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 활용하기] 4(완) 미술품의 가치, 이제는 데이터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자
[IT동아 정연호 기자] 미술작품이 수십억에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역시 예술의 세계는 어렵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억 소리 나는 비싼 가격, 불투명한 시장 정보, 작품의 난해함 등은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거리를 두게 했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 방식인 ‘조각투자’가 등장하면서 아트테크(미술품+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크게 늘게 됐다. 지난 기사에선 투자 대상의 소유권을 분할해, 여러 사람이 공동 구매할 수 있는 조각투자를 설명했다. 조각투자 플랫폼 중 하나인 ‘아트앤가이드’에서 공동 구매한 미술 작품 111점 가운데 지금까지 65점이 매각됐고, 평균 수익률은 35.3%에 달한다.
2020년 4월부터 앱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테사(TESSA)’는 매각한 작품 모두 10%~30%대 수익률을 달성했다. 2020년 11월 3일부터 펀딩을 시작한 줄리안 오피의 ‘Faime, Shaida, Danielle, Ian(2017)’은 31.9% 수익률을 거둔 바 있다. 이처럼 아트테크 조각 투자는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서 안정적이고, 괜찮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상품은 가격이 보통 동일하지만, 미술품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더라도 제작 연대와 작품 소재,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작품마다 가격의 기준이 다르므로 투자하기 전에 작품과 작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해본다.
예술작품을 볼 땐 우선 작품의 보존 상태를 눈여겨봐야 한다. 고미술이나 근대미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햇빛에 노출되어 색감이 바래거나, 화판이 뒤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품의 손상은 가치를 떨어뜨린다. 어떤 회사에서 경매를 진행하는지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미술품 가격의 추이를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술품 가격 정보 사이트 ‘아트넷’이나 미술품 가격지수를 보여주는 ‘아트프라이스’의 가격 지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술품의 가치를 생각하면 ‘명작’과 ‘블루칩’ 두 가지 개념을 떠올리기 쉬운데, 명작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주관적인’ 개념에 가깝다. 반면, 포커에서 사용하는 컬러칩 중 파란색 칩의 가치가 가장 높다는 데서 유래한 블루칩은, 오늘날 수익성∙성장성∙안정성 등 상품 가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다.
아트테크 플랫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테사는 최근 3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6가지 요소를 확인한 뒤 20% 내외 수익을 낼 수 있는 블루칩 작품만 들여온다. 테사는 작품을 선정할 때 활용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니, 아직 미술품 가치를 판단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를 참고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우선, ‘작가의 경매 횟수 연 100회 이상’이어야 한다. 경매 횟수가 높다는 것은 유동성이 높다는 뜻으로, 이는 곧 자산을 손실 없이 화폐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연평균 거래 금액이 최소 천만 달러 이상인 점도 기준인데, 1억 달러는 거의 찾기 힘들고 100만 달러는 신진 작가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이 금액대인 천만 달러가 기준이다.

경매 유찰률은 30% 이하여야 한다. 경매 무효 처리인 유찰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서의 수요가 크다는 뜻이다. 유사 작품의 연평균 가치 상승률은 15~20% 이상이어야 한다. 동일한 작가가 동일한 소재 및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 중 제작연도, 크기, 주제 등이 같은 것을 유사 작품으로 보는데, 이를 통해 향후 가치 상승률을 예측할 수 있다.

또 다른 기준은 아트프라이스(Artprice)의 ‘지난해의 경매 총 거래가’ 랭킹 200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미술품 경매 세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에서 경매 기록이 있는 작품이다. 각각 28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최대 규모의 경매 시장과 유럽 최대 규모의 미술품 경매 회사다. 해당 경매의 거래 기록은 그 자체로 작품 가치를 보증한다.

지금까지 테사가 공모한 작품들을 살펴보자. 테사는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뱅크시’, ‘데미안 허스트’, ‘마르크 샤갈’ 등 해외 작가 작품의 비중이 크다. 테사가 공모를 시작하자마자 완판 행진을 이어간 작가는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 부르는 뱅크시(Banksy)다.

테사에서 공모한 뱅크시의 작품 ‘Choose Your Weapon (Bright Purple)’는 공모 후 29분 만에 완판이 됐다. 최근엔 뱅크시의 작품 '잭앤질(Jack and Jill)'은 공모 시작 후 이틀 만에 완판됐다.
뱅크시의 인기는 그의 경매 수익 순위로도 알 수 있다. 2019년 총 낙찰액 약 2,813만 6,216 달러(328억 원)를 기록, 7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20년 총 낙찰액 6,356만 1,587 달러(753억 원)를 기록해 20위로 뛰어올랐다.

테사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 작품 'Lithograph of Water Made of Thick and Thin Lines, a Green Wash, a Light Blue Wash, and a Dark Blue Wash'도 공모한 바 있다. 아트프라이스(Artprice) 보고서 ‘Top 500 Artists by Fine Art Auction Revenue in 2020’에 따르면, 호크니는 2020년에 1억 3,176만 6,438 달러 경매 수익을 기록해 전체 5위에 오른 작가다.

Marc Chagall(마르크 샤갈)’의 작품 ‘La mariee or Les amoureux aux fleurs(신부와 꽃 속의 연인들)’도 지난 8월 조각투자로 판매된 바 있다. 이외에도, 춤추는 발레리나의 뒷모습을 드로잉한 에드가 드가의 ‘Danseuse de dos'도 공모작 중 하나다. 국내 작가로는 이우환의 대표작인 ‘선으로부터(From Line)’ 작품이 있다. 이우환은 국내 생존 화가 중 가장 몸값이 비싼 화가로 알려져 있다.
아트테크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평가받지만, 주의할 점은 아트테크 조각투자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테크와 미술 시장에 대한 꾸준한 공부 없이 진행하는 투자는 위험하다. 정확한 공부가 선행된 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