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0년 부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부장 스타트업 100’ 사업이다. 유망한 소부장 스타트업을 5년간 100개를 선정, 사업화자금 및 멘토링, 사업 연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 기업 발굴 및 육성 전문 기관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2년간 소부장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소부장 스타트업 지원 및 관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주식회사 도터(Dotter, 김형일 대표) 역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소부장 협약기업 중 하나다.
심장 급사의 원인이 되는 심혈관 협착증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스텐트(Stent)로 혈관을 넓히는 시술은 이미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금속 재질 스텐트가 체내에 장기간 자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도터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생분해성 스텐트(Bioresorbable Stent, BRS) 솔루션을 선보였다.
취재진은 서울시 가산디지털로에 위치한 도터 본사에서 김형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이 선보인 차세대 생분해성 스텐트, 그리고 관련 기술 및 장비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도터의 김형일 대표는 국내와 일본의 손꼽히는 의대와 공대에서 학업을 마쳤다. 이로 인해 의사와 엔지니아의 감각을 모두 갖춘 융합적 인재임을 자부한다. 첨단 소재를 이용한 차세대 스텐트의 아이디어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200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그리고 2010년 도쿄대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던 와중, 기존 스텐트 시술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문을 많이 보게 되었다. 스텐트 시술은 2003년 즈음부터 본격화되었는데 시술 4~5년차 즈음 되니 이식 후 스텐트가 남아있으면 혈전증이 지속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혈관을 지탱할 수 있으면서 나중에 저절로 사라지는 생분해성 스텐트를 고안하고 관련 학위도 취득했다”
그는 귀국 후 소재 부품 기업에 입사, 본격적으로 생분해성 스텐트 개발에 착수했다. 기본적인 연구개발과 더불어 기존의 외국 기업이 내놓은 제품을 집중 분석해 개선해야 할 점도 밝혀냈다.
“2012년에 부친이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인 ‘썬텍’에 입사하고 연구 개발 과제를 받아 생분해성 스텐트의 개발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2016년에 도터를 설립해 연구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인 애보트(Abbott)에서 생분해성 스텐트를 유럽에서 먼저 출시한 바 있지만 이는 금속 스텐트보다 두께가 2배에 달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혈류 정체로 혈전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이 두께를 줄이는 데 목표를 뒀으며, 2015년에 그들과 동등한 157 마이크론, 2017년에는 120 마이크론, 2018년에는 100 마이크론을 달성했다”
김형일 대표는 도터의 기술이 단순히 스텐트 시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층 확장된 사전 진단 및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생분해성 스텐트는 혈관을 넓혀 증상을 치유한 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어 없어진다. 금속 스텐트와 같은 후기 혈전증의 우려가 없다. 그리고 우리의 기술이 한층 고도화된다면 기존의 금속 스텐트가 도저히 하지 못하던 것도 할 수 있다. 고위험 동맥경화 환자는 염증 성분이 혈관을 막는 동맥경화반으로 발전,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고위험군 환자를 미리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도 내놨다”
이와 더불어 도터는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향상된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스텐트 시술을 앞두고 혈관을 막는 동맥경화반을 찾는 광단층 형광수명영상 시스템, OCT(Optical coherence tomography) 장비를 이용하곤 한다. 기존 OCT는 병변의 크기와 형태 정도만 봤다. 하지만 우리는 생화학적 정보를 취합하고 염증과 관련된 성분을 분석하는 ‘OCT-FLim(Fluorescence Lifetime Imaging)’을 개발했다. 시술이 필요한 고위험군인지, 약물치료로 개선이 가능한 중위험군인지를 한층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형일 대표는 도터의 솔루션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것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실제 상용화도 착실히 진행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 기업 중에도 경쟁사가 있긴 하지만 우리의 기술 수준이 거의 5년 정도 앞서 있다. 먼저 생분해성 스텐트를 내놓은 애보트의 초기 제품도 한계가 그러나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걸로 안다. 우리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작년부터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임상시험 진행 예정이다. OCT-FLim 역시 올해 안에 허가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김형일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 주변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애보트의 것도 초기에는 혁명적인 제품이라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겼다. 시장의 기대가 커서 서둘러 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비슷한 것을 개발한다고 하니 회의감을 표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두고 꾸준히 기술의 성숙도를 높였고, 투자자들이 먼저 이를 알아채고 반응했다. 2020년에 산은캐피탈에서 15억원을 투자 받았고 작년에는 NH투자증권 등이 50억원을 투자했다”
도터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하는 ‘소부장 스타트업 100’ 사업을 통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소부장 협약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는 점도 밝혔다.
“투자 유치를 위한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고 투자자와의 만남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사업의 진행방향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관련 기업들의 소식이나 행사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 준 점도 고마웠다. 무엇보다 우리를 유망 기업으로 인정해 줬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형일 대표는 향후 제품 상용화를 통해 글로벌 대기업 수준과 당당히 경쟁하는 국내 대표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우리는 정말로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 중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라 자부한다. 우리의 기술로 글로벌 의료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특히 저는 의학과 공학을 함께 경험하며 융합의 비전을 세웠다. 글로벌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약속드린다"
한편, 도터는 14일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OCT-FLim의 임상시험을 진행,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도 했다. 향후 관련 솔루션에 대한 주목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