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다트랩의 보안 화상 회의,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IT동아 정연호 기자] 화상회의 서비스 업체인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가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에 의뢰해 교육, 의료, 기술, 금융 보험, 부동산, 정부기관 등의 종사자 5820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직원은 2.4~2.7배 증가했으며 원격근무자는 2.5~3배 늘었다(출처: ‘코로나19 중 화상 커뮤니케이션의 영향(Report: The Impact of Video Communications During COVID-19)’ 보고서).
이어,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화상회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의료 분야에서 80%, 교육 분야에서 81%, 기술 분야에서 84%, 전문 서비스 분야의 84%”라고 말했다. 화상회의의 성장은 코로나19 특수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란 뜻이다. 다만, 온라인 화상 회의는 오프라인 회의보다 보안에 취약하므로, 영업비밀이 생명인 제조업 등의 분야에선 화상 회의 도입을 주저하는 일도 꽤 있었다. 이러한 보안의 약한 고리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에 화상회의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코어다트랩의 김백수 CRO를 만나 화상회의의 보안, 블록체인, 그리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ㅡ회사와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코어다트랩 CRO(최고연구책임자) 김백수다. 코어다트랩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사업 초반엔 한경미디어그룹과 함께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자 정보 플랫폼 ‘블루밍 비트’를 공동사업으로 진행했었다. 지금은 광주인공지능융합사업단의 시제품 지원 사업에 선정돼, 보안 화상회의를 주제로 시제품을 제작했다”
ㅡ코어다트랩의 솔루션은 어떤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지 궁금하다.
“고유한 값을 가진 블록체인 기반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를 생성해, 이 값을 회의 참여자 한 명 한 명의 초대 코드로 만든다. 이러한 정보는 블록체인에 저장되는데, 회의 내용이 유출됐을 때 블록체인 정보를 바탕으로 누가 정보를 유출했는지 확인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로,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역 등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여러 명이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의 고유한 값을 참여자들 화면에 워터마크(저작권 정보를 식별하도록 삽입한 정보)로 적용하면, 회의 참석자가 화면을 캡처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이 워터마크를 단서로 추적할 수 있으니 법적인 대응을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 이때 문자열과 QR코드를 활용한 눈에 보이는 워터마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둘 다 사용한다. 후자의 경우엔 분석을 하면 숨겨진 데이터를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적용했다.
오프라인 회의는 참석자 중 누군가가 수상한 행동을 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행동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 회의는 NDA(비밀유지계약) 작성 등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두기도 한다. 온라인 회의는 아직 이런 장치가 없는 거 같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 회의가 많아졌고, 코어다트랩은 보안의 공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솔루션을 통해선 NDA(회의 참가자 정보를 저장)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할 수 있다. 화상회의로 계약을 진행할 때, 당사자들이 전자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한 사실을 블록체인에 담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선 사전에 받은 회의 참석자 정보를 바탕으로, 모니터 앞에 있는 참여자 수와 실제 참여자로 등록한 사람의 수가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또, 핸드폰으로 화면을 찍으려고 할 때 인공지능이 이를 감지해 화면을 가리는 경고 알림을 띄운다. 추후엔 코어다트랩의 기술들을 기존 화상회의 솔루션에 탑재하는 형태로도 생각하고 있다”
ㅡ사전에 유출을 방지한다는 측면의 ‘보안’ 개념도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비한다는 의미가 강한 거 같다. 보안과 해킹은 ‘무엇이든 막는 방패와 무엇이든 뚫는 칼’로 비유되지 않나? ‘완벽한 보안’이란 개념을 구현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거 같다.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결국 어떤 보안이든 뚫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건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내릴 때 객관적인 증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ㅡ지금 준비하고 있는 다른 서비스도 있나?
“NFT 거래 플랫폼도 최근에 런칭했다. 작년에 클레이튼(카카오톡의 블록체인 플랫폼)하고 수료증을 발급하는 서비스를 만들면서 NFT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올해 NFT 열풍이 불면서 이 분야에 더 집중하게 됐다. NFT는 음악, 예술 작품처럼 기존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비즈니스다. 사이버 세상의 IP뿐 아니라, 실물 예술 작품도 IP로 만들 수 있어 확장 범위가 넓다.”
ㅡ화상회의 보안 솔루션과 NFT 모두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이다. 요즘 블록체인이 대세인 듯하다.
“코어다트랩 솔루션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찾은 비즈니스다. 블록체인에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고, 위변조가 어렵다. 거래 데이터를 하나의 회사 서버에 저장하면, 이용자는 회사만 믿어야 한다. 만약 회사가 망한다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게임이 망한다고 해보자. 그럼, 그 게임 플랫폼의 아이템도 다 소멸한다.
