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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코어를 장착한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의 성능은?

이문규

코어가 2개 달린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이며, 조금 더 성능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은 4개 코어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일반 사용자들이 주로 하는 게임, 영화감상, 인터넷, 오피스 프로그램, 사진 편집 등의 작업은 듀얼코어 프로세서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이런 작업을 하면서 성능이 떨어진다고 느낄 일을 거의 없다(유독 느리다고 느껴질 때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2개의 코어로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코어를 6개나 내장한 프로세서가 최근 출시됐다. 전문적인 그래픽/동영상 작업자라면 또 모를까,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사실 코어가 2개 있으나 4개 있으나 6개 있으나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시장에 가는 데 이륜구동 1600cc 승용차를 타나, 사륜구동 3000cc 외제차를 타나 (효율적인 면만 봤을 때는)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CPU 제조사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듯하다. 얼마 전 AMD에서 먼저 6코어의 CPU를 발표하자 인텔에서도 '코어'가 6개 달린 코어 i7 프로세서, 코드명 '걸프타운(Gulftown)'을 시장에 내놓았다. 참고로 코드명은 CPU가 정식 출시되기 전에 붙는 별명 같은 이름이다.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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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머리가 달린 걸프타운 프로세서는 코어 i7 9xx 시리즈로 라인업을 이루는데, 현재까지는 코어 i7 970과 980X가 공개됐고, 980X만 상품화 되어 판매 중이다. 970의 동작 클럭은 3.2GHz, 980X는 3.33GHz이며, 터보 부스트 모드 적용 시 최대 클럭도 각각 3.46GHz, 3.59GHz으로 두 모델의 성능 수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단, 980X는 오버클러킹을 위한 배수(multiplier) 설정을 잠가두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980X는 133MHz x25배수로 기본 적용되어 3.3GHz로 작동하는데, 배수를 높게 조정(메인보드 BIOS에서 가능)하면 더 높은 클럭으로 설정되는 것이다(물론 이에 따른 안정성은 보장하지 않겠지만).

오버클러킹(Over-clocking)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CPU나 그래픽 카드, 메모리 등은 클럭(clock)을 기준으로 그 등급과 성능이 결정된다. 당연히 클럭이 높으면 성능도 좋다. 클럭은 사용자가 임의로(하지만 강제로) 상향 조절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작업을 오버클러킹 이라 한다. CPU나 메모리는 메인보드의 CMOS 설정에서 변경할 수 있지만(변경 가능 여부는 메인보드에 따라 다름), 일반적으로 제품에 무리를 가하며 최대 성능을 끌어내는 편법이기에 제조사 측에서는 이를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성능을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용자들이 시도하고 있다. 과도한 오버클러킹으로 인해 발생한 제품 문제는 소비자 과실로 인정돼 정상적인 기술 지원(무상 AS 등)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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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과 980X의 나머지 사양은 거의 같다. L3 캐시 메모리는 12MB, 소비 전력은 130W. DDR3 메모리 지원, 메인보드 장착 소켓은 LGA1366, 그리고 아키텍처(설계 기틀)는 ‘웨스트미어'이다. 하지만 가격은 미화로 970이 562불, 980X가 999불로 거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결국 오버클럭킹을 위한 배수 설정을 고정했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사실 코어 i7의 터보 부스트 모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버클럭킹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인텔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오버클럭킹을 조장하는 듯한 분위기다.

걸프타운 프로세서는 기존의 코어 i7용 메인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프로세서와 짝을 이루는 메인보드 칩셋이 기존 코어 i7(920, 950, 975)과 같은 X58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코어 i7 920, 950, 또는 975를 사용하는 사람이 걸프타운으로 업그레이드할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얼리어댑터 혹은 성능에 목숨 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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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작업 관리자를 보면 12개의 쓰레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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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이트에 공개된 기존의 코어 i7(블룸필드)과 걸프타운 CPU의 벤치마크 성능 비교 결과

듀얼 코어를 쓰다가 쿼드 코어를 써도 큰 성능 격차를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6코어 역시 체감 성능 면에서는 별 차이 없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어느 정도의 성능을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퍼포먼스 테스트(Performance Test) 7.0을 통해 알아보았다.

시스템 상대 비교를 위해 코어 i7 940과 HDD를 탑재한 PC, 코어 i7 940과 SSD를 탑재한 PC, 그리고980X과 SSD를 준비했다. SSD는 컴퓨터의 전반적인 성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감안하기 위해 HDD를 탑재한 PC도 하나 마련하였다. 참고로 프로세서와 디스크를 제외한 기타 사양은 메모리 DDR3 2GB, 지포스 9600GT, 인텔 X58 메인보드로 모두 동일하며, 윈도우XP SP3 32비트 운영체계에서 테스트해보았다.

퍼포먼스 테스트 7.0은 테스트할 때마다 결과 값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각 PC 당 3회씩 실행하여 최대 수치를 확인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코어 i7 940 + HDD :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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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어 i7 940 + SSD :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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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코어 i7 980X + SSD :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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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결과를 놓고 분석해 보자.

세 시스템은 서로 약 300점 정도 차이를 보인다. 1), 2)번은 CPU는 같지만 저장장치의 종류가 다르고, 2), 3)번은 CPU는 다르지만 저장장치가 SSD로 같다. 결국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 즉 사용자가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성능 차이는 980X로 바꾸나, SSD로 바꾸나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이젠 CPU에서는 더 이상 눈부신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거의 정점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반면에 저장매체를 현재의 일반적인 HDD에서 SSD로 바꾸면 확실한 성능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980X가 의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 결과 이미지에서 (숫자 창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CPU Mark'라는 부분을 보면, 940은 약 5,000점 대를 나타내었는데, 980X는 8,000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했다. 나름대로 하이엔드급인 코어 i7 940 CPU보다 적어도 50% 이상 처리 성능이 향상되었음은 알 수 있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수치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다른 여러 PC환경에서 실행한 퍼포먼스 테스트 7.0의 결과를 알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노트북용 모바일 코어 i7 820QM 노트북(메모리 4GB)이 약 1,000점대, 코어2 듀오 E8500 데스크탑(메모리 3GB)이 약 1,200점대, 울트라씬 노트북이 약 300점대, 아톰 프로세서가 들어간 넷북이 약 150점대 정도를 나타낸다.

위의 테스트는 980x(메모리 2GB)에 SSD를 장착한 것이니, (결과 분석을 토대로) 그 점수에서 300점을 HDD를 장착하였을 때의 점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므로 HDD를 장착한 980x(메모리 2GB)의 예상 결과 수치는 2,000점. 이는 코어2 듀오 E8500보다 2배가량 뛰어난 성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메모리 1GB의 차이가 있으므로).

일반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는 최고 성능의 프로세서, 걸프타운. 그러나 기존에 출시된 코어 i7이 그러했듯이,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고성능 제품이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고성능 프로세서가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그 성능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어 주어야 하니까 말이다. 지금은 성능에 여유가 있어도 딱히 이를 활용할 데가 없는 상황. 일반 사용자들이 걸프타운 정도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오기까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할 지,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알지 못 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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