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저속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라, 세이프웨이(2)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 세이프웨이(2)
기적을 만드는 근력보조기술(PAS)
근력보조기술이란 게 있다. 생소하게 들릴지라도 이미 전기자전거와 같이 페달을 보조해 주는 전기모토의 동력을 경험해 보신 분이라면 이미 익숙한 기술이다. 흔히들 파스(PAS)라고 부르는데, 자전거 바닥에서는 Pedal Assist System의 약자를 의미하나 보다 범용적으로는 Power Assist System의 약자로 통한다. 이 PAS라는 기술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합한 전기구동력을 전달해야 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웨어러블 로봇을 흔히 위와 같은 사이보그 같은 모습으로 상상하지만 그보다는 현장작업자들의 작업지원, 장애인의 활동보조 등으로 적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마도 일부 독자들께서는 2년 전 패럴림픽 양궁선수인 박준범 선수가 착용했던 웨어러블 로봇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기적과 같은 기술이 아닌가 싶다.
유모차에 근력보조기술이 결합된다면?
스타트업 세이프웨이는 위에서 설명한 근력보조기술(PAS)과 유모차를 결합한 제품을 만든다. 사실 필자는 유모차에 구동 모듈과 제어장치를 더한 유모차 자체는 그다지 신기하지 않았다. 다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세이프웨이 김동호 대표와 홍진철 CTO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산업용 로봇을 연구하고 개발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진 로봇 제어기술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영역을 찾던 중 카트와 유모차가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근력보조기술과 결합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보행하면서 카트나 유모차를 밀 때 전력구동의 지원(PAS)을 받으면 당연히 힘이 안 들고 편하다. 그 전력구동력을 제어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가장 흔한 방식이 스로틀(Throtle)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세이프웨이가 선택한 방식, 즉 밀고 당기면 전력구동이 지원되는 근력센싱 방식이다.
전동카트 또는 전동유모차를 개발할 때 익숙한 스로틀 방식이 아닌 근력센싱 방식을 채택한 이유가 가장 먼저 궁금했다.
직관적 조향으로 안전성 향상과 피로도 감소
다음은 홍 CTO가 설명하는 근력센싱의 장점.
조작하면 기계가 먼저 움직이고 사람이 기계의 움직임에 맞추게 된다. 하지만 근력센싱방식은 사람이 먼저 미세한 힘을 밀면 앞으로 나아가며 좌우 측으로 힘을 주면 자연스러운 조향이 이루어진다. 이런 직관적 조작과 조향으로 운전자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안전성 또한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 근력센싱이 가진 직관적 조작은 사람이 직접 밀고 당겨야 하는 카트, 유모차와 같은 저속 모빌리티에서 훨씬 그 장점이 부각된다.
세이프웨이의 비즈니스 전략
누가 이들의 PAS를 사 줄 것인가?
세이프웨이는 기술스타트업으로서 카트, 유모차 등 저속모빌리티에 적합한 PAS를 개발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의 PAS를 사줄 것인가? 카트 업체는 대부분 영세한데다 카트를 구매하는 측에서는 전동화되어 가격이 대폭 높아진 카트를 원하지 않는다. 유모차 업체는 매우 다양하지만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PAS의 채택이 시급하다고 느끼지는 않으며 채택하더라도 ‘듣보잡’ 스타트업의 제품을 구매해 줄리 없다.
아무도 안 사준다면 직접 소비자에게 팔겠다!
처음 이들이 직접 유모차를 팔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갸웃했지만 조금 더 배경을 이해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이들은 먼저 일반 유모차를 시장에 유통 시킨 후 탈착식 전동키트의 후속 판매를 통해 시장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실제로 세이프웨이가 ‘레스떼’라는 브랜드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유모차는 튼튼한 내구성과 미세먼지 차단이란 기능을 앞세워 연간 1,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인지도 확보 후 B2B 비즈니스로 확장
유모차 업계에서 PAS 적용이 소비자들에게 인지되고 이 기능을 선호하게 된다면 세이프웨이의 PAS모듈을 국내외 유명 유모차 업체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즉 스토케와 같은 유모차 브랜드가 자신들의 유모차에 적용할 PAS 모듈을 B2B로 구매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구동모듈을 저속모빌리티의 다양한 제품, 즉 유모차, 쇼핑카트, 여행용 카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향까지 고려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전략로드맵을 따져보면 위와 같이 일반 유모차 판매, 탈부착 전동모듈 판매, B2B 판매, 이 모듈의 다양한 저속모빌리티 적용 등 4단계로 구성된다.