이 지점이 우리 사회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였다. 우리 사회는 ‘투명한 정보’와 ‘분산된 통제 방식’을 원한다. 하나의 게임 플랫폼에서 제작한 아이템을 다른 곳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람들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ㅡ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사회에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있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우리나라는 관이 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믿음이 있다. 다만, 무정부 상태와 다름없는 곳에선 이런 투명성은 생각할 수도 없고, 심지어 계좌를 만들기도 어려운 곳이 있다. 핸드폰 하나로 이게 다 가능하다고 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ㅡ인공지능도 계속 연구한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다.
“지금은 자연언어 처리로 다른 기업과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과 가장 비슷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초거대 AI(인공지능) ‘GPT-3’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를 하거나, 기존의 데이터를 정형화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것. 이게 자연언어 처리이다. 지금도 식당 예약을 AI로 하는 서비스가 상용화돼 있는데, 더 나아가 전문가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두 갈래는 ‘시각이해 기술’과 ‘언어이해 기술’이다. 시각이해 기술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미지·영상 분석, 객체 인식으로 이미지에 포함된 정보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사진 속 남성, 여성의 외형적 특성을 인식하거나, 눈, 코, 입의 모양을 분석해 표정을 인지 혹은 감정을 추측할 수도 있다.
‘언어이해 기술’ 중 사람들이 만든 텍스트 의미를 이해하고, 텍스트 정보를 추출 및 분류하며, 더 나아가 직접 텍스트를 생성하는 기술을 ‘자연언어 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이하 NLP)’라고 한다. 챗봇 등의 질의응답 시스템, 기계 번역, 자동 통역, 문서 요약, 문서 분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한 편의 논문이 있다고 해보자. 이 논문을 이해하려면, 이를 읽는 사람도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을 어느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문서를 읽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의사의 진료 기록을 이해하려면 의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듯 말이다. 특정 영역마다 지식 베이스를 학습하면서, 자체적으로 판단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ㅡ자연언어를 통해선 어떤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우선 ‘특허’와 관련된 서비스가 있다. 특허 문서는 보통 수십 장 정도 된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이걸 다 읽고, 일일이 내용을 정리했다.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도 어려웠다. 자연언어 처리로 문서를 분류하고, 정리한다면 변리사들은 노동 집약적인 일보단 더 창의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 텔레마케터(전화 영업을 하는 상담원)들은 고객에 대한 특이사항을 기록한다. 이 기록을 정형화된 틀로 바꾼 다음, 단어와의 관계성을 분석하고 자동화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보험을 예로 들면, 기존의 보험 청구 기록을 분석하고 가입 가능한 보장 범위를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력을 조금만 들여도 판단할 수 있는 케이스는 자동화되고, 난해하거나 사람의 판단이 더 많이 요구되는 사례는 전문가가 집중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ㅡ로펌 변호사가 일하는 걸 보니, 사건 하나에만 몇백 장이나 되는 문서를 속독하고 시간에 쫓기면서 준비를 하더라. 이제 노동집약적인 일들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렇다. 문서의 내용을 요약해주니까. 지금까지는 문서가 들어오면 이걸 정형화해서 기록하는 시스템이 별로 없었다. 다양한 문서를 틀에 맞춰서 정리를 하면, 사람이 문서를 이해하는 것도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하는 것도 더 편리해진다”
김 CRO는 대학원에서부터 자연언어 처리를 연구해왔다. 그가 그리는 최종적인 목표는 ‘언어’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서, 인공지능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모델이다. 차를 운전한다고 할 때 사람은 눈 앞에 펼쳐진 도로 상황(시각자료)에만 의지하지 않고, 청각 정보도 함께 활용한다. 그리고, 표지판이나 도로 상황을 알려주는 특정한 글자가 있다면 이에 집중해서 언어를 이해하기까지 해야 한다. 사람의 판단은 이렇게 ‘입체적’이다. 기계가 사람처럼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역시 다양한 감각의 정보를 입체적으로 취합해야 한다.
ㅡ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어떤 현실을 일깨우는 거 같다. 노동집약적인 일이 사라진다면, ‘이제 전문성을 갖춘 사람만 살아남는 건가?’와 같은 현실적인 불안처럼 말이다. 근데, 모두가 전문가가 되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랴’라고 하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공지능과 관련된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 따분하고, 하기 싫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이 있다. 이런 일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좀 더 재밌는 걸 기획할 수 있다면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예전에도 기계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불안해했지만, 결국 그 이후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람들은 안전하게 일할 수도 있게 됐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정치인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사회적인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 기계의 파급효과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없던 건 아니다. 다만, 그건 정치가 지금까지 제도를 통해서 해결해왔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