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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현의 신간산책] 숫자 하나 없이 문제 풀리는 신기한 수학책

이문규

[IT동아]

이번에는 수학책이다. '수학'이라는 말에 서둘러 창 닫기를 하려는 당신, 잠깐 스톱! 필자 또한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아니 좋아할 수 없는(?) 대표 '수포자(수학포기자)'다.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수학을 잘 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뉜다며 애써 위로하는 우리를 보듬어 주는 신간,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북클라우드>이 출간됐다.

<숫자 없이 모든 문제가 풀리는 수학책>

일단 제목부터 솔깃하다. '수를 다루지 않아도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믿기진 않지만 가슴 한 켠에 피어나는 기대감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게 한다. '그래, 한번 더 속는 셈치고 훑어 보자!'

이 책의 부제는 '복잡한 세상을 심플하게 꿰뚫어보는 수학적 사고의 힘'이다. 0과 1의 디지털 이진법이 지배하고 온갖 수에 둘러 쌓여 살고 있는 피로한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유혹적인 부제는 없다.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책을 펼쳐 본다. 판형도 작고 얇아 참 다행이다.

그런데 이 책, 부드럽게 넘어간다. '어~ 수학책인데…', 계속 붙들고 있다. 기쁘다. 책의 저자는 일본의 인지과학자이자 계산기과학자인 도마베치 히데토다. 그는 서문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수학을 못했던 이유가 오로지 답을 내는 문제해결의 도구로만 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그러면서 수학은 해답 만을 얻는 학문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찾고 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언어'라고 재정의한다. 결국 수학은 진실을 찾기 위한 '사고(思考)', 그 자체다. 따라서 문제를 제대로 발견할 수만 있다면 답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고 단언하며, 마치 두뇌 트레이닝 같은 지금의 교육방식을 꼬집는다.

왜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이해하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학이라는 세계의 언어, 즉 '수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수식의 표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진짜 수학이라고 말한다. 이제 수식에만 집착하는 행동은 그만두자고 강조한다. 저자의 접근 방식이 맘에 든다. 그렇게 되면 '수식을 모르는 것'과 '수학을 모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희망이 생긴다!

저자는 '왜 마이너스 x 마이너스는 플러스가 될까'하는 기초 논리에서부터, 복소수, 허수, 가추법, 나아가 양자론, 불확정성 원리, 터널 이론에 이르기까지 수학을 구성하는 대표 논리들을 그림과 함께 차근차근 쉽게 설명한다. 우리가 '수학'이라 일컫는 일반 범주 안의 논리들을 먼저 설명하고, 여기서 한 단계 더 확장하여 철학, 사회학, 일과 행복, 자유, 헌법, 종교와 같이 인생에서 생각할 문제를 수학적 사고로 던져준다. 마지막에는 저자의 전공 분야인 인공지능과 딥러닝처럼 지금의 현실사회에서 다뤄지는 미래 과제까지 상기시킨다.

"인간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고, 그저 한정합리적이다. 즉 그때그때 태도와 기분이 바뀐다. 수학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학의 우주에도 이치에 맞지 않고 이유를 모르는 것들이 많다. 불합리한 듯한 것이 있는 반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것도 있다. 수학적 사고는 이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논리적 사고가 곧 수학적 사고라는 생각은 수학적 사고를 축소시키고 만다."

이미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학적 공간에 살고 있다. 이 큰 정보공간 안에서 논리를 수식으로 도형화하거나 시각화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다. 우리는 수학적 사고를 통해 한순간에 해답을 찾아내거나 누구도 인식하지 못한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비판적 시선으로 사물을 보는 법, 연역법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법, 물리공간에서 떨어져 정보 공간을 자유롭게 구축하는 법 등 유연하고 다양한 수학적 사고야말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불합리함과 논리 모순이야말로 인간 사회를 표현하는 대표 현상이 아니던가! 이 세상에 확정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정리하자면, 수학은 현재도 확장하고 있는 학문이고, 수학의 언어는 다양화되고 있다다. 그 가운데 사람들이 수학의 진수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알맹이가 되는 원칙을 배우는 편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당부한다. 수식에 놀라 도망가지 말라고. 그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자유자재로 이미지화 해보고 자신만의 우아한 증명을 내려보라고. 또, 입체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모국인 일본 사회의 구조문제와 의식문제, 교육문제를 수학이라는 접근법으로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실정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멀어졌던 수학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파이팅!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ohs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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