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플 실리콘의 진가를 드러내다, 애플 맥북프로 14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10월, 애플은 첫 애플 실리콘 ‘M1’의 고성능 버전인 ‘애플 M1 Pro(이하 M1 프로)’와 ‘애플 M1 MAX(이하 M1 맥스)’를 탑재한 맥북 프로 14, 16을 각각 공개했다. 새로운 맥북 프로 시리즈는 상단의 메뉴 역할을 하는 터치 바를 제외함과 동시에 SDXC, HDMI, 맥세이프를 다시 추가하는 등 외관 및 인터페이스에 과감한 변화를 꾀했고, 미니 LED 기반의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와 중앙 처리 장치(이하 CPU)와 그래픽 처리 장치(이하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는 통합형 메모리 기술이 적용돼 상업 시장에서의 활용도가 극적으로 커졌다. 가격은 전작인 M1 맥북 프로의 169만 원대에서 최소 260만 원대로 크게 올랐지만, 매킨토시를 활용한 작업많은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4인치 제품인 애플 맥북 프로 14는 최소 8코어 CPU 및 14코어 GPU를 탑재한 기본 모델과 10코어 CPU 및 16코어 GPU를 탑재한 고성능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16인치인 애플 프로 16은 각각 10코어 CPU 및 16코어 GPU를 탑재한 M1 프로 모델, 그리고 10코어 CPU 및 32코어 GPU를 탑재한 고성능 M1 맥스 모델을 기본으로 선택할 수 있고, 주문 사양 생산 대응(Configure To Order, CTO) 옵션을 통해 맥북 프로 14에 M1 맥스 및 64GB 메모리를 추가한다거나, 맥북 프로 16에 8TB 저장 장치를 추가하는 등의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수 있다. 10코어 CPU 및 16코어 GPU를 탑재한 애플 맥북 프로 14를 활용해 애플의 자신감을 짚어본다.
크기는 노트북, 성능은 데스크톱, 애플 맥북 프로 14
애플 맥북 프로 14의 첫인상은 2008년 후기형 맥북 프로가 떠오른다. 그 시절 노트북 대다수는 여러 부품을 조합해 내구성, 유격 등 문제가 있었지만, 해당 제품은 알루미늄 블록 하나를 통째로 절삭해 ‘유니 보디(Unibody)’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해당 맥북은 측면 단자에 많은 인터페이스와 자석 부착식 충전 단자인 맥세이프, 최대 4개의 손가락을 인식하는 대형 트랙패드를 탑재했고, 또 테두리에 약간의 두께감을 주었다. 이번에 공개된 맥북 프로 시리즈 역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측면 두께는 약 1.55센티미터(cm)으로 두께감이 있고, 가로 31.26cm, 세로 22.12cm으로 14인치지만 13형 노트북과 비슷한 크기다. 다만 무게는 알루미늄을 사용해 1.6kg으로 무거운 편이다. 제품을 열면 강화유리로 제작된 포스 터치 트랙패드가 있고, 키보드 양옆으로 ‘포스 캔슬링 우퍼’를 탑재한 하이파이 6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이 있다. 78키 구성의 키보드는 내구성이 높은 가위식 키보드를 사용하며, 자판 부분을 검은색으로 도색해 투톤 느낌을 준다.
디스플레이는 미니 LED 기술이 적용된 3024x1964 해상도의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미니 LED 기술은 각 소자가 독립적으로 발광하는 소재로, 최대 1천 니트의 지속 밝기 성능을 갖추며, 고명암 대비(High Dynamic Range) 적용 시 최대 1천600니트를 제공한다. 명암비는 1백만 대 1로 무한대에 가깝다. 색재현력은 미국 영화산업 표준인 P3 색역이 적용됐으며, 화면 동작에 따라 최대 120헤르츠(Hz)의 가변 주사율을 제공하는 프로모션(ProMotion) 기술이 적용됐다. 맥북 프로에 적용된 미니 LED는 현재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OLED의 수명 문제(번인 현상)를 해결하면서도 높은 색영역과 밝기를 갖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불린다.
