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왕의 귀환’ 외친 인텔, 노트북용 12세대 코어 i9-12900HK
[IT동아 김영우 기자] PC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는 ‘당연히’ 인텔이던 시절이 있었다.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성능과 호환성, 안정성까지 타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에 AMD 라이젠 시리즈가 처음 등장해 우수한 성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출시된 인텔 프로세서 제품군의 성능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해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독점구도는 깨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최신 모델인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코드명 엘더레이크)는 명성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을 계속하던 인텔의 역작이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작년 10월 출시된 데스크톱용 제품을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노트북용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용의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제품군에 추가되었다.
이번 시간에는 이달 막 출시된 노트북용 12세대 인텔 코어 i9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을 가늠해보자. 리뷰에 이용한 노트북은 MSI의 ‘레이더(Raider) GE76’ 모델로, 노트북용 12세대 코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코어 i9-12900HK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32GB의 DDR5 메모리,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Ti(16GB) 외장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 360Hz 주사율의 풀HD급 화면, 윈도우11 운영체제 등, 현재 출시된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사양을 갖췄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 이용한 노트북은 해외 버전이라 국내에 출시될 제품과 일부 사양이 다를 수도 있다.
고성능 코어와 고효율 코어를 함께 품은 ‘하이브리드’ 프로세서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CPU(중앙처리장치)의 핵심인 코어(Core)의 구성 및 제조 공정이다. 공정의 미세도가 향상될수록 성능이나 전력 효율, 발열면에서 유리하다. 엘더레이크-H는 기존의 10nm 슈퍼핀 공정을 개선한 ‘인텔7’ 공정을 적용했다. 인텔은 작년 중순부터 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가 아닌 독자적인 기준의 공정 표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내의 트렌지스터 설계 구조가 평면에서 입체로 변모함에 따라 기존의 nm 표기로는 트렌지스터의 집적도를 정확히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텔7 공정의 경우, 기존 기준으로는 10nm 공정이지만 실제 성능은 7nm에 준한다고 인텔은 강조한다.
코어의 구성은 더 흥미롭다.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 중에서도 중급형 이상급의 모델(일부 코어i5 모델 제외)은 고성능을 강조한 ‘퍼포먼스 코어(Performance-cores, 이하 P코어)’와 전력 효율이 높은 ‘에피션트 코어(Efficient-cores, 이하 E코어)’를 동시에 품고 있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췄다.
높은 성능이 필요할 때는 P코어를, 성능 보다는 전력 효율과 낮은 발열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E코어를 주로 이용해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는 P코어와 E코어를 모두 활용해 전체적인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더 빠른 DDR5 메모리, 강력해진 내장 그래픽까지
첨고로, 코어 i9-12900HK의 경우, 6개의 P코어, 8개의 E코어를 탑재하고 있다. P코어에는 물리적으로 하나인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코어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하이퍼 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을 적용했다. 따라서 운영체제에선 코어 i9-12900HK를 총 20개의 CPU를 가진 것처럼 인식한다.
평상시에는 낮은 클럭 속도로 구동하다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는 순간적으로 클럭을 높여 처리 효율을 높이는 터보 부스트 맥스 기술 3.0도 적용했다. 코어 i9-12900HK의 P코어는 최대 5GHz, E코어는 최대 3.8GHz까지 클럭을 높일 수 있다. 소비 전력 역시 35~115W 사이에서 유동적으로 변한다.
주변 기능 역시 진화했다. 기존의 DDR4 메모리(~3200MT/s)보다 빠른 DDR5 메모리(4800MT/s~)를 지원한다. 또한 내장 그래픽 기능 역시 성능이 크게 향상된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스(Intel Iris Xe Graphics)를 품고 있어 외장 GPU가 없는 시스템에서도 만족스러운 3D 콘텐츠 구동이 가능하며, 동영상 가속 및 8K(7680 x 4320)급 초고해상도 화면 출력도 가능하다.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로 살펴본 성능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 MSI 레이더 GE76 노트북을 이용, 실제 생활속에서 이용하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의 구동 상황을 가정해 실질적인 성능을 가늠해보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PC마크(PCMARK) 10’을 실행해봤다.
웹 서핑이나 및 영상 채팅 애플리케이션 실행 등의 전반적인 이용 감각을 평가하는 필수(Essentials) 항목 점수는 9,991점, 문서 작업 등의 사무 작업 관련 성능을 평가하는 생산성(Productivity) 항목 점수는 10,653점을 기록했으며, 각종 영상 관련 작업 효율을 나타내는 디지털 콘텐츠 창조(Digital Content Creation) 항목 점수는 11,317점을 기록, 총점 7,628점이 나왔다. 이는 지난 세대 제품인 노트북용 11세대 코어 i9 제품군에 비하면 20%가량 향상된 점수다. 코어 i9-12900HK가 현존하는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에 최상급의 성능을 낸다는 의미다.
