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헤일로 팬을 위한 선물, 씨게이트 엑스박스 게임 드라이브 헤일로 인피니트 SE
[IT동아 권택경 기자] 엑스박스 시리즈 X, 플레이스테이션5 등 이른바 9세대 콘솔 게임기 사용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저장공간 확장 문제다. 이전 세대 콘솔 게임기들과 달리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저장장치로 채택해 월등히 빠른 로딩 속도를 선사하지만 용량이 그렇게 여유 있는 편은 아니다. 여러 게임을 내려받아 한 번에 설치해놓는 성향을 지닌 게이머라면 금방 용량 부족함에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용량은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 부담이다. SSD는 아무래도 아직은 용량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다. 1TB쯤 넉넉히 추가하려면 2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더군다나 소비자가 자유롭게 SSD를 구매해 설치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5와 달리, 엑스박스의 경우 독자 규격을 채택했다. 1TB를 추가하려면 30만 원이 넘는 공식 전용 스토리지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엑스박스 시리즈 X 가격이 약 60만 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자칫 배가 배꼽만 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좀 더 저렴하게 엑스박스의 용량을 확장하는 방법은 있다. 꼭 고성능 SSD만이 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장 SSD나 외장 하드디스크(HDD)를 USB로 연결해도 용량 확장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씨게이트(Seagate)가 출시하고 있는 제품군이 바로 ‘엑스박스 게임 드라이브’ 제품군이다. 기능적으로는 다른 외장 하드와 큰 차이는 없지만 엑스박스 본체와 일체감 있는 디자인, LED 조명으로 함께 놓아두었을 때 위화감 없이 녹아드는 게 특징이다.
기본 디자인 외에도 특정 게임 팬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기도 하는데, 이달 선보인 ‘엑스박스 게임 드라이브 헤일로 인피니트 스페셜 에디션(Game Drive for Xbox Halo Infinite Special Edition)’도 그중 하나다. 엑스박스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인 헤일로의 최신작 ‘헤일로 인피니트’ 발매를 앞두고 이를 겨냥해 나온 제품이다. 일종의 헤일로 굿즈인 셈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헤일로 시리즈 주인공 마스터 치프의 전투복에서 따왔다. 윗면에는 전투복 왼쪽 가슴 부분을 묘사한 아트워크가 새겨져 있다. 마스터치프의 식별번호 117 표시와 함께 전투 중 입은 손상을 묘사한 듯한 스크래치가 있어 나름의 멋이 느껴진다. 외장 HDD와 함께 마스터 치프 모습이 그려진 스티커도 들어있다. 엑스박스 본체를 꾸미는 데 쓰면 딱 좋을 듯했다.
아랫부분에는 RGB LED가 탑재돼 있어서 작동할 때 은은한 빛을 뿜어낸다. 조명 색깔은 PC에 전용 소프트웨어인 ‘툴킷’을 설치하면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게임 환경에 맞춰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게임 드라이브’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요한 건 게임에서의 활용도다. 게임 드라이브를 엑스박스 시리즈 X에 연결해서 활용해봤다. 외장 SSD 혹은 외장 HDD를 이용할 경우, 내장 SSD나 전용 스토리지 카드와 달리 9세대 콘솔 전용 게임을 실행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게임들은 고성능 SSD에서 실행하는 걸 전제로 설계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대신 하위호환 게임의 경우 외장 저장장치에서도 문제없이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다. 따로 게임 진행 상황을 저장하지 않아도 빠르게 게임을 재개할 수 있는 기능인 ‘퀵 리줌’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퀵 리줌을 위한 데이터는 어차피 내장 SSD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로딩 속도 면에서도 게임 데이터 크기가 작은 오래된 게임이라면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실제로 ‘닌자 가이덴2’, ‘페이블2’ 등 2세대 이전인 엑스박스 360 게임을 잠깐 즐겨봤을 때 로딩 속도에서 딱히 답답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반면 바로 직전 세대인 엑스박스 원 게임들에서는 HDD 속도의 한계가 어느 정도 느껴졌다. 다만 로딩 속도 차이만 있을 뿐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는 차이가 없으니, 로딩이 잦은 게임이 아니라면 외장 HDD만으로도 큰 불편함은 없을 듯하다.
외장 HDD로서 기본적인 사양과 성능은 어떨까? 일단 게임 드라이브는 USB 3.2 Gen 1(USB 3.0)을 연결 인터페이스로 활용한다. 아주 최신 사양은 아니지만 최대 5Gbps의 속도를 지원하므로, 200MB/s를 넘기기 힘든 외장 하드디스크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 '크리스탈디스크마크' 테스트에서 순차 읽기 약 144MB/s, 순차 쓰기에서 약 139MB/s의 속도가 측정됐다. SSD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외장 HDD로서는 꽤 준수한 속도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엑스박스에 연결해 게임용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PC에 연결해 일반적인 데이터 백업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한 번 엑스박스용으로 포맷된 HDD는 PC에서는 인식이 안 되므로, PC에서 사용하려면 다시 포맷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엑스박스와 PC를 오가면서 사용할 수는 없고, 용도를 정해놓고 계속 그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눈 돌아가는 속도의 SSD가 쏟아지는 요즘 시기에 엑스박스 게임 드라이브 같은 외장 HDD는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사용해보니 충분히 활용도가 높았다. 엑스박스는 하위호환 지원이 충실한 데다 게임 구독 서비스인 ‘게임 패스’까지 있으니 지난 세대 게임을 다양하게 설치해서 즐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이전 세대 게임은 외장 HDD에 설치하고, 내장 SSD에만 최신 게임을 설치하는 식으로 저장공간을 나눠서 운용할 수 있다.
만약 이전 세대 게임을 더 많이 즐기는 이용자라면 전용 스토리지 카드보다는 훨씬 더 저렴한 게임 드라이브 등의 외장 HDD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가격이 절반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씨게이트 엑스박스 게임 드라이브 헤일로 인피니트 스페셜 에디션은 2TB 용량 기준으로 약 9만 9천 원에 판매된다. 2TB 외에 5TB 버전도 판매된다. 이전 세대 게임을 즐기는 비중이 높고, 헤일로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저렴하게 저장공간을 확장하는 방편으로 고려해볼 법 하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