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le-Up Insight] 런던, 천사들의 도시?

런던의 동북쪽, 버려진 창고와 공장 건물들이 즐비한 지역에 영국의 첨단기술을 좌지우지하는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다. 이 클러스터는 '테크시티'라 불리우며 1만 3천여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는 전세계에서 3번째로 큰 스타트업 생태계이다.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와 핀테크 중심의 수많은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 시작은 2008년 15개의 미디어 · 하이테크 기업이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자생적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룬 런던 테크시티"

불이 꺼지지 않는 런던 테크시티 중심부, 출처:
hubhub.com
불이 꺼지지 않는 런던 테크시티 중심부, 출처: hubhub.com

< 불이 꺼지지 않는 런던 테크시티 중심부, 출처: hubhub.com >

영국 런던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은 아래서부터 탄탄하게 다져왔다. 그 바탕은 자유로운 투자문화와 수많은 전문가, 엔젤투자자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때문이다. 런던테크시티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인 우범 지역이었던 쇼디치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헤매던 스타트업들이 자리잡으면서 시작되었다. 스타트업들이 많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세무, 회계, 법무, 투자 등 다양한 전문가도 모여들었고, 자연스러운 스타트업 생태계로 발전했다.

또한, 후배 스타트업 양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아마존, 시스코, 페이스북, 인텔 등 대기업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 이동통신업체 보다폰 등이 테크시티에 진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런던 임페리얼대학, 러프버러대학, 런던시립대학 등 많은 대학도 학생들을 위한 창업 파트너로 테크시티 스타트업들과 함께 다양한 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전문가가 테크시티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엔젤투자자로 활동해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런던테크시티의 엔젤투자자들은 아이디어만으로도 1조 창업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드 투자, 시리즈A 투자 등을 주로 진행한다. 코워킹스페이스를 방문하면 수많은 전문가와 스타트업이 멘토링을 진행하며, 여러 엔젤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런던 테크시티의 연간 투자시장 규모는 10억 달러를 상회하며, 1만 3,000여개 스타트업이 활동하는 세계 3대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성장했으며,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자생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탄생에 따라 영국 정부는 매년 50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해 투자유치, 사업확장, 인수합병, 상장 등을 지원하는 '퓨처 피프티' 제도 운영을 시작,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28%에 달했던 법인세도 19%까지 인하했으며, 추후 세계 최저 수준인 핀란드의 12.5%까지 낮추겠다고 밝혀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 테크시티를 보고 미국 CNBC와 영국 텔레그래프는 등은 영국 스타트업의 성공 비결은 '창업을 위해 모든 환경을 조성한 창업 생태계'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런던 창업생태계를 움직이는 엔젤투자자"

스타트업 대표가 엔젤투자자 앞에서 피칭하고 있다, 출처:
테크네이션
스타트업 대표가 엔젤투자자 앞에서 피칭하고 있다, 출처: 테크네이션

< 스타트업 대표가 엔젤투자자 앞에서 피칭하고 있다, 출처: 테크네이션 >

우리에게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전을 펼친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도 테크시티 출신이다. 딥마인드가 상용화한 기술은 하나도 없었지만, 엔젤투자 전문가들은 딥마인드의 기술과 가치, 비전을 보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설립 3년만에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합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엔젤투자자들이 런던테크시티에서 활동하며, 대형 스타트업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활동 중이다.

특히, 테크시티에는 다양한 피칭행사가 열린다.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스타트업 대표 또는 예비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장을 매달, 매주, 매일 진행한다. 이처럼 활발한 투자 환경은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마음껏 실패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자유로운 투자환경뿐만 아니라 네트워킹도 활발하다. 전문가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이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시키는 협업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특히, 인근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 대학의 연구활동 결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한 예로 MIT의 밥 랭거 교수는 1,000여건의 특허를 출원해 그 중 250건을 사업으로 연결한 바 있다.

