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스타트업] 이지태스크 전혜진 대표 "혁신과 노동의 가치, 모두 중요합니다"
[성남산업진흥원] 이지태스크(1)
성남시가 2001년에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간 성남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네트워크,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는 기업 지원 전문 기관입니다. 성남시가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 창업한 벤처 기업 수가 1631개에 이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성남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남산업진흥원이 2003년부터 진행 중인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은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로 218개의 기업이 성남창업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 최종 평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된 6개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사실, 어른들은 저를 별로 안 좋아해요.”
세상은 점점 유연하게 변한다. 경직된 규칙을 깨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요소인 ‘노동’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용 방식이 정규직 외에도 다양해지면서, 노동 형태 또한 유연해졌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어두운 면도 부각되듯, 모든 사람이 혁신을 반기진 않는다.
이지태스크는 노동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근로자를 중계하는 스타트업이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혁신의 어두운 면에 속한 경력 단절 여성, 취업 준비생, 조기 퇴직자 등과도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했다. 성남창업경연대회 (S-스타트업)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지태스크와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사실 어른들은 저를 별로 안 좋아해요” 전 대표는 웃으면서 이유를 밝혔다. X세대(1970년에서 80년 초반 출생)지만, 전형적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MZ세대의 성격이라고 한다면 ‘직설적이고, 솔직하다’는 것 정도다.
그는 “문제가 보이면, 제 의견을 밝혀야 했어요. 누군가에겐 트집을 잡는 것처럼 비쳤을 수도 있겠죠(웃음). 어릴 적부터 알바를 많이 했는데, 그때도 제겐 문제가 정말 잘 보였거든요. 전문가들이 생각보다 허술하게 일하는 거예요. ‘근데 돈은 왜 이렇게 많이 받지?’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물론, 이유는 있어요. 전문가들은 문서 작업, 오탈자 검사, PPT 제작에 시간을 너무 많이 쏟아붓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원래 다 그래’라는 말에 순응하지 않는 반골 기질이 오히려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이지태스크다. 이지태스크는 온라인 시간제 업무를 맡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존 중개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업무를 맡기는 단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지태스크는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일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쉽게 생각하면, PPT 제작을 5시간 동안만 맡기는 것이다.
전 대표는 “기존 방식은 택시 타는 것을 생각해보면 돼요. 택시를 타면 목적지까지 가는 게 중요하지, 10분 동안 차를 탄다는 건 관련이 없어요(요금을 제외하곤). 택시 기사분이 ‘10분 택시를 탔으니 여기서 내리세요’ 하지는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얼핏 들었을 땐,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전 대표도 “많은 사람들이 저희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요. 사실, 기본적인 사무 업무는 시간 단위로 일을 맡길 때 더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거든요. 근데 낯선 방식이니 선뜻 이용하질 못하는 거죠. 기존엔 PPT 업무를 통째로 맡기거나 아니면 직접 혼자 해야 했어요. 이지태스크에서는 본인이 작업하다가 2시간만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죠. 그리고 다시 작업물을 받아서 연속으로 작업을 하는 거죠. 택시 타다 내려서 전철을 탈 수도 있는 거 처럼요"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시장은 현재 ‘전문직 시장’과 ‘단순 사무 업무’ 시장으로 양분화돼 있다. 이지태스크가 집중한 부분은 전문가를 위한 ‘단순 업무’ 시장이다. 1인 사무실에서 일하는 전문가는 전문 서비스 제공 외에도 서류 작업·디자인 등도 혼자 처리하니, 업무 과부하로 서비스 기획이나 영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 대표는 “전문가가 전문성을 쌓으려면, 부수적인 업무는 쳐내고 본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이들이 밤을 새워서 오탈자 검사하고, PPT 만드는 게 정말 필요할까요? 차라리 새로운 기획을 하는 데 시간을 더 쏟으면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게 더 나아요.”라고 말한다. 전문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면서, 다른 일들은 모두 외주로 맡길 수 있다면? 이지태스크가 집중한 영역이 바로 여기다.
