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독점은 현재 진행 중, "토종 앱 마켓이 나서야 할 때"
[IT동아 정연호 기자]
플랫폼의 독점 문제가 화두다.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가 개발사에 인앱(In App) 결제를 강제하면서, 결제 수수료의 30%를 적용하는 관행 때문이다. 인앱 결제란 앱을 구동한 상태에서 해당 앱을 통해 아이템, 상품, 앱 등과 관련이 없는 다른 상품 및 콘텐츠를 구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개발사와 소비자는 모두 인앱 결제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이에 대한 피해를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인앱 결제의 수수료 30% 관행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인기 게임 포크나이트 제작사인 ‘에픽게임즈’가 애플 인앱 결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에픽게임즈는 결제 수수료를 회피하기 위해서 우회 결제 수단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행위가 문제시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포크나이트 앱이 삭제됐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즈는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 법원은 9월 10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가 “소비자의 선택을 억압한다”면서 반경쟁적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현재 애플은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애플과 구글의 상생 방안은 생색내기에 불과”
전 세계적으로 앱 마켓 독점 문제에 관심이 모이면서, 애플은 올해 1월부터 ‘연간 수익금이 100만 달러 미만인 개발사’ 대상으로 수수료를 15%로 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 규모 개발사와의 상생 노선을 표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2019년에 미국의 소규모 개발자 그룹이 ‘애플이 결제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것은 독점 금지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합의 내용도 지난 8월에 공개했다.
애플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애플은 개발사가 외부 결제 방식을 사용자들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했으나(외부 결제가 일부 가능했었다.), 이제 외부 결제 방식을 이메일 등에서는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이뤄진 구매에 한해선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다만, 앱 내에서 다른 결제 옵션을 추가하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게임 앱에서만 인앱 결제 의무화(수수료 30%)를 적용했으나, 이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음악, 웹툰, 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인앱 결제 수수료 30% 대상)를 판매하는 개발사는 전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3% 정도이며,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구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발사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엔 무료 앱과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실물 재화를 거래하는 앱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앱의 비율도 낮아지는 것이다. 피해를 받는 개발사의 비율을 낮게 잡아서 상황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것”라는 반발하고 있다.
애플이 중소 규모의 개발사 수수료를 감면하겠다고 발표하자, 구글도 매출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감면하겠다고 공지했다. 구글은 30% 수수료를 내야 하는 기업은 매우 적은 비율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매출순으로 최상위권에 속하는 개발사들에 대부분의 소비자가 몰려 있으므로, 이들 개발사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 콘텐츠 가격도 올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수수료를 인하하더라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언제든지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든 앱 마켓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인앱 결제 강제를 통해서 결제 거래 데이터를 독점함에 따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인앱 결제 강제 시 앱 마켓 사업자가 수수료 수취에 필요한 데이터를 넘어서 다양한 거래와 결제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이를 통해 인터넷 검색과 광고, 앱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수료 30%, 무엇이 기준인가?
앱 이용자들은 30% 수수료의 근거를 알지 못하며, 이를 비싸다고 느끼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14∼49세 남녀 508명을 설문 조사하고 7명을 심층 인터뷰한 뒤, 고려대 미디어학부 정윤혁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 '구글 앱 마켓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 따르면, 10명 중 9명은 구글의 30% 수수료가 비싸다고 생각하고(86.7%), 이는 구글의 수수료가 ‘적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에 40배에 달한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의 ‘구글 수수료 정책 변경에 따른 기업현황 및 대응 방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비중은 66.9%, 애플 앱스토어는 21.2%, 원스토어가 11.8%로 나타났다(모바일 앱, 콘텐츠 매출액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가 국내 앱 마켓 시장의 9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업자와 이용자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구글갑질방지법)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앞으로 국내에서 구글, 애플 등의 앱 마켓은 자체 결제 시스템(인앱 결제)을 통한 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위반할 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토종 앱 마켓이 구글,애플에 대응하려면..
앱 개발사들의 최대 불만 사항은 결제 수수료다.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 30%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원스토어는 기본 수수료를 30%에서 20%로 인하했으며 외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를 5%만 받고, 인앱 결제 역시 강제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매일 국내 통신 3사 멤버십 혜택으로 10% 할인을 제공하면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소비자가 많이 찾는 앱이 원스토어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로 인해 구글과 애플과의 시장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넥슨과 넷마블 등의 대형 게임사 게임 중 원스토어에 입점한 것은 여전히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해외 앱 마켓에 대응하려면 이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자를 늘려야 하며, 그래야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게임사 등의 인기 앱이 원스토어에 입점하고, 이러한 경쟁력으로 다시 소비자를 끌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최근 넥슨과, 엔씨소프트, 웨이브 등 콘텐츠 기업과 국내 앱 마켓이 ‘국내 앱 마켓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협약에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자사 앱을 국내외 앱 마켓에 차별 없이 출시하고, 앱 마켓 사업자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한편, 구글과 애플이 추후 인앱 결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앱 다운로드 비용을 지불하게 하거나 앱 개발자 등록비를 인상하는 등 다른 수익 행위를 모색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들의 시장 지배력 때문에 개발사들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시행령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규정을 세심하게 구체화하며, 이러한 행위를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