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투자 공식 통했다··· 샴페인 터뜨리는 '아트 테크' 시장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조각 투자는 특정 재화의 소유권을 분할해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지분 소유(fractional ownership)라고도 부른다. 조각 투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투자 위험성은 낮으면서 비교적 고수익률이 보장되는 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그간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미술품, 예술품, 명품 시장의 문턱을 없애버렸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나 블록체인 기반의 자격 증명을 통해 자본을 분산하더라도 소유를 증명할 수 있고, 외부 요인으로 인한 변동 폭이 큰 주식이나 암호화폐와 다른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2월 10일 거래된 뱅크시의 ‘Love Rat’. 출처=테사
지난 12월 10일 거래된 뱅크시의 ‘Love Rat’. 출처=테사

그중에서도 예술 작품에 대한 조각 투자 열풍은 유난히 뜨겁다.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TESSA)’가 지난 10일 판매한 뱅크시(Banksy)의 작품 ‘Love Rat’은 지분 소유권 완판에 단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해당 작품의 가격은 7천700만 원, 지분 소유권은 7만7천 개에 달하는데도 1분 만에 판매가 끝났다. 또 영국의 팝 아티스트 줄리언 오피(Julian Opie)의 ‘Faime, Shaida, Danielle, Ian'은 1년 만에 31.9%의 수익률을 기록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의 이목을 한눈에 끌었다. 조각 투자 자체는 플랫폼을 통한 거래인 만큼 증권 거래나 부동산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지만, 최근에는 연이은 투자사들의 러브콜과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을 통해 주류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상황이다.

예술품 조각 투자, 일반인부터 투자사까지 몰린다

2019년 설립된 테사는 전 세계 미술 시장에서 검증된 고가의 미술품을 조각 투자하는 아트테크 플랫폼으로, 주로 뱅크시, 앤디 워홀, 마르크 샤갈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만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거래한다. 테사가 선정한 작품은 자체 보유한 블록체인 분산 원장 특허 기술을 활용해 소유권을 디지털로 분할해서 거래하고, 실물 작품은 국내 최초 아트테크 갤러리인 ‘#UNTITLED(샵언타이틀드)’에서 선보인다.

테사 2021년 연말결산 인포그래픽. 출처=테사
테사 2021년 연말결산 인포그래픽. 출처=테사

올해 테사는 총 27개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회원 수는 지난해 4월 대비 32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4월까지 만해도 테사의 회원수는 1천392명이었지만, 앱 출시 1년 만에 1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 7월에 2만 명을 돌파한 이후 올해 12월에 4만4천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1인당 평균 투자 금액도 작년에는 8만5천 원이었지만 올해는 65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전문 감정단을 통해 위작 여부와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신뢰성, 또 실물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할 정도로 거래 실체가 뚜렷하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반 투자자 규모가 커진 만큼, 전문 투자사들도 조각 투자 플랫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8일, 테사는 에코투자파트너스, L&S벤처캐피탈, 메디치인베스트먼트, 스프링캠프까지 총 네 곳의 투자사로부터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 3월 프리A(Pre A)라운드를 마친지 8개월 만의 성과다. 이를 통해 테사는 올해에만 총 5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블루칩 미술품 시장과 조각 투자 시장이 커지는 만큼 성장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에코투자파트너스 이웅희 팀장은 “(테사가) 블루칩 미술품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무형 자산 거래 플랫폼으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투자했다”라며, “테사의 확장 가능성과 탄력적인 활동에 기대하는 바가 크며, 테사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에코마케팅도 일조해 나가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테사의 상설 갤러리, ‘#UNTITLED’ 전경. 제공=테사
테사의 상설 갤러리, ‘#UNTITLED’ 전경. 제공=테사

테사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국내 사용자 확대에 나서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할 예정이다. 테사는 테사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이 일정 투자 비용을 지정하면, 작품이 열리는 시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자동으로 작품에 투자하는 ‘구독 모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술품 거래가 활발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와 서비스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 및 인력 투자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소수만 접근할 수 있던 미술품 투자 시장에서 벗어나, 대중에게도 좀 더 쉽게 검증된 미술품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힘써 온 테사의 진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미술품을 지속해서 선보이고자 힘쓰는 것은 물론 글로벌 서비스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조각 투자 시장, 블록체인 업고 성장할 것

테사의 상설 갤러리 #UNTITLED, 사진 속 작품은 키스 해링의 ‘Retrospect’. 제공=테사
테사의 상설 갤러리 #UNTITLED, 사진 속 작품은 키스 해링의 ‘Retrospect’. 제공=테사

조각 투자는 결코 갑작스럽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조각 투자는 이미 1970년대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시분할(Timeshares, 혹은 휴가 소유권) 거래로부터 시작됐다. 시분할은 호텔이나 리조트 등 숙박형 시설의 부동산을 방 단위로 나누고, 해당 부동산의 이용권을 1년 52주로 나눈 다음 본인이 원하는 주(週) 만큼 이용하는 거래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호텔형 별장을 원하는 사람이나 임대 수익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판매되며, 일반 부동산과 동일하게 정부에 등기가 오르고 상속, 증여 및 양도까지 가능하다. 1970년만 해도 시분할은 파격적인 거래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거래의 한 방식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조각 투자 시장 역시 지분을 나눠 갖는다는 맥락에서 시분할과 비슷한 면이 많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블록체인,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기술을 활용한 지분 증명 방식을 시장이 인정했다는 점이 있고, 우려스러운 측면에서는 아직 조각 투자 플랫폼이 법적·제도적으로 완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도권에서는 이제 막 조각 투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지만, 과거부터 있던 방식을 고도화했고, 실물 자산이 주체인 만큼 주류 시장으로의 편입 가능성은 낙관적이다. 유행이 반복된다는 공식을 생각하면, 테사와 같은 조각 투자 방식도 시분할과 마찬가지로 미술품을 거래하는 주력 거래 방식이 되지 않을까?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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