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일단 부딪혀보고, 안 되면 다르게 시도하라" 웰피쉬 (2)
[스케일업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웰피쉬 (2)
“어떻게 하면 제품을 잘 팔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케팅과 홍보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저희 웰피쉬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스케일업] “저는 ‘장미녀’, 장어에 미친 여자입니다” 웰피쉬 (1)’ 기사에서 언급한, 웰피쉬 정여울 대표의 요즘 고민입니다. 모든 스타트업이 언젠가는 마주할 문제이죠. 사실 마케팅과 홍보는 스타트업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 중 최종 보스(?)급입니다.
스타트업이 ‘마케팅과 홍보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어느 정도 완성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품을 만들었으면, 다음 단계는? 네. 맞습니다. 팔아야죠. 사용자에게 제품의 장점을 소개하고, 알려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거죠.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 스타트업이 이 단계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만들 때가 가장 좋았다’라며 슬프게 웃는 스타트업 대표들… 참 많이 만났습니다.
정 대표의 고민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패스파인더넷 강재상 대표와 만나기를 제안했습니다. 강 대표는 커리어 관리, 인재 육성, 직무 교육, 사내 스타트업 육성과 ‘Corporate Venturing’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전문가인데요. 강 대표는 스타트업 육성 폐쇄형 네트워킹 그룹 알렉스넷의 공동대표이자 비즈니스 기반 마케팅과 브랜딩 관련 종합 컨설팅, 코칭 등을 제공하는 매드해터 마케팅 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참고로 강 대표와 정 대표는 이번 만남 이전에 다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멘토와 멘티로 만난 인연이었습니다. 덕분에 보다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네요.
제품 가격, 무조건 싸면 좋다?
장미녀, ‘장어에 미친 여자’라는 별명처럼 정 대표는 최근 선보인 장어포에 욕심이 많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양산품을 시중에 선보였기에 애착도 크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이제 정식 출시한지 열흘 정도 지난 시점. 강 대표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얼마에 판매하실 거에요?”
웰피쉬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장어포의 가격은 1만 7,000원. 현재 20% 할인해 1만 3,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 대표는 “가격을 최대한 낮췄어요. 남는 것 거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장어포를 맛볼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라며 웃었다.
강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가격 설정. 스타트업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입니다. 무조건 싸게, 낮게 책정해요. 애착하는 제품을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고 싶다는 바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 값’은 받아야죠. 특히,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투자 등을 통해 사업화 자금, 인건비 등을 받은 스타트업일 경우, 십중팔구 제품 가격에서 ‘인건비’, ‘운영비’ 등을 빼고 계산합니다. 제품 가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중이 ‘인건비’와 ‘운영비’인데 말이죠.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 그 자체를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손해를 보고 팔 수는 없잖아요.”
“정 대표님. 지금 월급은 가져가면서 일하세요? 아니,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대표라는 입장에서 고용인에게 월급 줘야 하잖아요. 고용인들 월급과 대표님 월급, 항상 동결할 거에요? 대표가 사업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월급과 주식 배당이죠. 그런데, 여러 스타트업이 외부에서 보면 계속 투자도 유치하고 매출도 올리는데, 대표가 돈을 벌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어요. 바로 앞서 말한 오류 때문입니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빼고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니, 매출은 오르는데 이익이 없는거죠.”
맞다. 스타트업의 재무재표를 확인하면, 대부분 ‘적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투자’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돈 벌 생각 없다’고 말하던 스타트업 대표도 있었다. 하지만, 제품을 판매하고, 이익을 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완성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와 비교해보면, 분명 어긋나 있다.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하는, 사회적 기업인 것일까? 물론 모든 적자 스타트업이 단지 제품 가격 설정 때문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제 값’을 받는 스타트업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래야 후회하지 않습는다. 고객에게도 배신하지 않는 것이구요. 제품 한번만 판매하고 그만 둘거에요? 아니잖아요. 지속가능한 판매를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 제품을 공장에 의뢰하고, 최소 수량을 결정할 때, 꼭 인건비와 운영비를 계산해야 합니다.”
