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새는 에너지 막기, 친환경의 시작이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4조 230억 원. 지난 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비용'을 추산한 금액이다. 미세먼지는 더 이상 개인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닌, 막대한 비용을 요하는 사회적 고민거리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 절감을 위한 대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한 대기업은 옥상 및 건물 외벽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연간 500만kWh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또 다른 IT 대기업은 자연풍을 이용해 데이터센터 서버의 열을 식히고, 최적의 에너지 절감 상태를 유지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대책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실천되고 있다. 물론 점심시간 소등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 여러 중소기업들도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실천법도 의외로 적지 않다.

사무실에서 PC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무기기인 '프린터/복합기'에 주목하자. 프린터는 일반적으로 사무실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를 차지한다. 한국 속담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말처럼,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해서는 저전력 프린터에 대해 한번쯤 고려해야 한다.

잉크젯 프린터는 레이저 프린터보다 에너비 소비량이 현저히
적다
잉크젯 프린터는 레이저 프린터보다 에너비 소비량이 현저히 적다

현재 많은 사무실에서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빠른 출력 속도 때문이다. 레이저 프린터는 토너를 가열하기 위해 많은 열과 전기가 필요하다. 만약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프린터보다 빠른데 에너지 소비량은 훨씬 적은 프린터가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고 특별한 기능을 탑재한 프린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잉크젯 프린터면 가능하다.

잉크젯 프린터는 레이저 프린터와 달리, 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약 92% 적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지비용 절감, 장기적으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소비되는 경제적 비용 절감까지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곧 에어컨을 풀가동 해야 할 계절이 시작된다. 여름이면 숨쉬기도 힘든 더위에 PC, 프린터 등 사무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까지 더해져 에어컨은 늘 그랬듯 쉴새 없이 가동된다. 연중 전력 소비량이 가장 많은 이때, 전력 소비량은 물론 사무기기에서 발생하는 열까지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프린터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7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는 어린이 구호 NGO '플랜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 독일 지부는, 지부의 레이저 프린터 대부분을 잉크젯 프린터로 교체했다. 원래는 고품질 이미지를 빠르게 출력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프린터 교체 후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에너지 효율성으로 인한 비용 절감. 잉크젯 프린터는 레이저 프린터 대비 열과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사무실이 한층 더 시원해졌고, 에너지 사용량 또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비용 절감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사회는 계속해서 다변화하면서 수 많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고 사라지고 있다. '가치 소비'와 '환경'은 이런 다변화 시대에 기업이든, 소비자든 핵심 고려 사항이 됐다. UN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명확해짐에 따라,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전세계적인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에 대한 고민은 이제 우리 삶, 기업의 생존 그 자체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환경을 최대한 지키며 기업 경영을 하려는 노력'이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기업이 되는 방법은 어쩌면 생각보다 간단할 지도 모른다. 사무실 프린터를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

글 / 한국엡손 대표 시부사와 야스오

한국엡손 시부사와 야스오
대표
한국엡손 시부사와 야스오 대표
1983년 'Seiko Epson Corporation'에 입사 후 30년 이상 엡손에 재직하며 PC상품/판매관리부, 기기영업기획부, 잉크젯/레이저 프린터 마케팅부, 프린터 영업부 등을 거쳐, 2014년부터 한국엡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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