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자람 없이 꽉 채운 모니터, 큐닉스 그룹 QHD27L
[IT동아 권택경 기자] 데스크톱 PC로 게임 환경을 꾸린다면 PC 본체 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쓰게 되는 구성품은 모니터다. 그만큼 중요성 면에서도 모니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아무리 좋은 그래픽카드가 있어도 그에 걸맞은 화질을 뽑아줄 모니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이 목적이라면 화질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게이밍에 특화된 게이밍 모니터가 많이 등장하면서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고 있다. 일단 게이밍 모니터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면 주사율, 응답속도 등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원활하고 쾌적한 게임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은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
물론 그 안에서도 어떤 브랜드를 고를 것이냐, 어떤 제품을 고를 것이냐는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브랜드를 보고 고르는 방법도 있지만 좀 더 실익을 따지고 싶은 소비자라면 세세하게 사양을 따지는 편이 좋다. 게이밍 PC를 고를 때는 기본적인 모니터 사양도 중요하지만 HDR, 적응형 동기화 등 화질 향상과 게이밍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기능의 지원 여부도 잘 살펴봐야 한다. 물론, 성능이 출중하고 지원 기능이 많을수록 가격도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살펴보면 괜찮은 가격대에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큐닉스 그룹의 QHD27L REAL 165 NANO-IPS(이하 QHD27L)도 눈에 띄는 제품이다. QHD27L는 QHD(2560x1440) 해상도를 갖춘 27인치 크기의 게이밍 모니터다. 패널은 LG전자의 NANO-IPS를 채택했다. NANO-IPS는 평면내 전환(In Plane Switching, IPS) 패널에 나노 기술을 접목한 패널이다. 나노 미터 단위 미세 분자들이 색을 정교하게 조정하기 때문에 기존 IPS 패널보다 색을 정확히 표현한다. 시야각도 좌우 기준 178도로 매우 넓다. 일반적인 모니터 사용 상황에서 화면이 왜곡돼 보일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색재현율은 DCI-P3 기준 98%, AdobeRGB 기준 92%다. 게이밍 모니터 중에서는 고주사율이나 빠른 응답속도에만 신경 쓴 나머지 색재현율이나 시야각은 종종 있지만, QHD27L은 스펙상으로는 꽤 좋은 색재현율을 보여준다.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밝기 차이를 나타내는 명암비는 1000:1 수준이다. QHD27L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밝은 화면이 가장 어두운 화면보다 1000배 밝다는 의미다. 1000:1은 떨어지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HDR(고 명암 대비)을 지원하며 HDR 활성화 시 최대 밝기 400니트까지 지원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HDR은 기존보다 명암과 색상을 더 풍부하게 표현해주는 기술로, 콘텐츠와 하드웨어가 모두 지원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게임은 HDR 효과를 체감하기 좋은 매체인 데다 윈도11부터는 HDR 미지원 게임에도 자동으로 HDR을 적용해주는 ‘자동 HDR’ 기능이 추가됐으니 활용도가 높다.
게이밍 모니터들이 일반 모니터와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부분이 바로 주사율이다. 주사율은 화면이 1초에 얼마나 갱신되냐를 나타내는 수치로, 60Hz라면 1초에 화면이 60번 갱신된다는 의미다. 높으면 높을수록 더 자주 화면을 갱신하기 때문에 동적인 화면이 좀 더 부드럽게 표현된다. 그래서 빠른 움직임이 잦고, 화면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게임 환경에서는 주사율이 높을수록 좋다. 일반적인 사무용이나 영상 감상용 모니터는 대부분 60Hz지만, 게이밍 모니터는 144Hz 이상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QHD27L의 경우 최대 165Hz를 지원한다.
적응형 주사율(어댑티브 싱크) 기능도 지원한다. 적응형 주사율은 그래픽카드가 화면을 생선하는 속도와 모니터의 주사율을 일치시켜주는 기능으로, 두 수치가 불일치할 때 발생하는 화면 찢어짐(티어링) 등의 현상을 줄여준다. 엔비디아는 지싱크(G-Sync), AMD는 프리싱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주사율만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응답속도다. 응답속도란 전기신호를 받은 픽셀이 나타내고자 하는 색을 나타낼 때까지 걸리는 반응 속도다. 응답속도가 낮을수록 화면 전환이 빨라 잔상이 남는 현상이 덜하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응답속도 차이를 체감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고주사율 환경에서 빠른 화면 움직임이 나타나는 게이밍 환경에서라면 다소 둔감한 사람이라도 차이를 느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게이밍 모니터에서는 빠른 응답속도도 중요한 성능 지표로 여겨진다. QHD27L는 설정에 따라 1ms의 응답속도를 구현하므로, 게이밍 모니터로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실제 게임 환경에서의 QHD27L의 성능을 체감하기 위해 게임 ‘둠 이터널’을 플레이해봤다. ‘둠 이터널’은 매우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게임이라, 화면이 쉴 새 없이 빠르게 전환된다. 하지만 고주사율과 적응형 주사율, 빠른 응답속도 덕분에 잔상이나 찢어짐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고, 부드러운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HDR 적용으로 좀 더 풍부한 명암 표현과 색상을 느낄 수 있었다.
게이밍 모니터에 걸맞은 다양한 부가기능도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모니터 후면에 탑재된 RGB LED를 활용한 주변광 효과다. 가운데에는 빔라이트도 있어서 큐닉스 로고를 벽면에 투사한다. 주변광 효과는 모니터 뒷면 LED 모드 변경 버튼을 누르면 여러 패턴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만약 주변광 효과를 원치 않는다면 후면 버튼을 2초 동안 길게 눌러 끌 수도 있다. 이외에도 FPS, RTS 등 게임 장르에 맞춘 화면 프리셋이나 커스텀 설정 가능한 게임용 화면 프리셋 설정을 지원한다. 조준선 표시 기능도 정조준 상황 외에는 조준선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는 게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듯했다.
후면 입출력 단자는 디스플레이 포트 1.2, HDMI 2.0가 각각 두 개씩 있으며, 오디오 출력을 위한 3.5mm 단자도 마련돼 있다. 딱히 넘치거나 모자랄 것 없이, 모니터 성능 수준에 딱 맞는 정도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커도 내장돼 있다. 3W 유닛 두 개 구성으로, 모니터 스피커가 대부분 그렇듯 음질에 큰 기대를 걸면 안 된다. 하지만 내장 스피커는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별도 스피커나 헤드폰 등이 없어도 간단히 사용할 수준은 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QHD27L는 괜찮은 화질, 높은 주사율, 빠른 응답속도, 각종 부가기능 등 게이밍 모니터가 충족해야 할 조건은 다 갖추고 있는 제품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제품을 고르다 보면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QHD27L는 무난히 모든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 가격에 갖출 건 다 갖춘 제품을 원한다면 QHD27L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격은 큐닉스 공식 스토어 기준으로 약 40만 원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