인터페이스도 크게 바뀌었다. 이전 세대 맥북은 썬더볼트 3 단자를 활용해 충전과 디스플레이 입력, 외부 장치 연결 등을 모두 해결했다. 문제는 썬더볼트 3 단자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 USB나 HDMI를 연결할 수 없어서 결국 USB 허브를 따로 들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맥북 프로 시리즈는 썬더볼트4/USB4 단자와 HDMI 단자, SDXC 단자를 갖춰 여러 장치를 바로 연결할 수 있고, 충전 단자가 맥세이프(MagSafe 3)로 분리돼 USB-PD 충전 및 맥세이프 충전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맥세이프는 충전 단자가 자석으로 부착되는 방식으로, 사용 중 걸리는 등의 문제로 단선되도 노트북에서 분리되는 게 특징이다. 맥세이프가 다시 채용된 이유는 썬더볼트만으로 새로운 맥북 시리즈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없어서다. 맥북 프로 14라면 코어에 따라 67W 혹은 96W 급 USB-PD 충전기를 써야 충전하면서 쓸 수 있고, 맥북 프로 16은 동봉된 맥세이프 충전기를 활용해야 충전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효율과 성능 모두 인상적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맥북 프로 14 중 고성능 모델에 속하는 10코어 CPU 및 16코어 GPU 모델이며, 메모리는 16GB다. 이번 맥북 프로 시리즈의 특징은 바로 통합 메모리다. 원래 컴퓨터 메모리는 CPU가 사용하는 D램과 GPU가 사용하는 GDDR 메모리가 독립적으로 구동된다. CPU 메모리가 32GB를 장착해도, GPU 메모리는 그래픽 카드에 탑재된 용량만큼만 쓸 수 있다. 하지만 M1 프로 및 맥스는 이 메모리가 통합됐다. 16GB 모델이면 CPU 및 GPU 메모리가 합쳐서 16GB인 셈이고, 64GB면 합쳐서 64GB다. 현재 최고 성능인 엔비디아 RTX 3090의 GDDR이 24GB인 걸 생각하면 32GB 모델만 선택해도 메모리가 차고 넘친다. 영상 편집이나 음반 제작 프로그램 등 메모리 자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일수록 효율적이다.
맥북 프로 14를 활용해 프로세서 성능을 수치상으로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몇 가지 실행해봤다. 프로세서 성능은 시네벤치 R23과 블랜더 벤치마크를 활용했고, 저장 장치 성능은 블랙 매직 디자인을 활용했다. 특정 화상을 생성해 기기의 연산 속도를 측정하는 시네벤치 R23 버전의 다중 코어 점수는 1만 2359점, 단일 코어는 1525점으로 확인된다. 이전에 테스트한 맥북 에어의 M1과 비교하면 다중 코어 점수는 두 배가 높고, AMD 라이젠 5980HS나 인텔 코어 i9-11980HK와 맞먹는 점수다. 3D 렌더링 생성 속도로 점수를 비교하는 블렌더의 벤치마크 처리 시간은 bmw 27 3분 26초, classroom 9분 53초로 인텔 및 AMD 프로세서들과 비교해 조금 느리지만 메모리 공유로 인해 실제 편집 및 활용 능력, 배터리 효율 등은 맥북 프로 14가 앞선다는 느낌이다.
특히 저장 장치 속도를 시험하는 블랙매직 디자인의 디스크 스피드 테스트에서는 쓰기 속도가 초당 5천887.8메가바이트, 읽기 속도가 초당 5천335.7메가바이트로 4K 60p 프로레스(ProRes) 422 HQ는 물론 그 이상의 영상도 거뜬히 편집할 수 있는 속도를 보여주었다. 크기와 전력 효율은 저전력 노트북에 가깝지만, 작업 성능과 처리 성능은 게이밍,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에 준하는 수준이다.
배터리 성능은 밝기를 50%로 설정한 상태에서 24시간 재생되는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는 식으로 측정했다. 최초 4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배터리는 65%가 남았고, 9시간이 지났을 때 배터리가 25% 남았다. 10%가 되기까지는 11시간이 걸렸다. 과거 테스트한 맥북 M1과 비교해 배터리 실사용 시간이 2시간가량 짧지만, 화면 밝기가 50%에서도 상당히 밝은 점과 저전력 모드를 끄고 테스트했기 때문에 여러 밝기를 더 낮추는 등을 통해 배터리 실사용 시간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쓰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오래 쓸 수 있을 정도다. 충전 속도 역시 인상적이다. 0%로 방전된 상태에서 30분 만에 배터리가 51%까지 찼고, 1시간이 지나자 85%까지 충전됐다. 완전히 충전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렸는데, 급속 충전 기능이 확실히 잘 동작했다.
가격은 비싸지만, 값어치는 충분하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지만, 컴퓨터 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게이밍 노트북은 약 2~3년 전 게이밍 데스크톱보다 성능이 좋고, 가벼운 저전력 노트북도 몇 년 전 보급형 데스크톱보다 성능이 좋다. 맥북 프로 14와 16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말 출시된 맥 프로는 인텔 제온 W-3223 프로세서를 탑재하며, 긱벤치 5 점수가 다중 코어 8천 점, 단일 코어 1천10점 대다. 맥북 프로 14의 같은 테스트 점수는 다중 코어 1만2500점, 단일 코어 1천750점 대로 훨씬 높다.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나 호환성, 안정성 측면에서는 맥프로가 우위지만, 동일 작업 처리 속도만 놓고 보면 2년 뒤 출시된 맥북 프로가 앞선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맥북 프로를 메인 컴퓨터로 활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 성능이 향상됐다. 특히나 맥프로는 70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비해, 작업 속도가 더 빠른 맥북 프로 14형 기본 모델은 260만 원대라서 상대적으로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 맥북 프로 14·16은 기존에 맥프로나 아이맥 등 고성능 맥OS 컴퓨터를 활용하는 사용자에게는 작업적으로나 효율성으로나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일반 노트북 사용자라면 윈도우 11 기반 인텔, AMD 노트북을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낫고, 매킨토시를 고려한다면 M1 맥북 에어, 프로도 충분하다. 새로운 맥북 프로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본인에게 맞는 컴퓨터일까 생각하고 선택하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