이런 엔젤투자자들의 다양한 노력으로 인해 테크시티는 세계 3개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선순환적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국내 전문가들도 노력할 때"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출처:
벤처스퀘어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출처: 벤처스퀘어

<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출처: 벤처스퀘어 >

국내최초 전자결제시스템 '이니시스'를 설립해 성공을 거둔 권도균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의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를 설립했다. 그는 "거대 스타트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초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프라이머를 투자회사가 아닌 교육회사로 표방해 후배 스타트업 대표에게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 중이고, 국내 엑셀러레이터 중 최다 엔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투자한 스타트업에게 스타트업 경영학 과정도 제공해 선순환적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전문 엔젤투자자 소성현 대표도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가 스타트업 투자시장에 매력을 느껴 엔젤투자자로 전업했다. 자신의 경험을 믿으며 카카오, 바디프렌드 등 국내 대형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 후 엔젤투자업계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지금까지 200여개 스타트업에 총 150억 원을 투자했다. 주목할 점은 투자만 진행한 것이 아니다. 현재 기술력은 갖췄지만, 마케팅과 유통 등 회사 운영 능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성장에도 일조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붐과 함께 30~40대 젊은 창업가 및 각 분야 전문가들 중심으로 엔젤투자 열풍은 다시 불고 있다. 이들은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해박하고, 벤처 경영을 통해 체득한 경험을 투자기업에 전수하는 엔젤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새로운 타입의 엔젤투자자다. 이렇게 시기적으로 엔젤투자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국내 일반인 엔젤투자자들은 2014년 1,100여 명에서 2018년 1만 1,000명으로 10배 증가했으며, 엔젤 투자금액도 4년간 870억 원에서 4,100억 원으로 약 5배 증가했다. 그만큼 엔젤투자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엔젤투자?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엔젤투자는 개인이 직접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직접 투자 방식과 개인투자조합에 가입하여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엔젤투자 방식, 출처: 골드아크
엔젤투자 방식, 출처: 골드아크

< 엔젤투자 방식, 출처: 골드아크 >

엔젤투자는 최근 다양한 투자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엔젤투자 시장도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연 수익률은 7.3%, 단순 수익배수는 1.45배를 기록했다. 위험한 투자라고 인식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엔젤투자는 기업 성장,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등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투자자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에 엔젤투자자들은 일반인들도 투자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엔젤클럽을 결성, 그들의 기업가정신을 공유 중이다. 엔젤클럽을 결성하면, 개인투자자에 비해 투자 규모가 작거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자들이 위험을 분담하고, 초기기업 발굴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단축할 수 있다.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현재 국내에 활동하는 엔젤클럽은 총 229개로, 이들은 각자의 목적에 맞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0년에 결성한 국내 최초의 엔젤클럽, 고벤처 엔젤클럽은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회장을 주축으로 26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고 대표를 포함한 고벤처 포럼 멤버들 주축으로 1달에 한번씩 포럼을 개최하며, 다양한 부대행사로 엔젤투자에 대한 인식 확산에 기여 중이다.

인천지역 스타트업을 위한 미추홀엔젤클럽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엔젤투자부터 벤처투자까지 할 수 있도록 투자설명회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가파르게 성장해 회원수를 128명 확보한 스케일업엔젤클럽은 스케일업코리아프로젝트와 함께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는 물론 성장솔루션을 함께 찾고 실행하는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스케일업엔젤클럽 구성원은 정보, 의료, 서비스 등 지식 집약적 4차 산업 중심으로 투자 및 육성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집단이다.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성장 과제 도출, 과제해결, 홍보마케팅, 투자자/수요자 매칭, CEO 핵심인재교육, 인재발굴과 네트워킹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엔젤투자 성장세와 스타트업 성장세를 보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스타트업 강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자리를 빌어 한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다. 각 계층의 전문인력들이 엔젤투자에 참여해 엔젤투자 활성화, 스타트업 활성화에 힘을 보태는 것은 어떨까. 이들의 노하우는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해 투자 성공으로 이어지는 타산지석으로 발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 골드아크 윤한솔 과장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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