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마트폰으로 CD 구워 볼까? LG전자 KP95 시리즈
[IT동아 김영우 기자] CD나 DVD로 대표되는 광디스크의 이용 빈도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 클라우드 저장소와 같은 신세대 저장수단이 시장의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에는 ODD(광디스크 드라이브)가 탑재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그래도 광디스크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공CD나 공DVD는 1장 당 몇 백 원 정도로 저렴하다. 그리고 떨어뜨리거나 물에 빠뜨려도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견고한 매체이기도 하다. 감성적인 이유도 있는데, 같은 영화나 음악을 소장하더라도 다운로드한 파일 보다는 DVD나 CD를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이용자들도 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출시되는 PC 중에는 ODD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아예 PC 자체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만 콘텐츠를 즐기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CD나 DVD로 백업해둔 콘텐츠를 다시 구동하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LG전자의 외장형 ODD인 KP95 시리즈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틈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다. ODD가 없는 PC라도 USB 포트에 꽂기만 하면 CD나 DVD를 읽거나 구울 수 있으며, 스마트TV나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신세대 IT 기기에 연결해서 콘텐츠를 재생하거나 백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조사에서는 아예 '모바일 DVD 플레이어'라는 홍보문구까지 내세웠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스마트폰과 광디스크의 만남을 극적으로 실현한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디자인은 기존의 ODD와 대동소이, 소소한 개선점 있어
LG전자 KP95 시리즈는 제품 컬러에 따라 검정색인 KP95NB70과 하얀색인 KP95NW70으로 나뉜다. 물론 성능이나 기능은 동일하다. 제품 외형을 살펴보면 두께는 불과 14mm, 무게는 200g 남짓이라 휴대성 면에선 더할 나위 없다.
지원하는 디스크 포맷은 CD-R, CD-RW, DVD±R, DVD±RW, DVD-RAM 등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CD나 DVD 미디어를 지원한다(블루레이는 미지원). 디스크를 읽는 속도는 CD는 최대 24배속, DVD는 최대 8배속이며 굽는 속도는 CD나 DVD 모두 최대 8배속이다. 기존의 USB 방식 외장 ODD에 비해 속도의 향상은 없지만, 구동 소음이 상당히 조용해진 편이다. 그 외에 이론상 최대 1000년간 데이터 보존이 가능하다는 M-DISC의 기록을 지원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예전의 외장형 ODD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점도 있다. 예전 외장형 ODD는 전력 소비량이 커서 데이터 연결용과 전원 공급용으로 나뉜 Y자형 USB 케이블로 2개의 PC USB 포트에 꽂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KP95 시리즈는 소비전력이 줄어들어 1개의 포트만 이용하는 일반 케이블을 이용한다. 그리고 예전의 외장형 ODD에서 주로 쓰던 미니 USB가 아닌 스마트폰 충전용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이크로 USB 규격의 케이블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연결 가능한 ODD?
케이블 외에 주목할 만한 본체 구성품은 케이블 커넥터의 형태를 마이크로 USB 타입으로 전환하는 OTG 젠더다. 이를 이용하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마이크로 USB 포트에 ODD를 연결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일부 신형 스마트폰(갤럭시S8, G6 등)에 연결할 때를 대비해 USB-C타입 변환 젠더도 포함된다. 참고로 iOS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특이한 점이라면 OTG 젠더에 별도의 마이크로 USB 포트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는 모바일기기 자체 전력만으로 ODD를 구동하기에 부족할 경우에 쓰는 보조 전원 공급용 포트다. KP95 시리즈의 패키지에 충전기가 별도로 제공되지는 않으므로 스마트폰용으로 쓰는 기존의 USB 충전기를 이용하자.
