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삼 만장의 회화, 하나의 감상.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

남시현 sh@itdonga.com

앤설 애덤스의 'The Tetons and the snake river,
1942'
앤설 애덤스의 'The Tetons and the snake river,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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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미지의 배반(La trahison des images)은 파이프가 그려진 간단한 그림이지만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누가 봐도 파이프를 그린 것이지만, 이미지의 배반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가 남긴 회화는 파이프가 아닌 캔버스 천에 유화 페인트를 덧씌운 물질이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 그림을 두고 "생각의 자유에 대한 물질적 기호"로 여겨지기를 바랐다. 생각이 자유로울 경우 회화는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하며, 그 가치를 표방하는 것은 정신적 개념에 더 가깝다는 뜻을 남겼다. 에둘러 표현하자면, 그림은 형태를 띠고 있는 언어와 의미로써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그려진 캔버스 자체에 값비싼 가치를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다.

앤설 애덤스의 사진을 보고, 우리는 사진임을 알며 원본의 가치를 찾으려 시도하지는 않는다. 회화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두면 어떨까? 재현의 방식과 관계없이 열린 태도로 그림을 이해하는 자세라면,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만큼 훌륭한 재현 도구가 없으리라.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는 각각 21.5인치, 27인치 모델이
준비돼있다.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는 각각 21.5인치, 27인치 모델이 준비돼있다.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컴퓨터 디스플레이 장치를 그림 감상에 최적화된 액자 형태로 만든 디지털 캔버스다. '[리뷰] 전 세계 미술관을 이곳에 담다.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http://it.donga.com/29373/)'로 다룬 적 있는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의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21.5인치 및 27인치 두 모델로 출시했다.

디스플레이는 FHD(1,920x1,080) 해상도 IPS 패널을 사용했으며, 178도 광시야각을 제공해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더라도 화상의 색감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21.5인치는 최대 250니트, 27인치는 300니트 밝기를 제공하며, 눈부심을 막는 무광 비반사 처리가 적용돼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기술적으로 일반 모니터와 같지만,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는 물감·캔버스의 질감을 최대한 재현하는 뮤럴 트루 아트 기술이 적용돼있다. 트루아트는 패널과 내장 컴퓨터, 이미지 최적화 장치가 독창적으로 결합돼 회화에 가까운 이미지를 선보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돼 일반 모니터로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른 묘사력을 제공하며, 지속적해서 주변 밝기에 따라 밝기를 조절해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넷기어 뮤럴 1세대 제품과 후면 인터페이스 및 디자인이
다르다.
넷기어 뮤럴 1세대 제품과 후면 인터페이스 및 디자인이 다르다.

전 세대와 비교하면 적잖은 부분이 바뀌었다. 후면 디자인에 플라스틱을 채용해 조금 더 가벼워졌고, 홈에 끼우는 방식도 변경돼 벽에 달기 더 쉬워졌다. 저장공간은 기본적으로 8GB가 내장돼있고, 1.8GHz 쿼드 코어 CPU가 담겨있다.

전 세대 제품이 HDMI 외부 입력을 지원했던 것과 비교해 HDMI 입력 단자는 삭제됐으며, 무선 네트워크보다 빠르고 확실한 유선 랜포트를 갖추게 됐다. 물론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선 정리와 선 정리 커버를 갖춰 장착 시 더욱 깔끔한 선 정리가 가능함은 물론 상황에 따라 매립형으로 거치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을 곧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SD 슬롯이 외부에
배치됐다.
촬영한 사진을 곧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SD 슬롯이 외부에 배치됐다.