‘크몽’ 등의 중계 서비스는 대체로 전문직 프리랜서가 많아서, 단순 사무 업무를 맡기기가 쉽지 않다. ‘알바몬’에서도 사무 업무를 맡을 사람을 구할 순 있지만, 보통 정기적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는 방식이다. 이지태스크는 지금 당장 2시간짜리 업무를 끝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다. 업무를 요청하면, 이지태스크에 등록된 ‘이루미(프리랜서)’ 중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업무 요청이 간다. 업무 의뢰가 불규칙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고정적인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1인 전문가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용량을 정액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해요. ‘100시간 이용권’을 사고서, 직원들과 나눠서 쓸 수도 있어요. 그 시간을 어떤 분은 디자인 업무를 맡기고, 다른 분은 번역을 맡기는 식이에요. 처음에 카드 뉴스 이미지를 만든다고 구매하셨는데, 결과물을 보니 괜찮아서 PPT 작업을 맡기는 경우도 있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시간제로 업무를 맡긴다는 건 매번 일을 할 때마다 전담자가 바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업무 지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 않을까? 전 대표는 “오히려 시간을 더 아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지태스크 시스템에 업무 의뢰서가 있으므로, 그걸 기반으로 업무를 지시하면 된다. 기존 방식에선 일용직 근로자가 회사에 처음 갔을 때, 교육하는 데만 상당히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알바생이 가만히 서서 5~10분 정도는 기다려야, 그제야 교육에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지태스크는 업무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점을 이루미에게 먼저 제공하고, 일을 시작하게 한다. 고객은 ‘PPT를 만들 때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서 수치를 강조해주세요.’와 같은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작업 시 PC 화면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이루미에게 업무 지시를 직접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 전 대표는 “요즘 줌으로 업무를 하는 일이 많잖아요. 원격으로도 계정과 비밀번호를 다 입력해줄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시스템 접근에도 문제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이루미 입장에선, 요청한 시간만큼만 작업하면 되니 추가적인 업무 부담도 없다. 기존 중계 서비스는 업무 단위로 맡기는 형태라, 2차~3차에 걸쳐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노동자 입장에선 다음 계획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이루미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해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업무 만족도 등을 종합해서, 자동 매칭 시스템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일을 못하는 이루미는 그 다음 업무가 잘 배정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물론, 이루미에게 일에 대한 조언을 주면서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전 대표는 “저희가 청운 대학교랑 업무협약(MOU)를 맺었는데, 거기서 하는 말이 ‘인턴 3개월을 해도 학생이 배우고 오는 게 없다.’는 거예요.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경우도 없고, 이것저것 잠깐 건드리고 나온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지태스크에 등록된 이루미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조언도 받으니 자연스레 업무 숙련도가 올라간다.
이루미 이야기를 꺼낼 때 전 대표의 표정과 목소리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그는 “인터뷰 전에 발표를 하고 왔는데, 심사위원들이 박수를 치더라고요. 지방 쪽이 직원을 구하기 힘들잖아요. 저희가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그분들도 업무 부담이 줄어들거든요. 이분들과 경력 단절 여성이나 취업 준비생, 지방의 1인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고 하니까, 다들 정말 좋아하셨어요.”라고 웃었다.
다른 일자리 중계 서비스와 달리, 이지태스크는 이루미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고객이 시간 이용권을 구매할 때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루미를 등록할 때도 보증금 형식의 비용을 내지 않는다.
이어 그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저희 서비스에 감동하시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감사를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물어봤죠. ‘육아랑 병행하면 힘들지 않으세요?’라고요. 근데 하시는 말씀이 ‘오히려 숨통이 트이고, 행복하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이루미 중 한 분이 일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도 되냐고 하시길래 '포트폴리오로 쓰시게요?'라고 물어봤거든요. 근데 대답이 '아니요. 살아있다고 알리고 싶어서요.'였어요"라고 말했다.
