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CIe 4.0 고성능 SSD의 저변 확대, WD 블랙 SN750 SE
[IT동아 김영우 기자] 웨스턴디지털(이하 WD)의 SSD나 HDD 제품군은 이름만 봐도 제품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린’이라면 내구성과 가성비, ‘블루’는 그 어떤 용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 그리고 ‘블랙’은 강력한 성능을 강조하는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WD 블랙(Black) SN750 SE’ M.2 NVMe SSD 역시 마찬가지로 고성능을 갖춘 제품이다. 다만 또다른 고성능 WD의 SSD 제품인 WD 블랙 SN850과는 약간 지향점이 다르다. SN850이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장 강조하는 제품이라면, SN750 SE는 ‘적당한 고성능+긴 수명+가격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SN750 SE는 기존 SN750을 대신하는 제품으로, 사양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보다 상위 모델인 SN850의 등장으로 인해 포지션 조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외형 및 기본 구성
WD 블랙 SN750 SE의 외형은 여느 M.2 규격 SSD와 크게 다르지 않다. 2280(22x80mm) 규격이라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 호환된다. 리뷰에 이용한 제품은 1TB 용량의 모델이지만 기판에 달린 메모리 칩은 1개뿐이다. 동일한 용량이라도 칩의 수가 적을수록 발열이나 소비전력 면에서 유리하다. 탑재된 메모리는 산하 브랜드인 샌디스크의 메모리다.
내부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NVMe 기술, 그리고 기존의 PCIe 3.0 대비 대역폭(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이 2배 향상된 PCIe 4.0(x4)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3세대 이후의 AMD 라이젠 프로세서 및 11세대 이후의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시스템에서 PCIe 4.0을 지원하므로 신형 PC를 보유하고 있다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참고로 PCIe 3.0 기반의 기존 시스템에서도 WD 블랙 SN750 SE를 이용하는 건 가능하지만, 이 경우 PCIe 4.0 본연의 성능을 낼 수 없다.
SSD의 전반적인 동작을 제어해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컨트롤러의 경우, 파이슨(Phison)의 E19T를 탑재했다. 다수의 PCIe 4.0 기반 SSD에 탑재된 바 있으며, 가격대비 성능 면에서 검증된 컨트롤러 중 하나다.
평균 이상의 성능과 긴 수명에 방점 찍어
그 외에 DRAM 등의 일부 고급 기능은 갖추고 있지 않지만 안정적인 구동을 돕는 TRIM이나 SLC캐싱 등의 필수 기능을 지원한다. 제조사에서 밝힌 사양에 따르면 WD 블랙 SN750 SE는 1TB 모델 기준으로 순차 읽기 속도 최대 3,600MB/s, 순차 쓰기 속도 최대 2,830MB/s를 발휘한다. 이는 WD 블랙 SN850과 같은 최상위급 PCIe 4.0 NVMe SSD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기존의 PCIe 3.0 기반 NVMe SSD에 비하면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구형 SSD 이용자라면 확실한 성능 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명과 내구성 면에서도 충실하다. 평균 무고장 시간(MTTF, Mean Time Between Failures) 기준으로는 175만 시간을 보장한다. 데이터의 쓰고 지우기가 계속되는 환경에서 얼마나 고장 없이 이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TBW(Total Byte Written, 총 쓰기 가능 용량) 수치는 1TB 모델 기준으로 600 TBW다. 600 TBW라면 매일 100GB를 쓰고 지우는 극히 가혹한 환경에서도 약 15년은 정상 작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A/S 기간도 5년으로 넉넉한 편이다.
참고로 SSD는 같은 모델이라도 고용량 제품의 성능과 내구성이 더 뛰어나다. WD 블랙 SN750 SE는 1TB 모델 외에 250GB와 500GB 모델도 있다. 가장 사양이 낮은 250GB 모델은 최대 순차 읽기/쓰기 속도가 각각 3,200/1,000MB/s이며 내구성 수치 역시 200 TBW로 고용량 제품 대비 열세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용량의 다른 SSD에 비해 우수한 편이므로 구매를 주저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제품 관리를 돕는 소프트웨어 제공
제품의 체계적인 관리를 돕는 소프트웨어 지원도 충실한 편이다. WD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대시보드(Dashboard)를 PC에 설치하면 탑재된 SSD의 사용량이나 온도, 남은 수명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펌웨어 업데이트 등의 부가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제공 소프트웨어인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Acronis True Image)를 이용, 시스템에 달려있던 기존 SSD나 HDD의 내용을 온전하게 새 SSD로 복제(마이그레이션)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SSD 교체 후에도 새로 운영체제나 응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로 측정한 성능
AMD 라이젠9 5950X CPU에 32GB DDR4 메모리, 그리고 MSI X570 메인보드로 구성된 윈도우10 PC를 이용, WD 블랙 SN750 SE (1TB)의 성능을 측정해봤다. 저장장치의 성능을 벤치마크 하는 크리스탈디스크마크(CrystalDiskMark) 8.0.4 소프트웨어를 구동해보니 순차적 묶음 전송속도 항목에서 읽기 3609.84MB/s, 쓰기 2917.78MB/s의 속도를 냈다.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읽기 3,600MB/s, 쓰기 2,830MB/s)와 거의 일치하며, 자잘한 데이터를 다루는 상황을 테스트해 전반적인 순발력을 가늠할 수 있는 4K 관련 수치도 양호했다. 구형 시스템에 주로 이용하던 SATA 기반 SSD에 비하면 6배가량, 기존 PCIe 3.0 기반 SSD에 비하면 2배 이상 빠르며, PCIe 4.0 지원 SSD 중에서도 평균 이상의 양호한 성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SD 온도는 평상시에 섭씨 34도 정도를 유지하다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 섭씨 63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주 낮은 온도라고는 할 수 없지만 PCIe 4.0 기반 SSD 제품군 전반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무난한 수준이다.
PCIe 4.0 기반 고성능 SSD의 저변 확대 노린다
한때 PCIe 4.0 지원 SSD는 일부 전문가나 마니아를 위한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최신 PC가 다수 보급되면서 일반 대중들도 PCIe 4.0 지원 SSD를 무난히 이용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WD 블랙 SN750 SE는 PCIe 4.0 본연의 성능을 제공하면서 내구성이나 가격 면에서도 이점을 확보한 제품이다. 일반인은 물론, 게이머나 전문가용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두루 적용 가능하다.
현존 최고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아니지만, PCIe 3.0이나 SATA와 같은 이전 세대 기술 기반의 SSD를 이용하던 사용자라면 확연히 개선된 성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도 적당하다. 2022년 2월 온라인 최저가 기준, 250GB 모델은 6만 9,500원, 500GB 모델은 9만 1,000원, 1TB 모델은 17만 9,000원에 살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