20% 할인 판매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제품 가격을 낮추는 할인 프로모션(이벤트)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뒤에 결정해야 합니다. 프로모션은 가격 테스트에요. 처음 결정한 가격으로는 잘 안팔리다가 20% 할인하니 잘 팔리더라. 이런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반대로 여러 상품을 묶어 패키지를 만들고,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이벤트로 시장 반응을 살필 수도 있죠.”
강 대표의 언급처럼 제품 가격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제품을 구매하는 타겟으로 주제가 이어졌다.
“제품을 구매하는 타겟도 생각해야 합니다. ‘누구 지갑에서 돈이 나오느냐’라는 지불 고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유식은 아기들이 먹지만, 누가 돈을 내나요? 1차적으로 아기의 부모님, 2차적으로 친인척들이 내죠. 장어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먹을(소비자) 것인지, 소비자가 직접 돈을 낼 것인지, 아니면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을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한번 결정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처음 제품을 선보이면서 무조건 비싸게 내놨다가 천천히 가격을 내리라는 뜻은 아니에요. ‘제 값’을 결정하고 난 뒤에, 조정하라는 뜻입니다. 스타트업은 자선 사업 단체가 아니에요.”
스타트업은 자선 사업 단체가 아니다. 처음 시장에 발을 내민 도전자일 뿐, 어디까지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물론, 고객을 속이며 막대한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 요지는 받은 이익을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는, 지속가능한 판매로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연말, 연초 특수를 이용하라
우리는 흔히 ‘연말 특수’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기간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을 구매하는 ‘명절 특수’도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최근, ‘연말 특수가 무색하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래도 평소와 ‘연말’의 소비심리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제 막 제품을 선보였지만, 타이밍은 좋습니다. 다가오는 연말, 그리고 이어지는 명절에 맞춰 상품을 구성해보길 권장합니다. ‘연말 패키지’ 형태로 12월 프로모션을 준비해보세요. 아직 심도있게 ‘누가 장어포를 구매하는지’ 테스트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준비해보길 권합니다.”
정 대표는 강 대표의 연말 특수 언급에 질문으로 답했다. ‘누가 구매하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제품을 먼저 알려야 하지 않냐’는 것. 하다 못해 광고라도 진행해야 하는데, 어디에 광고를 내야 하는지, 오픈마켓에 입점해 판매 채널을 늘려야 하는지, 정 대표가 질문했다.
“광고와 판매 채널 확대. 이것도 테스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광고를 했더니, 광고하기 전보다 판매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똑같이 판매 채널을 늘렸더니 판매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파악해야 하고요. 해당 판매 채널에서 광고를 진행했다? 그 때도 판매량을 파악해야 합니다. 하나씩 테스트하며 우리에게 맞는 광고와 판매 채널을 찾아야 해요.”
“대형 오픈마켓 입점만을 목표로 움직이면 안됩니다. 입점했는데, 잘 안팔릴 수도 있어요. 판매 채널을 웰피쉬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휘둘리지 말기를 바래요. 그래서 하나씩 도전하고, 테스트하는 마음가짐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물론, 진중있게, 진지하게 말이죠.”
광고와 판매 채널 등을 하나의 수단으로 대하라는 뜻이다. ‘내가 이용해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서면, 오히려 좋다. 기자는 간혹 스타트업이 대형 판매 채널 입점에 사활을 걸고 대응하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에 일방적으로 대응하다가 원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가격에 판매된 수많은 물량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강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연말을 준비하라는 말은,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선물하기를 원하는 시즌에 맞추라는 뜻입니다. 자녀가 부모님에게, 연인이 서로에게 선물하는 기간이잖아요. 그에 맞춰 이벤트, 프로모션을 준비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테스트하면서 하나씩 알아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장어포, 와인에 잘 어울리더라고요!
