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유모차로 돈을 벌고 있다는 데이터를 축적하라” 세이프웨이 (3)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 세이프웨이 (3)
“전동 유모차 시장, 아직 없습니다.”
세이프웨이 김동호 대표(이하 김 대표)의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아직 전동 유모차는 시장에 없죠. 세이프웨이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했던 지난 기사에서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율주행처럼 고속으로 이동하는 영역과 사람과 함께 동행하는 저속 모빌리티 영역은 다르다고 말이죠.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사람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사람의 의도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동하는 인간 중심적인 저속 모빌리티만의 가능성을 타진했죠.
그렇게 지난 4년간 세이프웨이는 전동 유모차를 개발했습니다. 매년 한차례씩 업그레이드를 해왔죠. 구동축과 제어 시스템에 대한 기술에는 자신 있었지만, ‘인간 중심적인’ 특징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유모차가 갖춰야 하는 내구성, 아기를 태워야 하는 안전성, 유모차를 밀고 끄는 보호자의 제어가 쉬워야 하는 용이성 등을 확보했습니다. 제품 소형화, 경량화도 고민했죠.
이제 세이프웨이는 전동 유모차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할 예정인데요. 정식 출시에 앞서 12월 1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컨셉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스케일업팀은 현재 전문엔젤로 다수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문활동 및 유관기업 협업 등을 조언하고 있는 한국벤처컨설팅 김유광 이사와 함께 세이프웨이를 방문,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품 상용화를 위한 투자 유치, 투자자는 어떻게 설득할까?
아직 시중에 전동 유모차는 없다. 세이프웨이 김 대표는 여기에 집중했다. 제품 필요성은 자신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 동안 몇 시간씩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직접 체험했다. 서울 대공원에서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4~5시간 밀고 끌면 팔이 저려온다. ‘힘들지 않는, 힘쓰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그렇게 탄생했다.
전동 유모차를 이리저리 밀고 끌며 부스를 돌아다닌 김 이사가 “제품 가격은 얼마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잠시 생각에 빠진 김 대표는 “제품 개발 비용과 유모차 원가를 고려해서 내부적으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거의 남는게 없는 가격이긴 합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김 이사가 말했다.
“곧 상용화를 위해 제품 양산을 위한 투자를 고려한다고 들었어요. 남는게 없는 가격이라…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일지 궁금합니다.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회수’입니다. 성공적인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하죠. 이걸 고려해야 합니다.”
맞다. 투자자가 ‘어? 이거 재미있는 아이템인데?’라고 생각했더라도,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투자자에게 스타트업 구성원 이나 사업 성장 가능성 등이 ‘투자해볼까?’라는 고려 요소라면, ‘투자 후 회수할 수 있을까?’는 필수 요소다. 그만큼 냉정하다. 아래는 김 이사가 과거 투자자가 고려하는 요소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 사람 : 우수한 인력과 오픈 마인드
· 구성 인력들이 사업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췄는가?
· 구성 인력들은 유기적으로 팀 빌딩이 잘 되어 있는가?
· 사업 분야의 우수한 인재 수급은 원활한가?
· 최고경영진은 구성 인력들을 잘 관리하고 있는가?
· 중장기적으로 경영진은 투자자와 함께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사업 : 성장성과 수익성
· 사업하고자 하는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충분한 성장성은 있는가?
·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은 있는가?
· 사업 수익성과 성장성은 충분한가?
·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은 경쟁력이 있는가?
· 경쟁자에 대한 대비책은 충분한가?
□ 회수 : 성공적인 EXIT 가능성 및 시장가치
·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사업인가?
· 상장한다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 상장하지 못한다면, M&A가 용이하거나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가?
· 경영자는 투자자의 투자회수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가?
사업이 잘 되어 기업이 수익을 많이 남겼다고 치자. 그런데 투자자가 충분한 가치를 받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해당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투자라고 볼 수 없다. 투자자는 '성공적인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회수' 문제는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이 부분을 설득해야 한다. 즉, 남는 게 없는 제품을 팔겠다는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과연 매력적일까? 이걸 고민해야 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투자자 설득? 데이터를 찾아라
“원가 비용, 제품 가격, 제품 활용성, 성장 가능성 등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이 있습니다. 투자를 유치 전까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들이죠. 그리고 투자자를 만나면서 한가지 추가할 것이 있습니다. 실제 데이터에요. ‘우리가 어떻게 돈을 벌겁니다’가 아닌, ‘이렇게 돈을 벌고 있습니다’라는 시장 데이터를 마련해야 해요.”
