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2] 현대차, '미래차'아닌 '로보틱스 비전' 발표··· '더 큰 그림 그린다'

남시현 sh@itdonga.com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출처=현대자동차그룹

[IT동아 남시현 기자]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을 토대로 인간의 이동 경험을 확장하겠다는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2에 참가하고 있는 현대차는 발표회를 열고,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세 가지의 구체적인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로보틱스 비전은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bility of Things(MoT)’ 생태계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력도 함께 선보였다.

모빌리티 넘어서는 모빌리티 나온다,

CES2020 당시 현대차와 우버가 합작 프로젝트로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 이미지. 출처=현대자동차그룹
CES2020 당시 현대차와 우버가 합작 프로젝트로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 이미지. 출처=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가 본업인 자동차가 아닌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CES2020 당시 현대차는 기조 연설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안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개인용 비행체와 도심 공항 등이 결합된 도심 항공 모빌리티와 환승 거점, 설계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의 요소로 구성된 차세대 이동 체계며, 차량 공유 업체 우버(Uber)와 공동으로 개발한 수직이착륙 비행체 콘셉트 ‘S-A1’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지상과 공중의 모빌리티를 엮는 차원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해 12월, 우버가 자율주행 및 에어택시 사업을 매각하면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가 소프트뱅크로부터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게 이때쯤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창업한 로봇 기업으로, 오지 주행을 위한 4족 보행 로봇이나 완전 자율 직립 2족 보행 로봇 등 고유의 기술력으로도 잘 알려진 기업이다. 다만, 고도의 기술력과는 별도로 뚜렷한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그야말로 속빈 강정 같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로봇과 모빌리티 시장의 결합 가능성을 본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앞서 우버와 진행했던 미래 모빌리티 사업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비전을 구상하는데, 그것이 바로 ‘로보틱스 비전’이다.

스팟과 함께 등장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스팟과 함께 등장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출처=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함께 등장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이번 CES2022 기조 연설에서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한 사업에 대해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 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이 말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는 인간의 이동 경험을 확장하고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미래 비전이다. 우선 현대차는 미래에 인터넷 등에 구축된 기존의 가상 공간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여기서 사람들은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메타모빌리티’ 세상을 맞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자동차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이 접점이 되고, 로보틱스가 가상과 현실을 잇는 매개체로써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상용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공개해 스마트 물류 산업 솔루션을 제안하는 한편, 미국 내 UAM 독립 법인을 ‘슈퍼널(Supernal)’로 확정하는 등 메타모빌리티 실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 주행 생태계부터 지능형 로봇 선보여

차량 후방의 캐비넷 아래 부착된 바퀴가 사물의 자율 주행화를 지원하는 ‘PnD 모듈’이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차량 후방의 캐비넷 아래 부착된 바퀴가 사물의 자율 주행화를 지원하는 ‘PnD 모듈’이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사물의 크기, 형태와 무관하게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는 ‘사물 이동성(Mobility of Things(MoT)’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PnD 모듈로 이름 지어진 이 제품은 인휠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및 환경 인지 센서가 결합된 일체형 모빌리티로,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활용한 지능형 주행과 제동, 360도 회전 등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인다. 이 모듈을 사물에 부착하면 작은 테이블부터 커다란 컨테이너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이든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또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서비스 로봇 스팟(Spot)과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 물류 처리를 위한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Stretch) 등 인간의 편의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지능형 로봇을 함께 선보였으며, 벡스(VEX, Vest Exoskeleton) 등 인간의 신체 장애를 보조하고 능력을 강화하는 웨어러블 로봇도 함께 선보였다. 현대차는 372평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주제로 한 퍼스널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을 소개한다.

현대차, 더 큰 시장으로 도약하다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모빌리티의 미래. 출처=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모빌리티의 미래. 출처=현대자동차그룹

한국인에게 있어서 현대는 자동차 기업이지만, 현대차는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매년 CES를 통해 비전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이 비전을 발전시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특히나 올해 CES의 대주제는 전기차로, 빅 테크 기업들이 빠진 자리 대부분을 자동차 회사와 자율주행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현대차는 현대차는 자동차 회사로는 가장 큰 규모로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아닌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10년, 20년 뒤에는 현대차가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더 높은 차원의 기업으로 거듭나있지 않을까?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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