정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웰피쉬가 고민한, 장어포의 구매 타겟에 대한 이야기다.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장어포는 어디에 어울릴까? 안주로 좋을 것 같은데. 일반 안주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고…. 고가의 안주를 돈을 내고 구매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주변을 찾았습니다. 인스타그램 위주로 SNS를 검색했는데요. 결혼하지 않은 30~40대 남성들이 와인과 함께 치즈를 찍은 사진을 많이 공유하더라고요. 여기서 착안해 와인과 장어포를 매칭했는데, 상당히 잘 어울렸어요. 고객 반응도 좋았구요.”
가만히 듣고 있던 강 대표는 조용히 반문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고객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어요. SNS로 분석해서 찾았다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틀렸다는 말은 아니에요. 다만, 모수가 부족합니다. 타겟 설정을 한 것은 괜찮아요. 그것에 맞춰서 제품을 준비한 것도 좋고. 다만, 어디까지나 테스트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해당 타겟에 맞춰서 일관성있게 도전해 보고, ‘이게 아니다’라고 판단하면 바로 전환해야 합니다. 유연하게 대처하길 권장할게요.”
“웰피쉬는 스타트업입니다. 장어포는 그런 스타트업이 선보인 새로운 제품이잖아요. 대형 식품 업체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제품을 런칭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전국 단위로 시장을 조사하고, 반응을 테스트한 뒤, 연간 예상 물량을 파악해서, 제품을 선보이지 않았잖아요. 웰피쉬는, 스타트업의 장점은 빠른 상황 판단과 유연한 대처입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30~40대 혼술 남성이라는 타겟. 좋아요. 하지만, 아닐 수도 있죠. 아니라면? 새로운 타겟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마케팅, 홍보를 준비할 때,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비용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원하는 매출액의 10%를 마케팅비로 설정했다고 가정하죠. 매출 1억 원을 목표로 했다면, 1,000만 원을 마케팅비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맞춰서 대응해야죠. 제가 추천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제품을 뿌리는 겁니다. 가장 효과적이에요. 맛보게 만들고, 우리 소비자로 만들어야죠.”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답게
문득 강 대표가 질문을 던졌다. “장어포 몇 마리 만드셨어요?”
정 대표가 답변했다. “2,100마리 만들었습니다. 이제 1,800마리 정도 남았어요.”
“그겁니다. 지금 당장 웰피쉬의 목표는 장어 수만 마리를 판매하는 게 아니에요. 1,800마리를 판매하는 겁니다.”
두 대표의 대화를 듣던 기자는 잠시 멈췄다. 맞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아니다. 웰피쉬는 대형 식품 업체가 아니다. 장어포는 이제 처음 시중에 선보인 제품이고, 누가 구매할지, 얼마나 팔릴지, 연간 평균 판매량은 얼마나 될지, 아직 모르는 스타트업이다. 그럼 목표는? 지금 만들어 놓은 1,800마리를 다 판매하는 데 있다. 1,800마리를 판매하는 데, 왜 수천, 수만 마리를 판매할 것처럼 고민하는가.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답게 도전하면 됩니다. 한 계단씩 올라가야죠. 갑자기 두 계단, 세 계단을 올라간다? 당장은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어요. 갑자기 올라간 계단은 내려올 때도 갑자기 떨어진다고 말이죠. 차근차근 하나씩 밟고 성장하면, 내려올 때도 천천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일단 부딪혀보라는 말은 안되면 다르게 부딪히라는 뜻입니다.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에요.”
“간혹 몇몇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고민을 합니다. ‘내가 만든 제품을 내 생각해도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다. 이럴려고 만든게 아닌데…’라고요. 사업을 시작한 목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거죠. 네. 공감합니다. 고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런 고민은, ‘일단 돈 벌고 나서’ 하세요. 2억 원, 3억 원 이익을 달성했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든,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강 대표는 강조했다.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답게. 그리고 기자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만의 장점이 있다고. 빠른 의사결정, 멈추지 않는 도전 의지, 유연한 대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다. 웰피쉬는 스타트업이다. 가볍고, 재빠르다. 정 대표는 통영 시청과 수협에 무작정 찾아가는 무대뽀(?) 열정도 가졌다. 그의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