대우조선해양에서 15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답게 전략적 로드맵을 멋지고 훌륭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그들의 이 멋있는 그림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멋진 로드맵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필자는 이들의 중장기 전략 로드맵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서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보완할 점과 대안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전동 유모차여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만들라
이들의 전략 구상에서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은 ‘고객이 전동 유모차를 원하는가?’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유모차를 가지고 오프로드를 가는 것도 아니며 하루 종일 끌고 다니지도 않고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가더라도 그 구간이 짧거나 빈도가 낮을 것이다. 전기구동력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는 유모차 사용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가 의문이다.
결국 전동유모차여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유모차 또한 크기와 기능이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기존의 범주를 뛰어넘는 유모차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왕 유모차를 직접 시장에 공급할 거라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선보이자. 왜 유모차에 냉난방 기능은 없는가? 왜 유모차는 더 안전한 하드탑(Hard Top)이 없는가? 즉 기존의 유모차 범주를 뛰어넘어 자동차와 같은 기능과 공간, 안전성과 관련된 기능을 착안하면 완전히 새로운 유모차의 세그먼트를 창출할 수 있게 되고, 이런 고기능에 무게도 상당히 나간다면 전동유모차가 되어야만 할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동차와 유모차 모두 대형화 추세에 있다.
유형별 다양한 전동모듈을 제공하라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 수많은 종류의 유모차가 있다. 다행히도 유모차들은 거의 유사한 높이와 넓이의 구동축과 핸들을 갖고 있다. 다만 약간의 넓이, 높이 차이가 있을 것이고 무게에 따라 구동력도 달라야 할 것이다. 주요 유모차 브랜드의 제품 규격을 모두 분석하고 세그먼트를 분류한 후 세그먼트별로 적용 가능한 전동 모듈을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작업이기에 신속한 시장 반응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세이프웨이의 우수한 근력센싱 조향을 경험한 고객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기에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전동키트가 부착될 수 있는 규격을 가진 유모차가 시장의 70% 수준만 된다고 해도 부착형 전동모듈의 대표적 업체가 될 기반을 갖추게 된다. 또 가장 많은 고객들이 경험한 근력조향센싱 방식의 전동모듈이라면 다른 유모차 업체에 전동 모듈을 제공하는 B2B 비즈니스에서도 훨씬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저속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어차피 세이프웨이는 유모차 업체가 아니라 전동모빌리티 전문업체다. 따라서 유모차를 벗어나 다양한 저속 모빌리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성장의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저속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할 때 단순히 구동모듈을 공급하는 업체도 될 수 있지만 저속 모빌리티의 다양한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플랫폼으로의 성장도 가능하다.
즉 세이프웨이의 전동화모듈이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지만 세이프 웨이 혼자서 시장을 창출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전동모듈을 중심으로 이와 호환되는 카트, 유모차 등 Body사업자 및 이에 부착되는 전자기기, 박스류, 액세서리 류를 판매하는 공급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언하는 것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최종소비자는 캠핑, 운반/물류, 사업 등 자신이 필요한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어 시장의 성장을 한층 더 가속시킬 것이다.
사람과 동행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테슬라의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에 감탄하는 이 시대에 저속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라는 제언이 과연 얼마나 공감대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고속으로 가야 할 것과 사람과 동행해야 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될 것이며 저속 모빌리티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은 있다. 사람과 같은 속도로 그의 의도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구동으로 반영해야 하는 가장 인간 중심적인 기술 영역이 저속 모빌리티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이동이 아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라스트마일 배송로봇과 같이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도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는 저속 모빌리티 전문기업, 세이프웨이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전문 민슬지 작가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