참고로 리뷰를 위해 갤럭시 S6나 G6에 연결했을 때는 별도의 보조 전원 연결 없이도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렇게 해서 장시간 이용하면 아무래도 모바일기기 배터리의 소모가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고, 성능이나 안정성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기 때문에 제조사에선 되도록 보조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서 쓰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보조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더라도 배터리 소모가 적어지는 것일 뿐,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가 충전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ODD 활용도 높이는 소프트웨어 모음집 제공
동봉된 설치 CD에는 PC에서 CD나 DVD를 활용하기 위한 사이버링크의 소프트웨어 모음집(CyberLink Media Suite)이 제공된다. 디스크 제작용 소프트웨어인 Power2Go 8, 표지나 디스크 레이블을 제작하기 위한 LabelPrint 2.5, 데이버 백업 및 복원용 소프트웨어인 PowerBackup 2.6, 그리고 웹캠으로 화상 채팅을 할 때 각종 효과를 넣는 YouCam 5 등의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었다.
가장 많이 활용할 소프트웨어는 역시 Power2Go 8이다. 이를 이용해 데이터 디스크나 음악 디스크, 영화 디스크 등을 구울 수 있으며,
디스크에서 이미지(ISO) 파일을 추출이나 가상 드라이브 만들기, 그리고 디스크 복사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 물론 이 소프트웨어 외에
Nero나 CDBurnerXP, BurnAware와 같은 다른 디스크 버닝 소프트웨어도 호환이 되므로 사용자의 취향 대로 선택하자.
그리고 이런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윈도우 운영체제(윈도우 7, 윈도우10 등)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디스크 기록 기능을 써도
무방하다. 파일 탐색기나 내 PC(내 컴퓨터) 상에 표시된 ODD에 기록을 원하는 파일을 마우스로 잡아서 놓기만 해도 손쉽게 CD나 DVD를
구울 수 있으니 참고하자.
참고로 이 기능을 이용해 디스크를 구울 경우, 1. ‘USB 플래시 드라이브에서처럼 사용’과 2. ‘CD/DVD 플레이어에서 사용’ 의 두가지 선택지가 나온다. 1번이 좀더 이용법이 편하긴 하지만, 기기 호환성 측면에선 2번이 더 낫다.
USB 재생 지원하는 TV에 연결해 콘텐츠 감상 가능
KP95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TV 연결 기능이다. 최근 출시되는 TV, 특히 스마트TV 중에는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를 연결해 저장된 콘텐츠(사진, 동영상, 음악 등)를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이 많다. 하지만 본래 광디스크는 파일 구조가 달라 기존의 ODD는 TV에 연결하더라도 디스크에 담긴 파일을 인식할 수 없었다.
반면 KP95 시리즈의 경우, 디스크 트레이가 열린 상태에서 트레이의 오픈 버튼을 2초 정도 누른 후 디스크를 집어넣으면 이동식 디스크 모드가 된다. 이렇게 하면 TV에서 ODD를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처럼 인식하므로 CD나 DVD에 담긴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TV 외에 프로젝터 중에도 USB 동영상 재생 기능을 갖춘 것이 있으니 그쪽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동영상을 백업한 디스크를 TV에서 감상하고자 할 때 유용한 기능이다. 다만, 디스크에 파일 형식(AVI, MP4 등)으로 저장된 동영상은 무리 없이 재생이 가능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영화 DVD 타이틀의 경우, 정식으로 재생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파일 탐색기를 통해 내부에 담긴 VOB 파일을 직접 재생할 수는 있다. 다만, 대형 배급사(폭스, 워너, 디즈니 등)에서 출시된 DVD 타이틀은 대부분 복사방지 락이 걸려있어 이런식으로 재생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두자.
모바일 기기와 광디스크의 이색적인 만남
TV 연결 기능보다 더 눈길을 끄는 KP95 시리즈의 특징은 역시 모바일 기기 연결 기능이다. 동봉된 OTG 젠더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KP95 시리즈를 연결, CD나 DVD의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다(iOS 기기는 미지원). 그리고 TV와 연결할 때와는 달리, 모바일 기기에 담긴 각종 파일을 공 CD나 공 DVD로 굽는 기능도 지원한다.
