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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대신 가상공간' 기업 회식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강형석

회식으로 레노버 VR 매직파크를 찾은 직장인들이 가상현실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오늘 팀 회식이 있습니다.”

상사의 외침에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진다. 그렇다. 운명의 회식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외침이 사무실에 울려퍼지는 그 순간 팀원간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이 순간을 피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자리. 회피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진 일정 아니었던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최대한 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이윽고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팀원 하나둘씩 회식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다. 회식 장소로 가는 길을 보고 싶지 않아 그저 고개만 푹 숙인 채 차량에 온몸을 맡겼다. 다른 팀원도 아마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터. 오늘은 무슨 말을 들을까? 내일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마치 타노스를 물리치기 위해 1,400만 605개의 미래를 점쳐보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음이 이런 것이겠지 싶다.

택시가 서서히 인도로 향하는 것을 보니 목적지가 코 앞인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술과 고기가 가득한 식당이 아니라, 드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머리에 수상한 물건을 쓰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여기가 어디인가? '레노버 VR 매직파크?'. 그때 알았다. 우리의 회식 장소는 식당이 아니고 가상현실(VR) 테마파크라는 것을.

회의와 함께 직장인에게 있어 무섭고 답답한 시간 중 하나가 바로 회식이다. 요즘은 비교적 나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회식은 식사와 함께 음주가 곁들여지는 형태다. 과식과 과음은 즉시 컨디션 저하로 이어지며, 무의미한 시간 낭비가 시작된다. 다수의 직장인은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할 정도이니 회식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회식으로 레노버 VR 매직파크를 찾은 직장인이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이렇게 직장인에게 고통스러웠던 회식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술자리에서 건배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고 즐기는 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함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실내에서 야구, 볼링, 당구 등 레포츠를 즐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방문해 최신 기술과 콘텐츠를 모두 경험하는 회식도 주목 받고 있다.

가상현실의 이점은 다양한 체험을 한 자리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골프나 야구 등 레포츠 체험까지는 아니지만 가상 공간 내에서 적(괴물)을 물리치거나 상대 팀과 경쟁하고, 레이싱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그 공간 안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에 함께 해결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므로 이를 해결하면서 팀원간 호흡을 더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짜릿한 재미는 덤이다.

다양한 분야의 직장인이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찾는 이유는 색다른 경험 외에도 산업적인 경험을 쌓기 위한 점도 없지 않다. 가상현실은 엔터테인먼트 영역 외에도 건설이나 광고, 마케팅 등에서도 적극 쓰이는 추세다.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는 부분이 강점이기 때문이다.

회식으로 레노버 VR 매직파크를 찾은 직장인이 가상현실 속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또한, 가상현실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함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전 세대 이동통신 대비 더 많은 데이터(최대 초당 2.5GB)를 주고 받을 수 있어 고해상 콘텐츠를 선 없이 부드럽게 재생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실제로 국내 이동통신사는 가상현실로 아이돌 공연을 제공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서비스하는 등 5G 이동통신 기반의 가상현실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유흥에 가까운 회식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 속에서, 가상현실 테마파크는 새로운 경험을 위한 장소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는 소수와 경쟁하고 즐기는 콘텐츠 위주지만, 기술이 발전한다면 임직원 모두가 가상공간에 모여 대회를 하거나 경기를 실시간으로 관람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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