전 대표 설명에 따르면, 경력 단절 여성과 취업 준비생은 전문직과 대비했을 때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프리랜서 일의 시작은 영업이므로, 일 자체를 받아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일이 없으면 능력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지태스크는 이들에게 틈새시장을 열어준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면 부딪히는 성격이에요”
회사를 개인 사업자로 먼저 시작했고, 법인 전환은 작년 6월에 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려면 조건이 법인 전환이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땐, 지인들에게 서비스를 이용해보라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녔다. 창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스스로가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니, 그는 창업학 박사였다. 창업학? 명칭만 들어도 내용이 연상은 되지만, 낯선 학문이다. 그는 “이지태스크 전에 사업을 10년 정도 했어요. 근데 문제가 직원 5명 이상의 규모를 넘어가질 못한다는 거였죠. 또, 사장이 없으면 일이 알아서 돌아가지 않는 회사였어요. 답답했죠. 그래서, 창업학 석사를 시작하고, 스케일업(기술, 제품, 서비스, 생산, 기업 등의 규모 확대)하는 프로세스를 배웠어요. 사장이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죠. 그래서, 지금은 제가 없어도 회사가 나름 잘 돌아가요.”라고 답했다. 이젠, 긴 안목으로 사업을 바라볼 수 있고, 사업의 각 단계가 예측한 대로 진행된다고 한다.
물론 이론과 현장의 경험은 다를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현실을 아직 업데이트하지 못한 이론도 많다. 하지만, 그에겐 사업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부하면서도 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과거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통찰을 얻는 기회도 생겼다.
20대 초반에 창업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사장보다 모두 나이가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사장님보단 저희가 더 잘 알아요’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 한 마디로, 여유를 가질 수 없던 상황이었다. 이젠, 창업학을 배우면서 긴 안목으로 사업을 볼 수 있게 됐고, 현장의 경험도 충분히 쌓였다.
“과거엔 조급했죠. 근시안적이고 빨리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게 있었어요. 직원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성격도 아니었어요. 이젠, 직원들 각자의 크기를 보고 기다리며, 성장을 도우려고 하고 있어요.”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단 부딪혀 보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그려진다.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고, 창업에 뛰어든다. 창업이 어려우니, 본격적으로 창업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창업이다.
그는 실천력의 배경을 “집에서 둘째인 자신의 위치 때문이 아닐까.”라며 웃으며 답했다. ‘언니는 배가 고프면 굶고 마는 성격이고, 동생은 누나가 일을 해주겠지’ 이런 스타일이다. 부모님도 둘째에게 많이 의지한다. 집에서 가장 실천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답답하면 우선 행동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끔…
이지태스크에겐 현재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업무를 맡기는 시간을 쪼개는 것’이다. 지금은 1시간 단위지만, 앞으론 5분, 10분 단위로도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잠깐 외근을 나갔을 때 제출해야 할 문서가 생각났다면, 이를 이루미에게 부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딘가에 부탁하기엔 애매한 일도 마음 편하게 요청할 수 있다.
두 번째 목표는 ‘경력 증명서’를 만드는 것이다. 프리랜서는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경력을 인증할 제도가 없다. 경력이 길어도 소위 말하는 '물경력'일 수도 있다. 전 대표는 이지태스크에서 일한 시간만큼의 경력을 인증하는 제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태스크가 업계에서 ‘신뢰할 만한 사업자’로 인정받을수록, 경력 증명서도 함께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전 대표의 경험과도 관련이 있다. 그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경력을 인증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창업학 박사까지 했는데도, 학사가 창업학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직군에 지원하지 못했다. 앞으로 프리랜서 시장이 커질수록, 이러한 제도적인 보안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대표에게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저희는 교육 기업과 연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교육 회사에서 강의를 듣고, 이지태스크에서 실습을 하는 거죠. 업무를 연계하고 싶은데, 사실 영업이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할 수 있을지 조언을 얻고 싶어요.”
다음 기사에선 이지태스크가 멘토와 만나서 영업 방식 등에 대해 나눌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