모바일 기기와 ODD를 연결한 후, 구글 플레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한 전용 앱인 '디스크 링크 Pro'를 설치하면 기본적인 준비는 마친 것이다. 디스크 링크 Pro 앱을 이용해 모바일 기기의 파일을 디스크로 구울 수 있고(데이터 백업), 디스크의 파일을 재생하거나 모바일 기기로 복사할 수도 있다(디스크 탐색기).
재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동영상 및 음악 파일, 그리고 사진이나 문서 파일이다(영화 DVD 타이틀의 재생은 공식 지원하지 않지만 복사방지 락이 걸리지 않은 일부 타이틀은 재생 가능). 디스크 링크 Pro 앱 자체적으로 해당 파일들을 재생하는 능력은 없고, 원하는 파일을 선택하면 해당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다른 앱으로 연결된다. 이를테면 디스크에 담긴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려고 하면 해당 파일의 재생이 가능한 앱의 목록(MX플레이어, VLC 등)이 표시되므로 사용자는 이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된다.
필자의 경우는 G6 스마트폰과 KP95를 연결한 후, DVD에 담긴 MKV 영화 파일을 MX플레이어로 연결해 재생해 봤는데, 4~5초 정도의 로딩 시간이 걸린 것 외에는 원활하게 재생이 되고 SMI 파일 규격의 자막도 정상적으로 출력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참고로 MX플레이어는 하드웨어(HW) 방식의 디코더(데이터 해석)와 소프트웨어(SW) 방식의 디코더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디코더를 선택하는 것이 좀 더 빠른 초기 구동이 가능했다.
오디오 CD의 추출, 굽기도 가능하지만 일부 아쉬움도
오디오 CD의 이용도 가능하다. 모바일 기기와 KP95를 연결한 상태에서 오디오 CD를 넣고 디스크 링크 Pro’의 ‘오디오 CD 재생’을 선택하면 된다. 그 외에 오디오 CD의 트랙을 음원 파일(FLAC, M4A, WAV)로 추출해 모바일 기기에 저장하거나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음원 파일(FLAC, M4A, WAV, OGG, AAC)을 이용해 일반 CDP에서 재생 가능한 오디오 CD를 구울 수도 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기능이지만 MP3 규격 파일의 추출이나 레코딩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물론, 일반 오디오 CD가 아닌 파일 보존용으로 MP3를 담은 CD를 굽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KP95 시리즈는 PC에 연결한 상태에서는 CD-RW나 DVD-RW, DVD-RAM과 같이 여러 번 재기록 가능한 미디어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모바일 기기에 연결한 상태에서는 CD-R, DVD-R, DVD+R과 같이 한 번만 기록 가능한 미디어만 지원한다. 향후 디스크 링크 Pro 앱의 업데이트를 통해 이러한 아쉬움이 해결되길 바란다.
ODD가 최근의 추세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한 사례
광디스크과 ODD는 하락세에 접어든 매체가 맞다. 이건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없으면 가끔 아쉬운 것이 ODD다. 이를테면 초기화된 PC에 새 운영체제를 설치할 때나 오프라인에서 일정 용량 이상의 파일을 저렴하게 배포하고자 할 때, 혹은 예전에 백업해 둔 데이터를 다시 이용하고자 할 때 광디스크와 ODD의 부재가 아쉽기도 하다. 때문에 필요할 때만 잠시 연결해서 쓸 수 있는 외장형 ODD를 하나 정도 구비해 두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ODD가 틈새시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등장한 LG전자의 KP95 시리즈는 상당히 머리를 쓴 제품이다. PC용 ODD로서의 기본적인 성능은 예전의 외장 ODD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모바일 기기로 CD나 DVD를 재생하고, 데이터의 백업까지 가능하다는 점은 최근의 추세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보수적인 성향의 중장년층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CD나 DVD로 곧장 백업해서 소장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LG전자 KP95 시리즈는 충분히 매력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LG전자 KP95 시리즈(KP95NB70, KP95NW70)는 2017년 5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5만원 전후에 구매가 가능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