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에이치디에너지 (1) “환경 살리는 에너지 기업, 모순을 현실로”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에이치디에너지

우리나라는 선진국이자 기후 악당. 원인은 온실 가스

국제 연합(United Nation, UN)은 2021년,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정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산업 근대화와 경제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다. 이 멍에를 벗고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으로 인정 받은 사례는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하니 역사적인 쾌거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아직 벗지 못한 오명이 하나 더 있다. ‘기후 악당’이다.

2020년 세계는 이상 기후에 시달렸다. 추위의 대명사 시베리아의 기온이 우리나라의 한여름 기온과 맞먹는 38℃까지 치솟았다. 중국과 일본 곳곳에서는 홍수를 비롯한 물난리가 났다. 호주에서는 초대형 산불이 일어나 우리나라 땅덩어리만큼 넓은 대지가 불에 타 버렸다.

에이치디에너지가 개량 중인 보일러.
에이치디에너지가 개량 중인 보일러.

이는 모두 기후 변화, 그 중에서도 ‘온실 가스’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지구 대기에 섞여, 마치 온실처럼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이산화탄소 등 가스를 일컫는 말이다. 온실 가스를 줄이고 지구의 기온을 낮추지 않으면 이상 기후는 일상이 돼 버린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협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온실 가스 배출량을 좀처럼 줄이지 못했다. 오히려 늘리기까지 했다. 국제 사회와 환경 단체로부터 ‘온실 가스의 감축 목표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심지어 이 목표를 폐기한다. 기후 악당 취급을 받을 만하다.

우리나라는 재생 에너지 개발, 저탄소 발전 전략 등을 앞세워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으려 노력 중이다. 에너지 업계도 함께 뛴다. 에너지 산업은 특성상 온실 가스를 많이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에너지 기업은 정부의 온실 가스 감축 움직임에 맞춰 비즈니스모델을 바꾸고 설비 효율을 높이는 등 대책을 세운다. 스케일업에 참가한 에너지 기업 ‘에이치디에너지(HD Energy)’도 그 중 하나다.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는 20년 이상 에너지 산업계에서 일한 경력자다. 그는 이 회사를 에너지 기업인 동시에 환경 기업으로 소개한다. 온실 가스를 가장 많이 만드는 에너지 기업이 어떻게 환경을 보호하는 환경 기업이 된다는 것일까. 이창준 대표는 나긋나긋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그의 사업론과 목표를 설명했다.

LPG 공동 구매, 설비 개량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과 환경 개선 동시에

에이치디에너지의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열과 에너지를 쓰는 모든 산업 부문에 고효율 액화 석유 가스(Liquefied Petroleum Gas, LPG)솔루션을 제공해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기업’이다. 이창준 대표는 LPG가 에너지 업계의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한다.

에이치디에너지가 개량 중인 보일러
에이치디에너지가 개량 중인 보일러

먼저 우리나라의 에너지 비중을 살펴보자. 전기가 가장 규모가 크고 쓰임새도 다양하다. 이어 석유를 비롯한 기름의 비중이 20%, 두 번째로 많이 쓰인다. 세 번째는 비중 10% 쯤인 LNG, 네 번째가 비중 약 4%에 10조 원 시장 규모인 LPG다.

시장 규모가 가장 작은데 블루오션이라니? 이창준 대표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근거로 들었다. 세계 각국 정부는 환경 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으려 기름 사용량을 줄인다. 기름 사용량이 줄면 그 에너지 비중은 LPG로 갈 확률이 크다는 논리다. LNG는 운송과 저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LPG는 장점이 많은 에너지다. 먼저 보건공정안전관리, PSM(Process Safety Management) 규제가 다른 에너지에 비해 자유롭다. 그래서 설비 개량이 상대적으로 쉽다. 열량이 높아 경제성도 좋다. 고온을 다른 에너지보다 빨리 만들고, 잠열도 높아 온도를 잘 유지한다.

이창준 대표는 장점이 많은 LPG를 연구해 두 가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다. LPG 공동 구매, 설비 개량이다.

LPG 공동 구매 설명.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LPG 공동 구매 설명.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LPG 공동 구매는 에이치디에너지가 도·소매 과정을 생략하고 LPG를 대량 구매해 파트너와 나눠 쓰는 방식이다. LPG를 사려는 기업의 위치, 필요 용량을 계산하고 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기지로부터 LPG를 대량 구매해 나눈다. 이 방식은 기업의 연료비 부담을 크게 줄이고 편의는 늘린다.

우리나라 기업은 LPG를 한번에 대량으로 사야 한다. LPG를 소량만 쓰려는 기업은 도·소매를 거쳐 비싼 가격에 사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운반, 보관비도 많이 쓴다. 에이치디에너지는 LPG를 소량만 쓰려는 기업을 모아 산업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을 위해 LPG를 대량 구매해 분배했다.

LPG 설비 개량은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가솔린(기름) 차량을 LPG 차량으로 개조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설비를 개량해 운용 효율을 높이면 에너지 구입 비용은 줄어든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이 기술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 혹은 보일러 업계에서 수십년 동안 경험을 쌓은 전문가 60여명을 섭외했다. 이들과 함께 LPG 설비의 운용 효율을 기존 80%대에서 95%로 높였다.

