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나섰다··· 2022년, 폴더블 노트북 원년 될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삼성전자가 문을 연 폴더블 디바이스 시장이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 시장으로 확산할 모양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월 초 진행된 CES 2022(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OLED 기반의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노트북 시제품 일부를 공개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좌우로 디스플레이를 펼치는 플렉스 G 디스플레이와 S자 형태로 꺾이는 플렉스 S 디스플레이가 전시되었고, 노트북 형태는 4:3 비율의 17.3형 패널이 적용된 ‘플렉스 노트(Flex Note)’가 전시됐다. 플렉스 노트는 접었을 때 13형, 펼쳤을 때 17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나 생산 여부, 시기는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렉스 노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어서다. 현재 삼성전자는 2019년 갤럭시 폴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다섯 종류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했으며, 최신작인 갤럭시 Z 폴드 3와 Z 플립 3는 그간 지목돼온 내구성이나 품질 등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해 사실상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받고 있다. 다른 제조사도 아닌 삼성이 폴더블 노트북을 공개한 것이기에 주목도가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폴더블 노트북 시장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폴더블 노트북, 인텔 ‘홀스슈 밴드’가 기폭제
폴더블 노트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CES 2020부터다. 당시 인텔은 새로운 폴더블 OLED 디스플레이 폼팩터인 ‘홀스슈 밴드(Horseshoe Bend)’를 선보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홀스슈 밴드는 인텔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접었을 때 약 12인치에서 폈을 때 최대 17인치의 화면을 제공하는 4:3 비율의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게 조건이다. 하지만 당시 인텔은 홀스슈 밴드에 대한 자세한 규격이나 적용 기종, 출시 날짜 등을 밝히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 그대로 사장됐다. 물론 이때를 기점으로 노트북 제조사들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노트북 시제품 혹은 콘셉트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다.
인텔이 폴더블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어 든 건 올해 CES 2022부터다. 인텔은 CES 2022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을 위한 폼팩터, 인텔 이보(Intel Evo)의 3세대 규격을 공개하면서 인증 영역을 기존 노트북을 포함해 외부 장치와 데스크톱, 그리고 폴더블 노트북까지 확대했다. 인텔 이보는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규격, 배터리 성능, 동작 성능 등 노트북을 원활하게 쓰기 위한 기준을 충족했는지에 대한 인증이다. 인텔은 올해 안에 태블릿 PC나 듀얼 앵글 등 폴더블 PC용 디자인 4개를 이보 폼팩터로 추가해 폴더블 PC 시장 대응에 나선다.
그간 출시된 ‘폴더블 PC’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유일하게 상용화된 제품은 홀스슈 밴드 공개 당시 함께 공개된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다.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는 세계 최초의 폴더블 OLED PC로 4:3 비율의 13.3형 2K(2048x1536) 해상도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접었을 때 13인치, 폈을 때 17인치 크기의 화면을 제공한다. 프로세서는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8GB LPDDR4X 메모리가 탑재되며, 2개의 USB-C형 단자가 장착돼있다. 씽크패드 X1 폴드는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제품답게 가격이 약 420만 원대에 달하지만, 폴더블 PC의 실현 가능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대만의 PC 제조사 에이수스(ASUS)도 올해 CES 2022에서 폴더블 OLED 노트북 2종을 선보였다.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는 17.3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며, 접었을 때의 크기는 3:2 비율 12.3인치 화면이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2.5K(2560x1920) 해상도며, 75Wh 배터리를 탑재해 넉넉한 실사용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세서는 12세대 인텔 코어 i7 P 시리즈 및 AMD 라이젠 5000 프로세서가 탑재되며, 최대 16GB 메모리와 1TB 저장 공간이 포함된다.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에 대한 가격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출시는 오는 2022년 2분기 중에 예정돼있다. 함께 공개된 14형 디스플레이 제품인 에이수스 젠북 14 클램쉘(Clamshell, 조개껍데기) OLED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시제품을 공개하고, 특허를 등록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해 7월 ‘멀티 폴더블 전자기기(Multi-Foldable Electronic Device)’라는 이름의 특허를 등록했고, 올해 1월 13일에 출원이 완료됐다. 해당 특허에서 설명된 노트북은 디스플레이로 돼있는 씽크패드 X1 폴드나 젠북 17 폴드 OLED와 다르게, 디스플레이도 접고 물리적 형태로 구현된 키보드를 분리해서 또 접는 형태다. 기존의 노트북이 아래에서 위로 접는 방식이라면, 삼성의 특허는 노트북을 완전히 펼친 상태에서 좌에서 우로 접는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노트북 크기의 1/4까지 크기를 줄일 수 있다. 해당 특허가 실제로 양산되거나 출시될지는 미지수지만 다양한 제품이 등장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외에도 레노버 씽크패드 X1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지만 실제 제품까지는 등장하지 않은 델의 ‘콘셉트 오리(Concept Ori)’, 대만 제조사 위스트론(Wistron)이 ODM(주문자 생산 위탁, Original Design Manufacturer) 방식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지만 콘셉트에 그쳤거나 출시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폴더블 노트북 시장, 기술력에 달렸다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시중에 출시된 폴더블 노트북은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가 유일하다. 이는 폴더블 노트북의 가격대가 아직까지 높기 때문인 점도 있지만, 내구성이나 활용도가 아직까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는 폴더블이 아닌 디스플레이만 두 개인 ‘서피스 네오(Surface Neo)’라는 제품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고, 델 콘셉트 오리 역시 폴더블 버전과 듀얼 디스플레이 버전이 동시에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관건은 단가보다는 실현 가능한 기술력이 확보되었는가에 달렸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공개한 특허, 갤럭시 플렉스 노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미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폴더블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해, 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시장성을 갖춘 폴더블 기기 제조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삼성이 폴더블 노트북에 시도하고, 충분한 시장성을 갖추기만 한다면 점진적으로 폴더블 노트북 역시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리라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