전 세대 제품과 다르게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 일부 위치도 좀 더 편한 위치로 변경됐다. 전 세대에서 마이크로 SD였던 저장 장치 슬롯은 더 크고 쉽게 끼워 넣을 수 있는 SD카드 슬롯으로 변경됐다. 특히 슬라이딩 방식으로 문을 개폐하는 데다가, SD카드를 사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 세대의 외부 저장 슬롯은 단순히 용량을 늘리는 용도였던 반면,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의 슬롯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곧바로 꽂아 넣고 보기 위한 용도다. 그림 감상과 함께, 여행이나 일상 사진을 우수한 품질로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테두리도 고정식에서 교체식으로
변경됐다.
테두리도 고정식에서 교체식으로 변경됐다.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테두리(베젤)가 교체식으로 변경됐다. 전 세대 제품은 최초 선택한 제품의 색상을 그대로 쭉 사용해야 했지만, 신제품은 기본 검은색 프레임 이외에 백색, 다크 우드, 라이트 우드 색상을 별도로 구매해 교체할 수 있다. 교체는 후면에 있는 레버 두 개를 동시에 당겨 잠금을 해제하고, 프레임을 빼낸 다음 바꿔 끼우면 된다. 아직프레임을 별도로 판매하진 않으나, 조만간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 일러스트, 사진, 회화 등 다양한 장르가
준비돼있다.
한국화, 일러스트, 사진, 회화 등 다양한 장르가 준비돼있다.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가 일반 디지털 액자와 다른 점은 확고하다. 스마트폰 앱이나 컴퓨터로 직접 사진 및 그림을 찾아 넣어야 하는 타 제품과 달리, 뮤럴 디지털 캔버스 제품군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스페인 프라도, 러시아 푸시킨, 프랑스 루브르, 오스트리아 레오폴드, 네덜란드 반고흐 미술관 등 전 세계 수십 곳의 유명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제공되는 3만 점 이상의 고품질 이미지를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미지는 색감이나 채도, 색온도가 다 다른 반면, 뮤럴에 제공되는 화상은 최대한 원본에 가까운 이미지 및 색감을 구현했다고 한다. 미술관에 있는 작품뿐만 아니라 개인 작가가 그린 작품 구매나 일러스트레이트 적용 등을 통해 고풍스러운 이미지와 현대적인 감성을 모두 살릴 수 있다.

그림을 다운받고 구매하는 뮤럴 멤버십은 최초 구입 후 3년간 유지되며, 3년이 지나면 월 1,1000원, 연 90,000원에 구독 갱신할 수 있다.

메뉴와 앱이 부분한글화됐다.
메뉴와 앱이 부분한글화됐다.

전 세대 제품과 또 하나의 차이점, 바로 메뉴 및 애플리케이션이 부분적으로 한글화됐다. 전 세대는 모든 메뉴 및 설명이 영어로 돼있었지만, 신제품은 한글로 제공된다. 물론 작품에 따른 설명은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것이므로 여전히 영문이다.

부분 한글화된 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다. 기능면에서 큰 변화는 없이 주요 메뉴만 한글화됐고, 자세한 설명은 모두 영어다. 애플리케이션은 추천 이미지 재생 목록, 채널·아티스트·카테고리 별 이미지 검색, 직접 사진 촬영하거나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선택, 내 캔버스에 내장된 즐겨찾기·업로드·구매·재생목록, 캔버스 세부 옵션 및 제어 메뉴가 있다.

현재 21.5인치 모델인 MC321BL3-10000S는 100만 원대 중반, MC327BL3-10000S는 130만 원대
중반이다.
현재 21.5인치 모델인 MC321BL3-10000S는 100만 원대 중반, MC327BL3-10000S는 130만 원대 중반이다.

영화는 시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감상하는 사람이 작가 및 감독에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해석하는 장르다. 가상의 사건인 픽션, 현실을 기반으로 한 논픽션이건 우리가 받아들이는 시각 자체는 변하지 않으며, 실제로 목격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실적으로 재현된 영화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넷기어 뮤럴 디지털 캔버스 II가 추가하는 바도 이와 같다. 패널에 있는 화상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저 화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태도로 바라보면 된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처럼 이것도 그림이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과 같은 이미지를 화상화하고, 우리가 그것을 보고 느끼며 생각할 기회를 잡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현재 21.5인치 모델인 MC321BL3-10000S는 100만 원대 중반, MC327BL3-10000S는 130만 원대 중반으로 전문가용 디스플레이 가격에 맞먹는다. 하지만 넷기어 뮤럴이 선보이는 미술관의 통합은 기술적인 시각에서가 아닌, 감상으로써의 목적에 가치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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