LPG 설비 개량을 설명하는 이창준 대표
LPG 설비 개량을 설명하는 이창준 대표

에이치디에너지는 이 두 가지 비즈니스모델로 큰 성과를 거뒀다. 먼저 LPG 공동 구매로 산업 네트워크에 있는 기업의 연간 연료 구입 비용을 10%~12% 줄였다. LPG 설비 개량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LPG를 많이 쓰는 13개 업종을 골라, 업종별 주요 기업 460여 곳의 LPG 설비를 개량했다. 구입 비용을 줄이고 설비 효율을 늘린 덕분에 LPG 기업의 연간 연료비를 20% 가까이 절감 가능했다.

에이치디에너지가 연료비를 탁월하게 절감해준다는 입소문이 났다. 고객사는 병원과 제과점, 아스콘(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기업 등으로 다양해졌다. 신규 계약은 매년 늘어났는데, 5년간 계약 해지 건수는 ‘0’이라고 한다.

그 결과 에이치디에너지는 매출을 크게 늘렸다. 2020년 매출은 60억 원이다, 2021년 매출은 10월에 이미 2020년의 60억 원을 넘었다. 2021년 총 매출은 1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한다.

LPG 사업 넓히고 강화해 ‘플랫폼’으로의 발전 꿈꾼다

성과를 내기까지 이창준 대표와 에이치디에너지는 험난한 길을 헤쳐나왔다. 가장 힘든 것은 LPG 산업계의 경직된 분위기였다. LPG 기업들이 에이치디에너지의 LPG 공동 구매와 설비 개량에 참여하기는 커녕, 지금의 구조를 왜 바꿔야 하냐며 설명조차 듣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에이치디에너지 창업 초기, 이창준 대표는 LPG 기업에 방문해 수천만 원이 드는 설비 개량을 무료로 제공했다고 한다. 기술로 성과를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회사의 미션도 ‘에너지 혁신을 아는 우리 직원과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핵심 기술과 역량으로 성공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다. 신뢰를 주면 수익은 자동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

이창준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으로, 경상도 내 한 에너지 관계자와의 만남을 꼽았다. 그와 3개월 동안 40번, 이틀에 한 번 꼴로 만나 밤새 에너지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논했다. 결국 그는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전을 이해하고, 함께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어려움을 헤치고 이룬 성과를 토대로 다음 사업을 진행한다. 먼저 LPG의 ‘지방 거점’을 만든다.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전라와 경상, 강원과 충청 등 지역별 LPG 지방 거점을 만들면 LPG 공동 구매의 장점을 전국 LPG 기업과 나눌 수 있다. 거점과 기업 사이의 거리를 줄여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LPG 가격도 균일하게 유지 가능하다. 현재 경기, 경남 거점을 확보했고 2022년까지 전라·강원·충청을 더해 지방 거점을 다섯 곳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까지 발전하면, 에이치디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에너지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 에너지의 유통과 운송, 보관과 튜닝을 포함한 설비 관리 모두 가능한 까닭이다. 에너지 플랫폼을 만들면 LPG를 쓰는 기업뿐 아니라 운송 기업, 충전 거점이나 충전 탱크 보유 기업, 안전 관리와 검침 기업 등 다양한 기업을 파트너로 초청 가능하다.

에이치디에너지가 만들 에너지 플랫폼.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에이치디에너지가 만들 에너지 플랫폼. 출처 = 에이치디에너지

에너지 플랫폼을 만들면 자연스레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가 이뤄진다. 이창준 대표의 계산에 따르면, 에너지 플랫폼이 지금의 수익 구조보다 약 두 배 많은 이익을 모든 구성원에게 나눠줄 수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듣자 에이치디에너지가 왜 환경을 살리는 에너지 기업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에너지 운용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 혁신을 이끈다.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감해 지구 회복을 돕는다. 이 긍정 효과와 이익을 다른 기업과 나눠 사람이 행복한 문화를 만든다.

에이치디에너지 “플랫폼 함께 만들 파트너 원한다”

경직된 LPG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킨 이창준 대표의 다음 목표는 에너지 플랫폼이다. 이에 에이치디에너지는 에너지 플랫폼을 관제할 ‘소프트웨어’를 원한다. LPG의 주문 내역과 배송 현황, 가스 보일러 가격 비교와 안전 관리까지 알려주는 에너지 종합 소프트웨어다.

보일러 기술을 설명하는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가운데)
보일러 기술을 설명하는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가운데)

이창준 대표와 에이치디에너지는 이미 배송, 물류 소프트웨어를 고객사에 제공했다. 이어 에너지 탱크와 보일러 등 시설 관리 기능을 구현하고, 그 다음 에너지 플랫폼 전체를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이창준 대표는 고민한다. 이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할지, 믿을 만한 파트너에게 개발을 의뢰할지다.

“에이치디에너지가 만들려는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기업 홍보와 영업을 도와 누구나 에너지 시장에서 결과를 내도록 돕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외주를 하기보다는 자체 개발하거나, 이 시장과 기업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퍼즐 조각을 가졌습니다. 이 퍼즐을 맞출 파트너를 원합니다.”

투자 포트폴리오도 필요하다. 에이치디에너지는 5년차 기업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외부의 투자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핵심 역량을 갖추고 에너지 플랫폼을 꾸미려는 지금, 인력과 설비를 갖추고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 유치 전략도 필요하다.

에이치디에너지 스케일업 현장
에이치디에너지 스케일업 현장

스케일업 팀에서 비즈니스모델 분석과 마케팅 제안을 맡은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는 이창준 대표의 계획, 에너지 플랫폼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이치디에너지처럼 몸집이 작은 에너지 기업은 이를 단시간에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 기사에서 황현철 대표가 분석한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즈니스모델과 스케일업 제안을 살펴본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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