게이밍 노트북을 위한 프로세서인 만큼, 3D 게임 구동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3D마크(3DMARK)’ 소프트웨어로 구동해 봤다. 다이렉트X 12 기반 최신 게임의 구동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타임스파이(Time Spy) 테스트에서는 종합 12,471점을 기록했는데, 그 중에서 그래픽(GPU) 점수는 12,480점, CPU 점수는 12,421점이었다. 이 역시 PCMARK 10 점수와 유사한 양상이다.
참고로 노트북에 설치된 외장 GPU(지포스 RTX 3080 Ti)를 비활성화하고 같은 테스트를 해봤다. 이렇게 하면 외장 GPU가 아닌 코어 i9-12900HK에 내장된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스의 성능만으로 콘텐츠를 구동하게 된다. 테스트 결과, 종합 2,086점에 그래픽 점수가 1,820점, CPU 점수는 12,287점이었다.
인텔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의 성능은 지포스 GTX 1050이나 라데온 RX 560과 같은 실속형 게이밍 그래픽카드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LOL’이나 ‘오버워치’ 같은 e스포츠용 게임이라면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게임 구동 능력, 기대 이상의 내장 그래픽 성능
실제 게임을 구동해봤다. 가장 먼저 플레이한 게임은 가장 대중적인 FPS인 ‘배틀그라운드’다. 외장 GPU를 활성화한 상태에서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 ‘울트라’ 상태에서 30여분 정도 미션을 진행했다. 이 상태에선 평균 110~120 프레임을 꾸준히 유지하며 최상의 플레이가 가능했다.
내장 GPU를 비활성화하고 인텔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으로도 구동해 보니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 ‘중간’에서 평균 50~60 프레임으로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내장 그래픽으로서는 대단히 좋은 성능이다.
고사양을 요구하는 최신 FPS 게임인 ‘파크라이6’도 구동해봤다. 외장 GPU 활성화 상태에서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을 ‘울트라’로 맞추고 게임내에 제공되는 벤치마크 기능을 실행했다. 테스트 결과는 최소 프레임 33, 최대 72 프레임, 평균 55 프레임으로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외장 GPU를 비활성화한 상태에서는 벤치마크를 실행하다 오류가 발생해 진행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파크라이6는 인텔 내장 그래픽에 최적화되지 않은 것 같다.
나온 지 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게이머들이 플레이하는 유명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도 구동해 봤다. 마찬가지로 외장 GPU 활성화 상태에서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 ‘가장 높게’ 상태에서 게임 내 벤치마크 기능을 실행했다. 아 상태에서는 평균 89 프레임을 기록하며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외장 GPU를 비활성화하고 인텔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에 의지한 상태에서도 벤치마크를 진행했다.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 ‘최소’ 설정에서 평균 45 프레임을 기록,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전력 효율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배터리 효율도 확인해봤다. 리뷰에 이용한 MSI 레이더 GE76 노트북은 4셀 구성의 99.9 Whr의 대용량 배터리를 갖추고 있지만,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은 전력소모가 심해서 외부 전력 공급 없이는 장시간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트북에 탑재된 윈도우11의 전원 설정을 ‘균형 잡힌’으로 맞춘 후, 외부 전원을 뽑은 배터리 구동 상태에서 유튜브로 풀HD급 동영상을 연속 재생하며 추이를 살펴봤다. 테스트 결과, 약 4시간 15분 후 배터리 잔량이 5%에 도달하며 방전 경고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사무용으로 주로 쓰는 저전력 노트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게이밍 노트북으로서는 선방한 수준이다.
절치부심의 인텔, 왕좌 복귀할까?
인텔은 최근 AMD의 맹공에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 나온 인텔 코어 시리즈는 성능이나 효율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12세대 코어는 그야말로 인텔의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제품이다.
이번에 MSI 레이더 GE76 노트북을 통해 체험해본 12세대 코어 i9-12900HK 역시 기대 이상의 면모를 보였다. 성능 면에서 이전 세대 제품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을 뿐 아니라, 동급의 AMD 제품에도 비교우위를 점할 만하다.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수준급인 점도 인상적이다. 12세대 코어를 앞세운 인텔이 노트북 시장에서 ‘왕의 귀환’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이에 AMD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