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아수스가 아니라 에이수스라니까요

거 참, 아수스가 아니라 에이수스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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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아수스가 아니라 에이수스라니까요 (2)

“에이수스가 뭐에요? 아수스 아닌가요?”

“보통 다 아수스라고 읽는 것 같던데…, 개성 있는 표현이네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만 PC업체 에이수스(ASUS)의 표기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IT동아가 에이수스 기사를 올리는 날이면 으레 벌어지는 일이다. “회사명도 제대로 모르는 기자”라는 반응은 예사고, “기자가 미국물을 먹어서 자기 마음대로 표기한다”라며 비웃는 독자도 있다.

그러나 에이수스 정도로 규모 있는 회사명을 헷갈릴 정도로 무식한(?) 기자는 IT동아에 없다. 게다가 단순한 오탈자라면 데스크가 기사를 검토할 때 정정하기 마련이다. 또 외국어는 무조건 원어 그대로 표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기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애플의 맥북’도 ‘에아뽀으의 맥븤’이라고 썼을 테니까. 단순한 실수도 아니고, IT동아의 괴벽도 아니라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이수스 코리아가 회사명 표기를 아수스에서 에이수스로 바꿨기 때문이다. 에이수스 코리아는 지난 5월 기자들을 상대로 “본사의 전세계 발음 일원화 정책에 의거, ASUS의 한국어 발음 표기는 에이수스로 변경됐다”라며, “앞으로 회사명을 표기할 때 ASUS 또는 에이수스로 해달라”라고 알렸다. IT동아는 에이수스 코리아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2012년 5월 이후에 작성한 기사부터는 에이수스로 표기해왔다.

사실 몇 년 동안 사용하던 명칭을 갑자기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회의를 하거나 기사를 쓸 때마다 아수스라는 단어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동료 기자들이 신랄한 지적(?)을 쏟아냈고, 그 결과 비로소 에이수스라는 말이 정착될 수 있었다. 이렇게 단시간에 익숙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일관된 표기법을 준수해야 하는 기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거 참, 아수스가 아니라 에이수스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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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독자들은 다르다. 에이수스로부터 공식 서한을 받은 적이 없으니 회사명 표기법이 바뀐 것을 알리가 없다.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익숙해진 아수스 대신 에이수스를 사용할 이유도 없다. 기사 댓글에서 “에이수스냐, 아수스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몇 달간 지속되는 이 혼란은 바뀐 줄 몰랐던 독자의 책임도, 기사를 쓴 기자의 책임도 아니다.

굳이 책임을 묻자면, 당연히 에이수스다. 에이수스의 가장 큰 잘못은 방침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에이수스냐 아수스냐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는데, 에이수스는 이에 대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에이수스가 맞는 표기법이라고 주장했지만, 2011년 1월에는 아수스가 맞는 표기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에이수스 홍보를 담당하는 민커뮤니케이션은 “일본과 한국은 A를 [a]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국에서는 아수스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불과 1년 4개월 만에 입장을 바꾸며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일단 표기법을 바꾸었다면, 해당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하는 것도 에이수스의 의무다. 회사명은 그 회사를 대표하는 이름이니만큼, 큰 대가를 치러서라도 일관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1995년 럭키금성 그룹이 LG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며 막대한 홍보 비용을 쏟아부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에이수스가 한국시장에 LG그룹만큼 많은 비용을 쓸 이유는 없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회사명 홍보에 나섰어야 한다.

사실 가장 딱한 쪽은 에이수스의 한국 지사인 에이수스 코리아다. 에이수스 코리아로서는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아수스라는 이름을 계속 쓰는 것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더 유리하다. 하지만 지사에 불과한 에이수스 코리아가 본사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에이수스 코리아의 관계자는 “에이수스로 통일하기로 결정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지만, 한국의 특성 때문에 아수스를 고집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에이수스 본사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불가피하게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현지 시장의 특성에 어두운 본사 때문에 애꿎은 지사가 고생하는 셈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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