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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배신자" 폭스콘 혐한 발언, 이유 있다

서동민

'한국인은 배신자' 폭스콘 혐한 벌언, 이유 있다 (1)

“부끄러운 제품 갤럭시S3를 사지 말아라”

“한국인과 달리, 일본인은 뒤통수를 치지는 않는다”

폭스콘의 모기업이자 ‘대만의 삼성’으로 불리는 홍하이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의 잇따른 혐한 발언이 화제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18일(현지 시각) 주주총회에서 “일본 기업(샤프전자)과 손을 잡고 3~5년 안에 삼성전자를 꺾겠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일본인의 업무 진행과 의사소통 방식을 매우 좋아한다”며 “그들은 한국인과 다르게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아이폰에 비하면 갤럭시는 부끄러운 제품이니 갤럭시S3를 사지 말고 아이폰5 출시를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대만 언론을 비롯해 해외 주요 외신들은 궈타이밍 회장의 강도 높은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사실 궈타이밍 회장의 혐한 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그는 평소에도 한국인을 ‘가오리방쯔(고려몽둥이놈이란 뜻으로,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을 얕잡아볼 때 쓰는 말)’라고 불렀으며, 삼성전자를 고자질쟁이로 표현했다. “배신자 삼성전자를 무너뜨리는 게 내 인생의 목표”라고 할 정도로 그의 반한 감정은 유명하다.

궈타이밍 회장은 왜 이렇게 한국과 삼성전자를 싫어할까? 현재 홍하이그룹의 자회사 폭스콘은 애플 제품을 독점 생산하고 있고, 홍하이정밀은 PC나 TV 등 많은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한국과 삼성전자를 경쟁자로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궈타이밍 회장의 혐한 발언에는 대만 특유의 뿌리 깊은 반한 감정과 홍하이그룹의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 깃들어 있다.

배신자 한국, 그리고 고자질쟁이 삼성전자

대만의 반한 감정은 1992년 한국이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당시 중국은 자국과 수교를 맺기 위해서는 대만과 반드시 단교해야 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국가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대만과 친했던 한국 역시 중국과 수교를 맺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에 대만은 한국에게 먼저 단교를 통보하고 배신자로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대만의 반한 감정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의 태권도 스타 양수쥔이 실격패를 당하며 더욱 고조됐다. 당시 대만 사람들은 한국과 중국이 양수쥔을 고의로 실격시켰다며 항의했고, 대만 전체에서 한국 제품 불매 운동과 태극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가 속출했다. 당시 한국의 전자제품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 중 제품이 생각보다 너무 튼튼해서 쉽게 깨지지 않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인은 배신자' 폭스콘 혐한 벌언, 이유 있다 (2)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양수쥔이 실격패를 당하며 반한 감정이 극대화됐던 2010년, LCD패널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대만에 밉보이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치메이 이노룩스, AU옵스트로닉스, 청화 픽처스, 한스타 디스플레이 등 한국과 대만의 LCD 제조사들이 유럽에서 가격담합 판결을 받고 엄청난 과징금을 물게 됐는데, 삼성전자만 전액 면제를 받은 것. 담합 업체 중 자진해서 가장 먼저 신고를 한 업체는 처벌을 면하는 ‘리니언시 제도’ 때문이었다. 이에 대만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은 삼성전자가 자기만 살기 위해 경쟁사들을 저버렸다며 맹비난했고, 이 중에는 홍하이그룹의 궈타이밍 회장도 있었다. 당시 홍하이그룹이 소유한 치메이 이노룩스는 무려 15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사실 LG디스플레이와 다른 대만 제조사 대부분이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과징금을 일부 경감받았지만, 대만의 반한 감정과 맞물려 삼성전자만 고자질쟁이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어이없는 망언인가 계산된 예언인가

일각에서는 반한 감정을 감안하더라도 궈타이밍 회장의 혐한 발언은 너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대만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수장으로서 너무 경솔한 언행이라는 것. 한국에서 대만 제품 불매 운동이라도 일어나게 된다면 대만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한국에 진출한 스마트폰 제조사 HTC 등 죄없는 기업들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궈타이밍 회장의 발언이 치밀한 전략에서 나왔다는 의견이 더 많다. 대만 사람들의 반한 감정은 한국 사람들의 반일 감정만큼 거세다. 이 때문에 대만인들의 단합을 위한 정치적인 수단이나 마케팅 전략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번의 혐한 발언 역시 대만 내부에서는 내심 반길만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현재 홍하이그룹은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애플 제품을 거의 독점 생산하다시피하는 폭스콘의 성장세는 무서울 지경이다. 홍하이그룹이 생산하는 가전제품은 세계 시장의 40%에 달하며, 매출액에서도 IT기업 기준 최상위권이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 샤프전자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기술력까지 갖춘 IT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5년 안에 삼성전자를 이기겠다는 궈타이밍 회장의 발언이 과연 망언일지, 아니면 자신감에서 비롯된 예언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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