김 이사는 데이터를 강조했다.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다. 실측 데이터다.
“예를 들어보죠. 서울대공원에서 유모차를 장시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전동 유모차를 대여해주는 겁니다. 다만 얼마라도 받으면서 말이죠. 이들이 잠재고객입니다. 시간당 얼마를 받을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제품을 찾는 고객이 있고, 고객으로부터 반응을 얻어 쌓으세요. 이 데이터로 투자자를 설득하는 겁니다.”
김 이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세이프웨이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무기도 있습니다. 이미 유모차 브랜드 ‘레스떼(Restte)’를 1,000대 이상 판매했잖아요. 레스떼 유모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여는 겁니다. 전동 유모차를 제공하는 렌탈 서비스를 시작하는 거죠. 기존 레스떼 유모차와 디자인과 기능 등도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전동축만 교체해줄 수도 있죠. 다양한 형태로 실 수익 데이터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데이터라는 설명이다. 올바른 투자 유치는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얼마인지, 제품 편의성은 얼마나 좋은지, 우리가 갖춘 기술력은 무엇인지 등을 따질 단계가 아니다. 판매 데이터다. 이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수익 규모를 제안해야 한다. 투자자가 ‘여기 투자하면 최소한 투자금은 회수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제품 양산 위한 투자 유치, 규모를 파악하라
김 이사는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확인하고 투자자를 만나라고 권고했다. 확실한 수익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스타트업에게 유리하다는 충고였다.
“기존에 받은 신용보증기금으로 받은 시드 투자, 모태펀드를 통해 받은 앤젤 투자 규모에 맞춰 다음 투자 규모도 결정해야 합니다. 목표를 정하고 합당한 기준을 제시하는 형태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처음 시드 투자를 받을 때부터 현실을 반영해 접근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단계 투자를 보다 쉽게 이끌어낼 수 있어요.”
김 이사가 이어서 말했다.
“투자자, 투자사 등 투자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무조건 크게, 무조건 많이 받는 투자는 지양해야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투자는 오히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올해 세이프웨이가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13억 원이라는 매출은 긍정적입니다.”
제조 스타트업은 ‘J-커브’를 그리기 어렵다. 아이디어 개발, 시제품 제작, 제품 또는 서비스 출시 등을 거친 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J-커브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테다. 작년까지 이렇다 할 수익이 제로에 가깝던 앱 또는 게임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갑자기 몇 백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을 올리는 경우와 다르다. 제조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실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고급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 제품 테스트를 위해 소모하는 개발비 등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제조 스타트업이 확보한 고객은 쉽게 도망가지 않기 때문이다. 천천히 늘어나지만, 착실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단계씩 차분히, 한걸음씩 천천히 오르고 걷다 보면, 나름의 충성 고객을 늘려나갈 수 있다. 그래서 제조 스타트업에게 투자자는 더욱 실 데이터를 원한다.
“투자자들은 근거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역사, 데이터를 보여줘야 해요. 2000년대 이전, 벤처 투자 시절에는 투자자들이 데이터가 아닌 꿈에 투자했습니다. 실적 없는 벤처 기업에게 우리는 같은 목숨이라며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었죠.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느 정도 완성한 지금, 투자자들은 소위 말하는 ‘빠꼼이’가 되었습니다. 최소한 씨앗이 싹을 틔워야 관심을 보이고, 물을 주고, 거름을 줍니다. 꿈을 쫓는 투자자는 이제 없습니다.”
김 이사는 실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경계했다.
“사실을 알리면 됩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내비치세요. 100억 원, 1,000억 원을 벌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한 데이터를 뽑아내는데 집중하세요. 그리고 세이프웨이와 함께 할 투자자를,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첫 단계가 중요합니다. 하나의 돌을 쌓지 않으면, 다음 돌을 쌓을 수 없습니다. 데이터라는 신뢰를 내밀면, 그에 답하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대표가 다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측, 전망이 아닌 실측, 현장 데이터를 쌓아 선보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세이프웨이가 만들어갈 전동 유모차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세이프웨이는 제품 양산의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있다. 전동 유모차를 알리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레스떼 유모차를 판매하며 쌓은 현장 경험도 있다. 처음 김 대표가 전한 것처럼 전동 유모차 시장은 아직 없다. 때문에 세이프웨이가 곧 건넬 데이터는 남들이 걷지 않았던 걸음이다. 세이프웨이의 도전이 저속 모빌리티 생태계로 시장에 안착하기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