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저널] 나 혼자, 하지만 함께 사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2022년 '위드코로나' 시대, 급부상할 '이것']를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나중에 꼭 아들 딸 한 명씩 낳아 화목한 4인 가족을 이루겠다는 꿈이 확고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 형성의 전제는 결국 혼인이다. 하지만 바닥을 뚫고 맨틀을 향해 떨어지는 출산율처럼, 현재의 미혼율도 주목해볼 만하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0대의 미혼율은 5년 전에 비해 최소 5%p 증가했다. 특히 30대 남성의 미혼율은 50%를 넘어섰다. 20대로 향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남성이 95.5%, 여성이 89.9%를 기록하며, 10명 중 1명 만이 결혼하는 상황이다. 부정할 수 없이 우리는 결혼하지 않는 사회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내집 마련'이라는 한여름 밤의 꿈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은 많은 서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만 했다. 굳이 수치를 들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 간 서울 내 30평짜리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약 5억 원 올랐는데, 물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큰 폭의 상승임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같은 신조도 유행하며, 부동산보다는 주식과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내집 마련'이라는 반세기 동안의 표어는 이제 한여름 밤의 꿈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럼 어디서 살아야 하지?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에서 31.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인정했듯 미혼 인구 증가에 따른 결과다. 이런 상황은 이후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마지막 남은 내집 마련의 희망인 주택 청약도 1인 가구엔 아주 불리한 제도다. 전월세로 눈을 돌려도 여전히 갑갑하다.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2011년 이후 8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월세 상승률도 이미 8월에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이러다 보니 전월세 임대료를 위해 대출받는 20대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 등은 그리 온전한 것도 아니다. 여전히 범죄에 가장 취약한 거주 지역인데다, 연고 의식도 희미해 고독감만 많아진다. 그렇다면 1인 가구들은 대체 어디서 살아야 할까?
젊은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주거 브랜드인 '맹그로브'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맹그로브는 임팩트 비즈니스(사회/환경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활동) 회사인 HGI의 커뮤니티 기반 주거 분야 자회사인 '엠지알브이(mgrv)'의 공유 주거 브랜드다. HGI의 신조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자'인 만큼 맹그로브 또한 기존의 상업적인 주거 브랜드와는 궤를 달리한다. 우선, 생소한 개념인 공유 주거와 셰어하우스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본다.
공유 주거 하우스가 기존 셰어하우스와 다른 점은 '공간의 목적'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셰어하우스는 3~4인을 위한 기존의 주거 공간을 여러 명이 나누어 쓰는 방식이다. 반면 공유 주거는 지어질 때부터 공유 주거를 고려한다. 셰어하우스에선 여러 명이 한정된 공간을 개인 용도와 공유 용도로 나눠 사용해야 하다 보니, 경계가 불명확하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공유 주거는 이를 보완해, 각자의 개인 공간이 확실하면서 셰어하우스보다 더 넓고 다양한 커뮤니티, 공용 공간을 제공한다.
맹그로브의 장점은 바로 가격에서 나온다. 부동산 중개앱인 다방에 따르면, 서울의 원룸 평균 월세가 55만 원 정도다. 높은 보증금과 관리비와 같은 부가비용까지 따지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대다수인 젊은 1인 가구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더구나 이런 원룸은 그리 많은 걸 제공하지도 않는다. 가격을 중요하게 고려하다 보니 원룸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 됐다.
맹그로브는 1호점 기준 1인실에 55만 원, 63만 원의 월세를 받고 있다. 추가 보증금도 300만 원으로 다방이 조사한 원룸 평균 전세보증금인 1억 6883만 원과 비해 상당히 합리적인 수준이다. 올해 오픈한 2호점에선 2인실을 사용하면 각종 임대료, 부가세가 포함된 40만 원대의 월세만 내면 된다.
공간 역시 맹그로브가 제공하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1호점은 24세대로 시작했지만, 2호점은 411세대를 수용할 정도로 규모가 웅장하다. 맹그로브 조강태 대표가 자신있게 말하듯, 맹그로브의 입주자에게 제공되는 면적은 작은 원룸이 아닌 200평 크기의 공간이다. 각 입주민이 독점하는 공간은 원룸이지만,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다채롭다. 협업 라운지, 카페, 편의점, 피트니스룸, 세탁소 등의 편의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원룸촌에서는 흩어져 별도로 이용해야 했던 시설이 모두 맹그로브 안에 있다. 그러면서도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분리해 온전한 휴식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입주자 간 커뮤니티 형성도 촉진하는데, 소셜클럽을 무료로 운영하며 맹그로브 차원에서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잠만 자던 원룸을 커뮤니티형 거주 공간으로 바꿨다.
코로나 시국에 불안하지 않을까?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이 더욱 심해지면서, 수많은 공유경제 기반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방역과 위생이 중요한 때에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상황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공유주거 산업에도 예외는 아닌데, 여러 명이 함께 공동시설을 이용한다면 당연히 코로나 감염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맹그로브는 이런 걱정거리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강점으로 변환했다.
하진수 고객경험총괄은 ‘공유경제’의 불특정 다수간 공유와 ‘맹그로브’내 입주자간 공유에서 오는 방역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물론 맹그로브 자체로도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정정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맹그로브 안에서 근무, 운동, 취미, 쇼핑, 식사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서울 내 작은 도시가 컨셉인 만큼, 많은 것을 맹그로브 건물 내에서 해결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언론의 말마따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거지로 안성맞춤이다.
올해 5월, 국무조정실은 공유 주거 시설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셰어하우스 시장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무조정실도 청년층 선호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제한을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셰어하우스 및 공유 주거의 성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맹그로브 실제 수요도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1호점은 수용 가능 인원의 40배가 넘는 입주 신청이 들어왔고, 2호점은 펀딩 오픈 하루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초기 투자도 꾸준히 성사됐는데, 올해 1월에 150억 원을 추가로 투자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맹그로브의 부동산 개발 총괄인 임민섭 CRO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다. 그들은 임팩트 비즈니스를 지향하는데, 그 임팩트란 기존의 아웃풋에 대한 가치와 다르다는 점이다. 맹그로브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만족도를 그 평가의 척도로 삼는다. 철저히 공급자 위주인 지금의 1인 가구 주택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맹그로브. 걷잡을 수 없는 부동산 과잉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들이 보여줄 혁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박준현 (ufo0417@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