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에코브 (4) “해외 시장, 보이기 시작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전기 화물 자전거(Cargo eBike, 이하 카고 바이크)를 개발, 물류 시장의 한 켠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에코브를 다시 찾았습니다. 2개월여만에 만난 장발의 임성대 대표는 여전하더군요. 그만의 환한 웃음과 활기찬 목소리, 망치 소리가 땅땅 들릴 것만 같은 공방과 닮은 사내 모습도 그대로였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새로운 형태의 카고 바이크를 발견했는데요.
임 대표는 “내년 양반 준비를 위해 최근 투자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연간 최소 1,000대 생산을 기준으로 의미있는 얘기를 나누는 곳이 있거든요. 이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어요”라며, “자세하게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카고 바이크를 필요로 하는 해외 업체들과 계속 만나고 있어요. 곧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반겼다.
“제품 양산 위해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요즘 투자 유치를 위해 몇몇 주요 은행을 만나고 있다. 제조 스타트업이라 다소 기준이 빡빡하다. 정부 지원 사업을 제외한 올해 매출은 현재 약 7억 원을 달성했는데,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투자 유치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중요한 문제다. 아직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R&D 비용이 필요한 것인지, 계약을 맺고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설비 또는 최소 물량 생산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것인지. 같은 투자 유치 사유지만, 전자와 후자는 크게 다르다. 후자의 경우, 매출을 어느 정도 답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시밭길이긴 하다. 최근 유독 제조 스타트엡에게 타이트한 투자 기준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내년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테스트 제품을 납품하고 연간 1,000대 생산 기준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를 확정지을 수 있는(제품 생산을 보증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 재직 때부터 인연을 맺은 국내 생산 공장도 찾았다. 브레이크, 모터, 프레임 등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현지에서는 전문가 없이 볼트와 너트 조립으로 카고바이크를 완성할 수 있는 체제도 갖췄다.”
임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제품은 현장에서 야외 테스트를 진행하며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로 운행 테스트를 통해 부품별 내구도를 확인하는 중이다. 제품 정비를 사용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이다. 에코브 카고 바이크를 운행하며 겪을 수 있는 문제를 미리 확인하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다.”
디테일이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과정이다. 카고 바이크를 원하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춰가고 있다. 제품 판매, 영업의 마지막 단계다. 현지에서 고객사가 간단하게 정비해 장시간 운행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조금씩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요
고객사가 궁금했다. 실제 카고 바이크를 납품하는 고객사인지, 에코브의 제품 일부를 원하는 고객사인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짓는 임 대표에게 공개할 수 있는 부분만 알려달라 요청했다. 사실 이해했다. 아직 계약을 마무리하지 않은 스타트업이 고객사 관련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잠시 망설이다가 “지난 스케일업 2편에서 인사이터스 황 대표님이 언급했던 독일의 ‘R’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년 프랑스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 이하 비바텍)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는데, 몇 가지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 인연을 통해 일본의 한 고객사를 만났다. 이 곳과 납품 관련해 몇 가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진행하고 있는 테스트는 일본의 카고 바이크 기준에 맞추는 작업의 일환이다. 카고 바이크 무게, 적재 기준, 트레일러 사용 유무, 정비 기준 등을 확인하는 중이다. 당초 일본 고객사는 독일 R사의 카고 바이크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협업에 난항을 느끼는 중이었다고. 임 대표는 “나라마다 다른 카고 바이크 규격과 법 체계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에코브가 이 부분에서 일본 고객사에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라고 언급했다.
카고 바이크, 이제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스케일업을 통해 에코브의 이야기를 알리면서 달라진 점은 없는지 질문했다.
“고객사, 투자사 등과 만날 때 스케일업의 기사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무슨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지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래서 카고 바이크를 왜 만드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스케일업에 참여한 뒤에는 이런 질문을 받는 일이 줄었다.”
“카고 바이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장은 이전에 없던 영역 아닌가. 새로운 모빌리티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어떤 부분을 혁신하고자 하는지를, 마치 캠페인처럼 잘 알려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스스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 제품 개발, 영업, 투자 유치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그런 와중에 우리를, 제품을, 목적을 알리기에는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다.”
임 대표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스케일업은 이 부분을 해결해줬다. ‘카고 바이크? 그걸 왜 타야 해?’,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건가?’라는 인식을 일정 부분 해소해줬다. 우리를 소개할 때, ‘이거 보세요’라고 스케일업 기사를 소개한다. 정부 과제, 국책 사업에 참여할 때도 우리를 소개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이 부분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임 대표가 다짐을 전했다.
“이제 테스트는 끝났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했다. 고객사들로부터 경쟁력도 인정 받았고. 제품 양산을 위한 네트워크도 갖췄다. 고객사와 스킨쉽도 친밀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카고 바이크로 우리 스스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이다. 꾸준히 우리 길을 걷고 있으면, 주변에서 누군가는 우리를 봐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라며,
“모빌리티 관련 정부 과제도 꾸준히 수행하고 있고, 모빌리티 물류 영역에서 카고 바이크가 필요한 부분도 찾고 있다. 처음 의도했던 대로 해외에서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더 큰 시장을 향한 발걸음을 준비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우리 에코브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에코브 임 대표는 언제나 밝게 웃는다. 기자는 제품 개발과 테스트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제조 스타트업 대표가 임 대표만큼 환한 모습을 자주 접하지 못했다. 에코브를 방문할 때마다 마치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공방을 찾는 기분이다. 어딘가 통통 튀는, 그들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카고 바이크는 국내에 없던 제품이다. 그래서 낯설다. 하지만, 유럽 및 해외에는 이미 도로를 다닌다. 에코브의 카고 바이크가, 그들의 소개 동영상 속 모습처럼 물류 연결을 위한 모빌리티로 발돋움하기를 응원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