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인터넷협의회 "통신망 관리 가이드라인은 망중립성에 반한다"
2012년 7월 18일, 오픈인터넷협의회에서 지난 13일 발표된 ‘망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망중립성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오픈인터넷협의회에서 발표한 전문이다.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11년 12월 발표된 '망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 후속작업으로, 통신사업자가 트래픽을 관리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과 범위를 기술하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이하 기준)'을 발표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가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및 단말장치에 대해 부당한 차단과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차단과 차별이 허용될 경우 불공정한 이용환경이 조성됨으로써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 부가장비의 등장 및 활용을 제약하고 결과적으로 사회발전을 가로막고 이용자의 피해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이번에 발표한 기준은 지난해 채택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지만, 그 내용을 보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사문화 하고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준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서비스가 언제 어떤 이유로 차단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이번 기준은 트래픽 관리의 목적과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상위 규범인 ‘망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배한다. 방통위가 지난 해 말 발표한 가이드라인 제5항은 ‘인터넷접속제공사업자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 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된 기준은 통신사가 트래픽 관리 대상을 mVoIP, P2P 등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별로 구분 적용토록 함으로써 상위 규범을 무력화 하고 있다. 트래픽 관리의 절차, 합리성 판단의 기준 등은 모든 종류의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만약 특정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차별이 불가피하다면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통신사의 트래픽 관리는 망의 보안과 혼잡 제어를 위한 기술적 조치에 국한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은 통신사의 서비스정책과 관련된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번 기준을 따르게 되면 서비스약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 특정 이용자를 통제하는 것, 특정 서비스를 통제하는 것, 특정 단말장비를 통제하는 것 등 모든 경우가 트래픽 관리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통신사의 트래픽 관리가 합리적인지 여부는 망 혼잡 현황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판단할 수 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통신사로 하여금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강제하는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기준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통신사가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또한 이번 기준이 나오기까지 방통위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으며,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사회적 논란이 많은 문제일수록 그 논의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방통위가 이 기준에 대한 향후 논의를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길 기대한다.
참고로 오픈인터넷협의회(Open Internet Alliance)는 구글코리아, 다음커뮤니케이션, 야후코리아, 엔에이치엔, 이베이코리아, 제이큐브 인터랙티브, 카카오,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및 제조사, 방송사 등 국내외 인터넷 관련 기업과 단체들이 망중립성 이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정책 협의체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